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

전세계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대표부 중 최연소 대표(취임 당시). 한국대표부 중 최초의 여성 대표. 오로지 실적만으로 한국대표부를 톱10 안으로 끌어올린 주인공.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소연(48)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를 만난 이유다. 9월 20일 그를 만나 한국 기업이 독일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 김소연 대표는 독일이 우리나라와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우리에게 중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 괴리감이 적지만 중국은 외교 문제, 일본과는 역사 문제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과의 상황은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고, 일본은 어디서 어떻게 역사적인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파독 광부ㆍ간호사라는 산업 역군을 공유하고 있는 독일은 어떨까.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이하 한국대표부) 대표를 만나 우리 기업들이 독일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 NRW연방주는 어떤 지역인가요?
“약 8000만명의 독일 인구 중 1750만명이 NRW연방주에 살고 있습니다. 독일 내 인구밀도와 GDP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독일 최고의 투자거점이자 유럽의 관문이죠. 한국의 수도권으로 보시면 됩니다.”

✚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는 연방주정부 산하의 공기관입니다. NRW연방주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해외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각 지역 대표부는 NRW연방주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 전문가들과 직접 부딪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하죠.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는 독일 진출에 관심이 있는 모든 투자자에게 NRW연방주의 각종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제, 법률, 산업 클러스터 등의 정보를 자문해 줄만한 전문가들을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입니다.”

 

✚ 현재 독일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은 얼마나 되나요?
“현재 150여개 이상의 기업들이 독일에 진출해 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진출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삼성ㆍ현대차ㆍLGㆍ포스코 등 대기업도 있지만 우리 한국대표부를 통해 진출한 중소ㆍ중견기업도 여럿 있습니다.”

✚ 어떤 기업들이 있죠?

“유니테크ㆍ메타바이오메드 등 ‘월드클래스300기업협회’에 선정된 기업들이 한국대표부를 통해 독일에 진출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기업들이 NRW연방주의 뮐하임이나 뒤셀도르프 인근의 게임스 팩토리 루르에 많이 입주하고 있습니다.”

✚ 그들의 성적은 어떤가요?

“과거에는 마케팅을 위한 수동적인 진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선도기술을 보유한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하려는 능동적인 시도들이 많습니다. 특히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연구소들과 공동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도 적지 않아요. 일부 중소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죠.”

✚ 예를 들자면?

“자동차 부품기업인 유니테크는 아헨지역에 R&D센터를 설립해 기술마케팅(Tech
nology-Made in Germany) 전략으로 독일 고객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표부가 독일 진출단계부터 지원하고 있어 의미가 남다릅니다.”

✚ 독일에 적합한 분야가 있다면?

“독일에 진출할 때 단지 독일시장만 봐선 안 됩니다. 유럽의 중심국가인 독일을 발판으로 유럽시장 전체를 봐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독일에선 모든 산업에 기회가 있습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우수한 산업을 중심으로 진출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국가의 대부분은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생산을 넘겨줬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얼마든지 진출할 기회가 많다는 겁니다. 틈새시장으로 중저가 의료기기산업, 섬유산업을 노려볼 만도 합니다.”

✚ 제조업은 어렵나요?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일부 유통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제조업입니다. 인건비가 저렴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조기업들이 독일로 기반을 옮긴다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독일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제조업이 진입하기 어렵죠. 하지만 독일은 독일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그게 뭔가요?
“독일에는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인프라가 많습니다. 유럽시장의 수요도 발빠르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으로선 제조 기반을 독일로 옮기는 것보다 선도기술을 보유한 연구소ㆍ대학 등과 협력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유리할 겁니다. 독일의 우수한 인프라를 이용해 공동기술을 개발하고, 제조기반은 생산비용이 낮은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로 이동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독일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수도 있을까요?

“자동차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카 등 전장화가 확대할 것입니다. 새롭게 열리는 사업부문에 일찍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우수한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도전해볼 만합니다. 기존의 자동차 부품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품질이 상향평준화됐기 때문에 이제 중요한 건 가격경쟁력입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에도 기회가 있습니다.”

✚ 독일에서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죠?

“독일과 한국은 산업구조상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독일은 자동차 산업이 강합니다. 한국은 글로벌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독일의 자동차에 한국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어떨까요? 이런 식의 시너지 효과는 이상적이면서도 알찬 열매를 맺을 겁니다.”

✚ 침체된 한국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여러 문제가 얽힌 지금 상황에선 우리 기업 단독으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직접적으로 공략하기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어 진출하면 성공이 가능합니다. 독일은 우수한 원천 기술이 있지만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폭이 작고, 한국은 생산기술과 중국에 대한 이해가 우수합니다. 이런 양국 간의 협력은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라인강의 기적’을 경험한 독일과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한국은 경쟁이 아닌 윈윈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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