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안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보문고 합정점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안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와 함께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라는 주제로 ‘수요낭독공감’ 행사를 함께 열었기 때문입니다. 

수요낭독공감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
수요낭독공감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 둘래’

이번 수요낭독공감을 준비하며 안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시와 소설을 준비하고, 주제에 맞는 영상물을 제작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학생들의 정성이 담긴 영상을 상영하고 학생들의 작품들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사회를 맡은 심수현 김가연 학생은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동경해왔고 동경하고 있지만, 이제는 간절히 바라기만 하는 것을 그만두고 주인공이 되어 낭독회를 준비하게 되었다”며 이번 낭독회를 준비한 포부를 밝혔습니다.

​첫 번째 낭독한 시는 정예빈 학생의 ‘더듬이’였습니다. 이 시는 제21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국고교생 문예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하기도 한 시로, 정예빈 학생은 벌레의 모습을 빌어 어느 가족이나 감춰온 불행을 이야기합니다. 조선우, 노경희 학생이 담담한 목소리로 이 시를 낭독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더듬이’ 시 관련 영상물
학생들이 직접 만든 ‘더듬이’ 시 관련 영상물

거실 벽면에 걸린 가족사진

튀어나온 못처럼 솟는 더듬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구충제를 나눠 먹은 사이잖아요 서로 입안에 넣어준 불행을 꿀떡 삼키면 그때부터 식구가 되었지요 목구멍에 걸린 알약 같을 거라구요 삼킬수록 쓴 맛은 온종일 혀 끝에 덧대어졌어요 휴지로 지그시 누르듯이, 너머를 상상하는 방식으로만 서로를 이해했잖아요

꼭 닫힌 방문 말이에요

(중략)

바퀴벌레들은 벽지 속을 나누어 먹다가 더는 솎아낼 불행이 없을 때 밖으로 하나, 둘 튀어나온다는데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슬픔을 나눠 먹어야 더듬이 같은 언어를 가질 수 있을까요 자꾸 속으로만 자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밤이면 차곡차곡 쌓아올린 뒷다리가 마구 저렸어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상물에 이어 시가 낭송이 끝나자 청중들은 시에 빠져든 듯 무겁고도 따듯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두 번째 낭독은 유수진, 이예경 학생이 맡았습니다. 두 학생이 낭독한 시는 김수빈 학생의 ‘대도시’였습니다. 이 시는 2019 추계 청소년 문학상에서 무려 1등을 차지한 시입니다. ‘대도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과 도시의 공사현장을 통해 위태로운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도시화에 대한 김수빈 학생의 깊은 시 세계를 알 수 있는 시였답니다.

시를 낭독하는 학생들
시를 낭독하는 학생들

대도시는 이 작은 빵 한 장에서 시작되었지.

주문번호가 몰려오면 우리는 재빠르게 빵들을 올려놓아. 푸석하게 식은 빵의 한쪽 면들은 한여름 태양 아래 타들어간 사람들의 누런 얼굴을 닮았지.

(중략)

모서리를 향해 뻗은 빌딩은 피라미드를 닮아있어. 우리는 지금 과거를 향해 돌아가는 중일까. 사람들의 정수리는 눈알처럼 이곳을 향하고, 위태롭게 허공을 휘젓는 인부들.

인부들은 햄버거를 입에 넣는다. 압축된 것들이 자꾸만 허공에서 쏟아졌다. 위태롭게 무너질 듯 서 있는 햄버거들이 이곳에 가득하다.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 도시를 패스트푸드로 연결시켜 쓴 이 작품은 높아져만 가는 도시의 건물들과 허리를 굽혀 그 건물들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도시의 모순을 드러낸 시입니다. 

​이날 학생들은 이 밖에도 학생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작품들을 낭송했습니다. 임금 체불 등 노동문제에 대해 아름다운 오르골 소리에 대비시켜 2018 최명희 청년문학상에 당선된 석예원 학생의 시 ‘오르골’, 제25회 한국작가회의 전국고교생 백일장에서 ‘초능력’이 시제로 나오자 자신의 유년시절 상처를 치유하는 초능력에 대한 시를 써 입선한 배예빈 학생의 ‘초능력’,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시를 재인용하고 재해석하여 반지하에 물이 넘친 상황을 시로 표현한 정다운 학생의 ‘결여된 것들의 목적지’ 등 모두 아홉 개의 학생들의 작품이 낭독되었던 것입니다. 

안양예술고등학교 황영남 교장 선생님
안양예술고등학교 황영남 교장 선생님

이날 자리에 참석한 황영남 교장 선생님은 ‘이번 낭독회를 통해서 학생들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깊다는 것을 알았다’며 ‘청년들을 위한 오아시스는 분명히 있으니 끝까지 힘내달라’고 격려사를 전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를 준비한 김가현 학생은 행사를 준비하며 친구들과 작품 비평에 대한 의견을 좁히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함께 행사를 무사히 마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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