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대상 수상작은 현실 사회 문제 짚은 극단 놀땅의 ‘심사’!
-희곡상 영광 안은 극단 이루 손기호 작가, ‘누굽니까?’를 통해 ‘진실’의 본질 파헤치다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단막극의 성장과 확장에 기여하는 기폭제 될 것”

[ 뉴스페이퍼 = 조은별 기자 ]노작홍사용문학관과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일주일 간의 문학 축제 ‘2019 노작문학제’가 26일 행사를 끝으로 성료되었다. 2019 노작문학제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19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화성시와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최했다. 

​2019 노작문학제 현장에서는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가 함께 진행되었다.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는 일제강점기, 탄압과 검열에도 불구하고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 운동을 펼쳐던 노작 홍사용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8년 처음 제정되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측은 “노작 홍사용 선생의 작품 활동은 일본에 의해 중단되었지만, 후속 세대를 통해 그의 정신과 활동이 계속 이어져가기를 바란다.”라며 단막극제의 취지를 밝혔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에서 상연된 극단 은행나무의 '고등어' [ 사진 = 조은별 기자 ]

올해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에는 작년 치러진 제1회 단막극제의 두 배 수준인 50여 곳의 극단이 응모했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극단 선의 ‘산유화’, 극단 이루의 ‘누굽니까?’, 극한계돌파진격단 혈우의 ‘마지막 수업’, 젊은 극단 늘의 ‘천상천하’, 극단 놀땅의 ‘심사’, 극단 은행나무의 ‘고등어’로 구성된 총 여섯 작품이 본선이 진출했다. 본선 진출작은 하루에 두 편씩으로 나누어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에 걸쳐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에서 상연되었으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관람 신청을 접수했다.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에는 시민들의 열띤 호응이 이어져 준비된 좌석이 일찍이 매진되기도 했다.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시민들이었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시민평가단을 모집해 일반 관객들에게 직접 작품을 평가할 기회를 마련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측은 “앞으로 이어질 단막극제에서는 시민평가단의 역할과 의미를 보다 확장하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진 단막극제로 거듭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제2회 노작홍사용문창작단막극제 시상을 맡은 노작홍사용문학관 손택수 관장 [ 사진 = 조은별 기자 ]

6편의 본선 경영작 상연이 모두 종료된 10월 26일 오후에는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단막극제 심사는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 극단 고래 이해성 대표, 최치언 연출가가 담당했으며, 희곡상과 대상을 각각 선정했다. 

​희곡상은 극단 이루가 상연한 작품 ‘누굽니까?’를 창작한 손기호 작가에게 돌아갔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누굽니까?’는 자칫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관념적 문제를 3중 구조의 극 연출과 뚜렷한 캐릭터로 매끄럽게 그려냈다.”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이어 그는 “극의 구조와 서사 간의 유기성이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전체적인 운영이 안정적이었기에 희곡상 대상자로 선정했다.”라며 선정 경위를 밝혔다.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희곡상을 수상한 극단 이루의 손기호 작가 [ 사진 = 조은별 기자 ]

아무도 모르는 당신은 누굽니까?

손기호, "누굽니까?" 중에서

손기호 작가의 ‘누굽니까?’ 속에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째는 극중에 등장하는 희곡 ‘내가 누구인지 내게 말해줄 자 누구인가’(이하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인물 ‘여배우’와 ‘연출가’, ‘후배 연출가’,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작가’ 네 사람이 얽혀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강사인 연출가의 과제 때문에 ‘마임극’을 관람하러 극장에 방문한 대학생 ‘핸드폰녀’와 ‘긴머리녀’, 관객 ‘중년여인’을 둘러싼 휴대폰 도난 사건이며, 세 번째는 앞선 인물들이 관람하는 ‘무대 속 무대’ 위 공연 팬터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굽니까?’는 극 속의 극, 극 밖의 현실 경계를 무너뜨려 관객의 혼란을 야기하고 그로부터 질문과 탐색을 이끌어내는 메타극으로서 실험적인 형식을 띠고 있다.

​‘누굽니까?’의 주된 배경은 현실의 관객이 모여 있는 극장 안이다. 공연 시작과 함께 이들의 무대는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으로 설정되며, 메타극적 요소로서 ‘극장 안내원’ 캐릭터가 등장해 실제 안내 멘트와 같은 대사를 읆으며 관극들의 몰입을 돕는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여배우와 연출가는 희곡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극을 끌어간다. 작중 연극 희곡으로 등장하는 ‘누구인가’는 ‘희곡여배우’와 ‘희곡연출가’, ‘후배 희곡연출가’, ‘희곡작가’ 네 인물이 섞여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내가 사랑한 그는 누구이며 그가 사랑한 나는 누구인지, 모두를 사랑하는 동시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빠져드는 내용이다. 연극 ‘누굽니까?’에 등장하는 여배우와 연출가, 후배 연출가, 작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여배우는 작가와 연출가, 후배 연출가 모두에게 다른 정보를 흘리고, 이들 중 누구도 여배우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없다. 결국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어디서부터가 극의 내용이고 희곡의 내용인지, 어디까지가 연출된 무대이고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채 ‘모두가 있다고 믿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진실의 본질에 다가서게 된다.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대상을 수상한 극단 놀땅의 최진아 대표(좌), 시상을 맡은 손택수 관장(우)  [ 사진 = 조은별 기자 ]

​이어진 제2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대상 수상자로는 극단 놀땅의 ‘심사’가 호명되었다. ‘심사’는 “난민이라는, 이미 다가온 한국 사회의 미래를 다룬 작품”으로서 “동시대에 발생한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둘러싼 상반된 입장들을 균형있게 제시하여 관객들에게 고민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라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아 대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캐릭터의 개연성이나 서사성 측면에서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라며 축하를 전했다. 

내 양심은 내게 사실을 말하라 하고, 내 두려움은 나에게 책략을 쓰라 한다.

최진아, "심사" 중에서

놀땅이 상연한 작품 ‘심사’는 예맨 출신 망명자 ‘무하메드’와 한국에서 그의 난민 심사를 진행하는 ‘심사관1’, 무하메드를 심문하고 심사관1에게 통역해 전달하는 ‘심사관2’, 총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회고발극이다. 심사관1은 “저 사람들의 인권과 기본 생존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지만, 심사관2는 “자국민의 권리가 우선입니다.”, “난민법은 진짜 난민들을 위한 정책입니다.”라고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예맨 항공사 직원이었던 무하메드는 징집되어 전쟁에 참여한 바 있고, 병든 어머니와 여동생을 본국에 두고 떠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난민으로서의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단지 “평화롭게 살고” 싶었을 뿐인 무하메드는 두 심사관 앞에서 저울질 당하며 ‘진짜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지, 양심에 따라 ‘진짜 자신’을 보여줘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심사관들은 두려움에 떨며 “나를 어떻게 할 건가요?”라고 말하는 무하메드에게 “결과는 기다려야 한다.”라는 안내 절차만을 남기고, “저들을 다 어떻게 심사해야 할지.”라는 중얼거림을 통해 여전히 무수한 ‘무하메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심사위원단을 대표해 자리한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은 “이번 행사는 단막극제로 기획되었으나, 전반적으로 단막극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까지 단막극을 집중적으로 조명할 기회가 적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고 밝힌 그는 “노작 홍사용 선생과 그를 기념하는 단막극제와 같은 사업들이 극작가들에게 있어 단막극에 대한 관심과 생산을 증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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