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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내 PC 돈 벌어 준다면…”인터뷰 | 홍성수 코넌 CTO
[282호] 2018년 04월 04일 (수) 12:24:41
김다린 기자 quill@thescoop.co.kr
▲ 백서는 블록체인 기업의 핵심 기술과 가치가 담긴 문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신新기술의 미래를 상상하는 건 무척 즐겁다. 블록체인이 그렇다. 중앙은행과 대기업이 움켜쥔 통제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거다. 개인 간의 합의로 규칙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블록체인의 중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진짜 혁신 기술로 불리기엔 아직 허점이 많다. 우리나라에선 재테크 혹은 투기 수단으로만 조명되기도 했다.

그래서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백서(White Paper)’를 발행한다. 서비스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서다. 이를 꼼꼼히 훑으면, 블록체인의 미래도 분명해질지 모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블록체인 백서탐방’을 시작한다. 분산컴퓨팅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한 ‘코넌(CONUN)’이 첫 번째다.

16억6000만 달러(약 1조7600억원). 올해 2월까지 가상화폐 공개(ICO) 시장에 모인 자금이다. 두달 만에 막대한 돈이 모일 수 있던 동력은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을 혁신 패러다임으로 판단하고 뛰어드는 기업과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거다. 코넌 역시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남다른 게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홍성수 CTO를 만나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물었다.

▲ 홍성수 코넌 CTO는 “수많은 유휴 컴퓨팅 자원을 공유해 각종 글로벌 연구개발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사진=천막사진관]

블록체인 붐이다. 구글, 삼성, 알리바바 등 굴지의 기업도 매료됐다. 실제로 블록체인의 미래는 참 달콤하다. 탈脫중앙화, 중앙기관 없이도 어떤 거래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블록체인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건 아니다. 법과 규제는 미완이고, 해결해야 할 기술 문제도 숱하다.

블록체인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도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이 유명해진 계기는 ‘가상화폐 열풍’이다. 널뛰는 가상화폐 시장에 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번졌다.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두고도 “혁신이 맞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이유다.

코넌(CONUN) 역시 청사진과 냉정한 시선이 엇갈리는 블록체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스타트업이다.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기술의 혁신성과 가상화폐의 유용한 활용을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코넌은 엉뚱한 목표를 늘어놓는다.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인류에 필요한 연구ㆍ개발(R&D)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다.” 무슨 소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홍성수 코넌 총괄기술이사(CTO)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 수많은 암호화폐가 쏟아지고 있다. 코넌은 뭐가 다른가.
“우리의 목적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를 만드는 게 아니다. 코넌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슈퍼컴퓨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 분산 슈퍼컴퓨팅이 뭔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PC의 유휴 연산 능력을 하나로 통합해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기술이다. 개인 PC 하나는 복잡한 계산을 하는데 힘에 부치지만, 여러 개를 모으면 수월하게 할 수 있다.”

✚ 블록체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분산컴퓨팅은 블록체인의 핵심 기치인 탈중앙화와 맥이 닿아있다. 예컨대, 대기업과 분산컴퓨팅은 안 맞는 조합이다. 대기업은 데이터를 통제하길 원하는데 분산컴퓨팅에는 중앙기관이 없다. 그저 개개인의 PC가 힘을 합쳐 하나의 목적을 수월하게 해낼 뿐이다.”

블록체인은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업계가 우려하는 요소가 있다. 블록체인 붐에 기대 한탕 해보자는 ‘유사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블록체인이 없어도 구현이 가능한 데도 이슈를 끌기 위해 이 기술을 접목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블록체인엔 거품, 과장 그리고 사기가 판치는 시장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이 회사는 다를까.

✚ 분산컴퓨팅에 블록체인이 꼭 필요한 건가.
“분산컴퓨팅의 역사를 먼저 보자. 1999년 ‘세티(SETI@home) 프로젝트’가 출발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 PC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바로 외계생명체 관측이다. 드넓은 우주에 있는 외계 전파 자료를 받아 분석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많은 PC의 컴퓨팅파워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코넌 플랫폼의 비밀

✚ 어떤 문제인가.
“세티 프로젝트에 PC를 연결한 참여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버려지는 시스템 자원을 좋은 일에 쓴다는, 일종의 ‘봉사활동’이다. 분산컴퓨팅이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상업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다.”

 

✚ 블록체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참여자들에게 가상화폐를 줄 수 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자체 토큰을 발행할 계획이다. 또한 코넌 플랫폼을 활용한 자체 거래소도 구축한다. 물론 비트코인처럼 화폐 활용이 주요 목적은 아니다.”

홍 이사가 설명하는 코넌의 운영 방식은 이렇다. 플랫폼에 참여하고 싶은 A는 먼저 코넌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여기엔 대량의 컴퓨팅파워가 필요한 수많은 연구 목록들이 뜬다. 이중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면 A의 PC에 유휴 컴퓨팅 파워가 연결된다. 내 PC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사용에 최소한의 영향만 줄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단일 컴퓨터로는 어려웠던 고속연산과 대량 데이터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A는 기여도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는 단체로부터 ‘코넌토큰’을 받는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이를 분석할 컴퓨터와 데이터가 없는 단체 혹은 개인 역시 플랫폼에 참여하는 게 어렵지 않다. 코넌이 발행한 토큰을 구입해 프로젝트에 배정하면 참여자들이 올거고, 그 참여자들의 PC 파워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된다.

✚ 결국 코넌의 핵심도 가상화폐인가.
“코넌토큰이 수백배로 가격이 널뛰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니다. 코넌토큰의 역할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연료 같은 거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성능 컴퓨터를 사고도 작업 대부분을 인터넷 검색, 문서 작성, 컴퓨터 게임 등에만 쓴다. 작더라도 금전적인 이득이 있다면, 남아도는 ‘내 PC 파워’를 나누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나쁜 일도 아니지 않은가. 어쩌면 인류 역사에 기여할 중요한 프로젝트에 내 PC 파워가 쓰일지 모른다.”

✚ 슈퍼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야 할 텐데.

“많다. 그리고 이들은 절실하다. 대기업이야 슈퍼컴퓨터 한 대 사면 될 일이지만 중소기업, 규모가 작은 연구실에선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4차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공룡 IT 기업들이 주도하는 이유다. 당장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의 학습 속도를 결정짓는 게 컴퓨팅파워다. 알파고만 해도 CPU 1202개, GPU 176개를 썼다.”

✚ 참여자를 모으려면 코넌토큰의 가치도 끌어올려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엔 훌륭한 테스트베드가 있다. 바로 PC방이다. 전국에 있는 PC방에 유휴 PC가 90만대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은 고사양 게임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성능도 뛰어나다.”

핵심은 분산컴퓨팅

홍 이사는 지난해 말 번진 가상화폐 열풍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다만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는 기존 경제 게임의 룰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분산컴퓨팅의 가능성을 일찍이 파악하고서도 사용자를 유인할 당근이 없던 그는 눈이 번쩍 뜨였다. 블록체인 시스템에선 참여자를 유인할 동기를 만들 수 있어서다. 홍 이사는 “가상화폐보단 블록체인을 통해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도 밝다. 코넌의 미래 플랜엔 접속기기를 스마트폰으로 넓힌다.

✚ 코넌 플랫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엔 훌륭한 인재가 많다. 이들에겐 각종 글로벌 IT 이슈를 이끌 수 있는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그런데 이를 감당할 하드웨어가 부족하다. AI를 비롯한 각종 글로벌 첨단 기술을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걸 보고 싶다. 코넌 플랫폼이 정착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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