‘사람 중심 경제’의 정책방향

▲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붓는데도 경제가 계획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문재인 1기 경제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사진=뉴시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 비전인 ‘사람 중심 경제’ 실현을 위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이다. 정책의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일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과 구체적 각론 정책을 들여다보면 수정 보완할 부분도 눈에 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기업 투자촉진 정책을 썼지만, 투자가 부진한데다 대기업들은 공장을 지어도 해외 위주였다. 수출이 잘 됐다지만 특정 산업과 수출 중심 대기업만 좋았지 다수 중소기업과 내수 산업은 별로였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저소득층 소득도 증가한다는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와 소득 양극화라는 복합위기에 빠져들었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취약한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병의 뿌리를 다스리는 ‘분수효과’를 자극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진보 정부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의 4대축을 제시했다. 구체적 가계소득 증대책으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핵심 생계비인 주거ㆍ의료ㆍ교육ㆍ통신비 경감을 꼽았다. 대기업의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한편 협력이익배분ㆍ성과공유 등을 통해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촉진키로 했다. 아울러 전체 일자리의 85%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마중물로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할 요량인데 재원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 5년 임기 중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적어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제시한 세수 자연증가분(61조원)과 세출 구조조정(60조원)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부ㆍ여당이 급히 마련한 초대 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슈퍼리치 증세’를 통한 세수증대 효과도 연간 3조8000억원 수준이다. 다른 증세 방안을 함께 공론화해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전 정부와 달리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가져가기로 했다.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을 4.5~5%로 전망하니 재정지출을 매년 5% 이상 늘리겠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4년의 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은 3%였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붓는데도 경제가 계획대로 성장하지 않으면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 8월 초 내놓을 세제개편안, 8월 말 국회에 보낼 내년 예산안에서 더욱 정교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의 실력을 보여 달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소득 재분배가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국민 세금인 나랏돈이 엉뚱한 데로 새는 일부터 철저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보수정부 9년의 투자촉진 지상주의에 대한 보완책이어야지, 한 나라 경제정책의 전부여선 곤란하다. 노동개혁과 규제혁파로 기업의 투자 여건을 조성해 민간기업과 함께 성장엔진을 돌려야 재정의 안정적 확보도 가능하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와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생맥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시나리오, 발표자료, 순서나 시간 제한이 없는 ‘4무四無 간담회’를 강조하는데 그쳐선 안 된다. 간담회에서 기업 대표들이 호소한 애로사항-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관세 보복-들은 상당 부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2분기 성장률이 0.6%(전분기 대비)로 다시 0%대로 주저앉은 데에는 사드 보복에 따른 자동차 등 운송장비 수출 감소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새 정부는 안보ㆍ통상 외교 차원에서 실력을 발휘해 기업들이 수출전선에서 적어도 정치적 문제로 고전하지 않도록 하라.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은 편이다. 과거 정부의 출범 첫해와 비교하면 대내외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괜찮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다. 이참에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등 과거 정부에서 손대지 못한 묵은 숙제도 해결하라. 아울러 4대 경제 패러다임 축 중 하나인 ‘혁신 성장’의 틀을 견고하게 마련해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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