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콜라보 성공할까

불황에 빠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맥주와 궁합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수입맥주수제맥주 등으로 한껏 달아오른 맥주 덕 좀 보겠다는 심산이다. 최근엔 ‘커피와 맥주’ ‘도넛과 맥주’도 등장했다. 이 낯선 조합, 소비자의 관심을 얼마나 끌 수 있을까. 
▲ 과음하지 않는 문화와 함께 가볍게 즐기는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커피&도넛 공식을 내세우던 던킨도너츠가 맥주를 판다고? 그럼 도맥(도넛과 맥주)의 조합은 어떨까?” 던킨도너츠 홍대점. 맥주 판매를 시작한 던킨도너츠의 ‘콘셉트 스토어’다. 트렌디한 홍대 분위기에 맞춰 공간을 디자인했다는 소문대로 기존 매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티스트와의 협업해 선명한 색감의 그래피티 아트를 구현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도넛 매대보다 맥주와 핑거푸드의 진열이 먼저 눈에 띈다. 생맥주 기계와 바(Bar)까지 갖춰 맥주 한잔해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다. 하지만 이른 오후 시간 탓이었을까. 10명 안팎의 손님 중에 맥주를 마시는 이는 없었다. 

# 퇴근 시간이 지난 밤 여덟시 무렵. 폴바셋 한남 커피스테이션점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맥주 판매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직장인 무리 중에서 혼자 맥주를 시킨 김도영(38)씨는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와서 맥주를 주문했다”면서 “간단하게 한잔하기에 나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신메뉴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치맥(치킨과 맥주)에 비할 건 없지만 ‘피맥(피자와 맥주)’ ‘버맥(버거와 맥주)’ ‘떡맥(떡볶이와 맥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열에 커피 전문점, 디저트 전문점도 올라탔다. 커피나 디저트에 ‘맥주’를 히든카드로 내세운 것이다. 대표적인 업체 중 하나가 매일유업 계열사인 커피 전문점 폴바셋이다. 폴바셋은 2016년 3월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현재 89개 매장 중 41곳에서 맥주를 팔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맥주는 일본산 수입 맥주 ‘삿포로’. 폴바셋의 계열사인 엠즈베버리지가 이 맥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어 계열사간 윈윈(win-win)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 가격은 생맥주 기준 300mL(5000원), 420mL(6000원), 580mL(8900원) 등으로 커피 가격과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수준이다. 맥주와 곁들일 수 있는 라자냐와 감자튀김 등 간단한 안주 메뉴도 매장에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던킨도너츠도 9월 18일부터 홍대점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크래프트비어 업체인 ‘더부스’와 공급 계약을 맺고, 대동강 페일에일ㆍ국민 IPAㆍ긍정신 등 생맥주 4종과 병맥주 5종을 출시했다. 병맥주 기준 판매 가격은 6900~8900원 수준이다. 도너츠와 감자튀김, 해쉬브라운 등 간단한 핑거푸드도 함께 판매한다.

피맥ㆍ버맥ㆍ떡맥의 인기 
 

이렇게 프랜차이즈들이 맥주를 선택한 건 불황과 출혈경쟁 때문이다. 폴바셋의 경우 지난해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을 표방하며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5년 1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풀바셋 운영사 엠즈씨드는 이음해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지만 매장 구조조정, 신규 출점 중단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성장의 열매가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맨 효과를 봤다는 얘기다. 

던킨도너츠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세다. 2012년 2170억원이던 매출액은 2016년 177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문을 닫는 매장도 늘었다. 2014년 821개이던 매장수는 2015년 774개로 감소했다. 1년새 가맹점 51곳이 폐점했기 때문이다.

한껏 치열해진 디저트 시장에서 도넛 하나로 경쟁해야 하는 던킨도너츠로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이를 위한 신무기로 맥주를 선택한 셈이다. 

그렇다면 ‘맥주’는 불황의 늪에 빠진 프랜차이즈들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이들 업체는 긍정적인 청사진을 늘어놓고 있다. 수입맥주ㆍ수제맥주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맥주가 부담없이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에서다. 

폴바셋 관계자는 “과음하지 않고 맥주를 가볍게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혼술족이나 저녁시간 대에 커피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킨도너츠의 운영사인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수제맥주와 도넛의 조화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초기단계지만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살짝 다르다. 실제 맥주 판매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폴바셋 맥주 판매 매장의 경우, 전체 매출 중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아직 초기단계인 던킨도너츠도 맥주 판매 매장을 확대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맥주’가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커피 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 커핀그루나루, 카페베네, 패스트푸드점인 KFC의 일부 매장에서도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선례도 ‘글세올씨다’이다. 지난해 2월 맥도날드(판교점)는 시그니처버거와 함께 OB(프라이머OB) 생맥주를 판매했다. 미국과 유럽의 맥도날드에선 맥주를 팔고 있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최초의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맥도날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 ‘버맥’을 한국에서도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맥주를 파는 첫 매장으로 IT업계 벤처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 테크노밸리(판교점)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2016년 ‘맥도날드+맥주’ 참패  
▲ 던킨도너츠는 홍대점을 리모델링하고 맥주를 판매하는 콘셉트 스토어로 오픈했다.[사진=던킨도너츠 제공]

하지만 성적은 뼈아팠다.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1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기대보다 맥주 수요가 적었다”면서 “패스트푸드점 단골 고객층이 청소년ㆍ학생인 탓에 신분증 확인 등 판매절차가 복잡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시범 운영 성과가 좋으면 판매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면서 “현재로선 맥주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승신 건국대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맥주 판매에 나서는 건 맥주가 가볍게 즐기는 대중적인 기호식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면서 “수입맥주ㆍ수제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이들 업체의 시도가 소비자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