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가좌역에 내리면 행복주택건설 지구와 함께 매해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소문만 무성한 상가동이 나온다.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이 골목길에 ‘무도메들리’가 있다. 콜라텍과 함께 한시대를 풍미했던 무도메들리는 이제 낡아버렸으며 젊은 세대들에겐 낯선 곳이다. 지난 21일 신세대무도메들리에 젊은 시인들이 모였다. 공전 문학나이트2019가 열린 것이다. 

입장권으로 '문학나이트2019'가 적힌 컨디션환을 받았다.  [사진= 이민우 기자]
입장권으로 '문학나이트2019'가 적힌 컨디션환을 받았다. [사진= 이민우 기자]

지난 21일 진행된 "공전 문학나이트 2019"는 문학레이블 공전이 주최, 주관한 행사로 김수온, 김연덕, 김종연, 김지연, 김현, 류진, 박세랑, 안태운, 유수연, 이리, 이유수, 이원석, 임국영, 장성호, 전욱진, 정재율, 정지향, 조대한, 조찬연, 조해주 등 젊은 작가들이 모였다. 

​공전은 문학 서적 추천 시스템인 북어드바이징을 기반으로 설립된 문학 레이블이다. 이들은 신인 문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종합 문학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비주얼 문예지 ‘모티프(MOTIF)’를 발행했으며 패션과 문학을 융합하여 깊이 있는 사유를 유지하면서도 문학이 독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유롭게 시를 낭독하는 젊은 시인들 [사진 = 이민우 기자]
자유롭게 시를 낭독하는 젊은 작가들 [사진 = 이민우 기자]
자유롭게 시를 낭독하는 젊은 작가들 [사진 = 이민우 기자]

비어있는 무도회장엔 각자의 스토리가 들어섰다. 빈 공간에 책상이 들어와 좌석이 되고 노래방 기기 반주에 맞춰 젊은 시인들의 낭독이 펼쳐졌다. 공연을 보러 온 독자들은 낭독을 듣기도 하고 자유로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유수연 편집장은 이를 ‘자유음주낭독파티’라고 칭했다. 

2019년은 18년에 이어 독립문예지와 창작동인들이 대두되는 해였다. 문학이 기존의 문단 출판 시스템을 벗어났으며 다양성과 실험적인 출판 방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고일대로 고여버린 문학 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문학관이 성립되기 위한 걸음으로 해석된다. 

​공전이 만들고 있는 모티프는 패션과 문학이 합쳐지며 등단과 비등단의 벽이 허물어지며 우리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했다. 이날 행사에서 유수연 발행인은 “그간 우리가 해왔던 일들이 오늘이 이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더불어 새해에 새로 할 것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다.”라고 표현했다.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낭독하는 시는 노래 같다가 랩을 하는 듯하다가 본래의 시로 돌아오곤 했다. 낯선 공간에 모인 젊은 작가들은 한해의 근황을 이야기하고 문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들과 싸운 얘기나 고양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양한 시인들과 독자들이 모였기에 그만큼 이야기도 풍부했다. 

문학레이블 공전의 유수연 시인이 행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사진 = 이민우 기자]
문학레이블 공전의 유수연 발행인이 행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사진 = 이민우 기자]

낡은 무도메들리에 젊은 시인들이 모이고 시가 노래방 반주에 맞추어 읽히고 문학이 안주가 되고 이런 낯선 경험들은 공전의 행보를 닮았다. 본 기자는 늦은 저녁까지 술을 마시다 헤어졌다. 남은 사람들은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20년 한국문학은 어디로 흘러갈까? 

​문학과 출판 시스템 구조의 변화 속에서 공전의 걸음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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