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거래소 허가하고 세금도 매기자
[양재찬의 프리즘] 거래소 허가하고 세금도 매기자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272
  • 승인 2018.01.15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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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기 광풍 억제책
 

1월 11일 벌어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은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초래한 관재官災 성격이 짙다. 300만명 정도가 투자하고 하루 수조원이 거래되는 시장에 대한 폐쇄 문제를 법무부 장관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부터가 문제였다. 청와대가 확정된 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경제부총리도 이튿날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이 누군가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다른 누군가는 이득을 챙겼을 것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고 막대한 자금이 오가는 시장에 대한 조치는 그렇게 불쑥 내놓아선 안 된다. 금융ㆍ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장중場中이 아닌 시장이 열리기 전이나 끝난 뒤 하는 이유다. 정부의 주요 정책도 문서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하는 것이 정석이다.

차제에 가상화폐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대응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접근 방식으로 가상화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고려하자. 대학생에 취업준비생, 고교생까지 뛰어들어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좀비족까지 나타나는 투기 광풍은 억제해야겠지만, 차세대 디지털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일부 국가의 가게에서 현금 대신 가상화폐로 물건 값을 치르는 것처럼 가상화폐가 미래에 제3의 통화로서 기축통화인 달러나 유로화를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다수 서버에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 중 하나다. 가상화폐를 통해 검증된 블록체인 기술이 차세대 보안 수단으로 주목받는 점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필름업체인 이스트먼코닥은 블록체인 기술이 불법 다운로드를 어렵게 해 사진작가의 작품 관리 해법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며 1월 말 코닥코인을 발행할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기 광풍에 대한 대응은 제도적으로 정교하게 마련하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하는 것으로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차단할 수는 없다. 중국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모집을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일부 거래소는 홍콩으로 옮겨갔다. 또 많은 사람들이 개인간 거래(P2P)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사고팔았다. 거래소를 폐쇄하면 가상화폐 거래가 오히려 음성화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해진 설립요건이 없어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지난 2년 새 100여개가 생겼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하는 일은 증권거래소와 비슷한데 영업은 인터넷 쇼핑업체처럼 해온 셈이다. 게다가 수수료에 대한 과세 부담이 없어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면서도 투자자 보호장치는 갖추고 있지 않다. 그 바람에 해킹에 취약하고 서버가 중단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발했다. 한마디로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돈 놓고 돈 먹는 투기장화한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장치 등 요건을 갖춘 곳에 한해 영업을 허용하는 허가제로 바꿔야 마땅하다. 또한 거래시 실명 확인을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불법 자금의 세탁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 거래 수수료에 대한 과세는 물론 개인의 투자수익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거래 단계와 투자수익에 세금이 매겨진다면 투기거래는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로 하여금 회사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해 관리토록 하고, 외부 감사를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 이런 일은 여러 부처가 관련된 만큼 총리실이 총괄하고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이참에 ‘김치 프리미엄(외국보다 한국에서 가상화폐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현상)’이란 말이 나돌 만큼 투기장화환 배경도 들여다보자. 행여 일자리 찾기는 어렵고 월급 말고 다른 것은 다 오르는 암담한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은 아닌지. 정치권은 특히 가상화폐 투자 행렬에 쌈짓돈으로 대박을 꿈꾸는 2030 세대들이 많은 이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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