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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과제] 7530원이 낳은 슬픈 파편들소득주도형 성장모델 점검해야 할 때
[250호] 2017년 08월 01일 (화) 11:11:43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7530원.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확정된 2018년 최저시급이다. 지난해(6470원)보다 16.4% 늘었다. 2002년 이후 최고치다. 자, 그럼 최저임금도 올랐으니 소득주도형 성장모델에 올라타 장밋빛 미래만 그리면 되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을 점검해야 할 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최저임금 7530원이 낳은 슬픈 파편들을 살펴봤다.

▲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어서다.[사진=뉴시스]

수혜 못 보는 노동자 = 현행 최저임금법엔 큰 구멍이 있다. 사용자는 노동부장관의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받으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더구나 적용제외 인가율은 2016년 기준 98.9%에 달한다. 신청만 하면 다 승인을 받는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일반 최저임금이 4110원에서 5580원으로 35.7% 늘어날 동안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3036원에서 2727원으로 되레 10.2% 더 줄어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참에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변경희 한신대(재활학) 교수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제도를 즉각 폐지하면 기존에 고용된 중증장애인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객관적인 능력 평가 기준을 마련해서 정상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장애인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부터 잡아라 =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사업장을 감독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많다. 법으로 정해진 기준조차 무시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슨 소용 있겠냐는 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조차 못 받은 노동자는 2016년 기준 280만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14.6%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017년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31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자칫 최저임금 기준이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서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최저임금을 못 받는 이들 중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그들이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2016년 근로감독을 통해 적발한 최저임금 미지급 건수는 1278건, 사법처리 건수는 17건에 불과했다”면서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책 뒷받침 돼야 =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6470원일 때보다 매월 22만1540원을 더 받는다. 정부는 277만명의 노동자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올 거라고 분석했다.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급된다면 연간 7조3640억원의 돈이 노동자들에게 배분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시장에도 돈이 풀릴 거다.

그럼 내수가 바로 활기를 띨까. 그렇지 않을 거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고, 부작용까지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과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를 보려면 현실성 있는 경제정책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최저임금은 내수의 증가가 생산과 투자를 촉발하는 첫 단계일 뿐이고,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라면서 “녹색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대적 투자계획 없이 소비촉진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지원 대책 절실 =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예상했는지, 정부는 7월 16일 곧바로 소상공인ㆍ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내놨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약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소상공인들이 부담하게 될 최저임금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을 웃도는 인상분에 한해서다.

문제는 지원 대상의 선정이다. 일단 정부는 “4대보험 가입 사업장 가운데, 사업주의 신청을 받고, 최저임금 부담 능력을 판단한 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4대보험 가입률을 높인다는 취지인데, 당장 미가입 영세소상공인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 지원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지원 대상을 영세소상공인에 맞추다보니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원 대상 사업장의 인건비 증가분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고, 심사를 위한 행정비용도 클 것”이라면서 “차라리 사회보험료 사업자 분담분을 지원해주는 것이 비슷한 효과를 보면서 집행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득일까 어부지리일까 =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현실에 필요한 수준에 맞춰주려는 게 주요 목적이다. 하지만 가장 득을 보는 건 대기업 생산직 노동자들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기본급은 낮고, 성과급이나 수당이 높은 임금구조를 가진 경우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연봉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런 임금구조는 고액 연봉을 받는 공기업 노조가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직접적인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지는 않더라도 대기업 노조가 최저임금 인상이 더 높은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할 거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준모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최저임금 문제는 청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조업과 원ㆍ하도급 계약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서 “취지에 어긋나는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최저임금 산정 방식부터 새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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