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공급률, 공공기관 납품 등 일부 개선점 짚어

책방 ‘서점안착’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 ‘서점안착’ 내부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반려견과 늘 함께 오는 단골손님이 있는데, 한 번도 혼자 오신 적이 없습니다. 같은 반려인으로서 항상 반가워요. 그리고, 저희 서점에 올 때마다 한 번에 대여섯 권 이상 책을 사가던 분이 계셨어요. ‘책을 엄청 많이 읽는구나’, ‘책을 다 어디에다 두려나’ 생각하게 했던 분인데, 올해 2월에 작은 책방을 오픈했습니다. 아직 축하 인사를 드리러 가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인천 독립서점 ‘서점안착’의 마스코트 ‘호미’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인천 독립서점 ‘서점안착’의 마스코트 ‘호미’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유승원 기자] 인천의 신도시 한 골목에 ‘장르 구별 없는 문화 아지트’를 꿈꾸는 동네책방 ‘서점안착’이 자리하고 있다. 반려견 ‘호미’가 해맑은 얼굴로 반겨주는 ‘서점안착’에서는 책방지기의 애정이 묻은 북큐레이션, 시낭독회, 독서모임, 다양한 독립출판물이 함께한다.

독립서점 ‘서점안착’은 서울에서 평생을 살다가 인천으로 이사 온 지 4년 차에 접어든 김미정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가족과 친구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동네에서 작은 책방을 차리면서 “서점도 나도 이곳에 안착에서 오래도록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점안착’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책방 ‘서점안착’ 외부 모습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 ‘서점안착’ 외부 모습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 ‘서점안착’은 ‘호미사진관’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다른 많은 지역서점, 동네책방이 그러하듯 책만 팔아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김미정 대표의 반려견 호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점안착’은 반려견과 함께 들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서점이다.

최근에는 이병국, 정우신, 조율 시인이 참여한 ‘봄꽃안착’ 시낭독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김미정 대표는 “처음 여러 가지 행사나 모임을 기획했을 때는 그저 서점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신도시 구석에 있다 보니 알릴 방법이 SNS 홍보밖에 없었다.”라며 “신기하게도 인스타그램에 서점 오픈을 알린 바로 다음 날부터 손님이 왔다. 다른 홍보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 후 기왕 서점안착에 들러주는 손님들께 서울이나 인천의 구도심에 가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드리려 한다.”고 첨언했다.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오프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 도서관과는 달리 동네책방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로는 ‘서점 운영자의 큐레이션 서가’가 있다. 대형서점의 딱딱한 분류에서 벗어난 저마다의 서가 구성과 세심한 메모들은 책을 고르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도우미가 된다.

‘서점안착’ 책장의 경우 책방지기가 유독 좋아하는 책, 꼭 한번은 권하고 싶은 책, 또는 작가의 열정에 감동하여 소개하고 싶은 책, 손님들께 추천받은 책 등으로 구성한다. 김미정 대표는 “직접 펼쳐보고, 읽어보고, 운영자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점에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작은 서점만이 가진 가치를 설명했다.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한편, 온종일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틈날 때 책을 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책방지기만의 낭만적 지점 뒤에는 다소 가슴 아픈 현실도 존재한다. 

‘서점안착’ 김미정 대표는 “말 그대로 수익률이 아주 적다는 것. 책을 박리다매할 수 없는데, 그렇게 해야만 돈을 벌 구조라는 것. 생각보다 틈이 잘 나지 않아서 책을 진득하게 읽기가 어렵고, 꾸준한 메일링과 SNS를 해야 하는 점”을 언급하며 “특히 SNS 같은 경우 흥미가 좀 있어야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쉽지 않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동네책방, 지역서점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는 단연 ‘온라인 서점’이 화두에 올랐다. ‘서점안착’의 김미정 대표는 “책방을 하기 전에 나도 자주 이용했던 온라인 서점은 10%씩 기본 할인을 해주고, 배송비도 무료인 경우가 많아서 아무래도 동네책방, 지역서점이 경쟁하기 힘이 든다.”고 했다. ‘서점안착’에서는 이 같은 지점을 극복하고자 대형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을 선별해 독립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들을 판매하고 있다.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인천 ‘서점안착’ 서가 중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책방 ‘서점안착’ 외부 모습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 ‘서점안착’ 외부 모습 [사진 = 이민우 기자, 편집 = 김보관 기자]

책방 각각의 노력 외에 제도적 개선점도 논의됐다. 김미정 대표는 “기본적으로 도서정가제가 지켜지고 할인율이 5% 내외였으면 한다.”는 부분과 더불어 “공급률에 관해서는 책을 제작하는 과정이 다 다르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대형서점과 지역서점의 공급률은 맞춰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에 의하면 공공기관 납품의 경우 정가의 10% 할인가에서 시작해 입찰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서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다른 서점의 이름을 빌려 납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후자의 경우 입찰과 납품의 전반적인 과정을 다른 사업자가 대리 진행하고 명의를 빌려준 서점과 비용을 나눠 가지는 형식으로 도서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김미정 대표는 “도서정가를 지키면서 공공기관과 같은 지역에 있는 서점들에 동일한 기회를 주고, 돌아가면서 납품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받은 타격도 적지 않다. 평소 이웃 지역에서도 방문하던 손님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인천 서구, 청라와 가정지구 등 신도시 특성상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기에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서점안착’의 김미정 대표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마음을 잘 쓰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것”이라는 천상병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마음을 잘 쓰고 있으니, 코로나19가 가고 날이 다시 좋아지면 많이들 와주시겠죠.”라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벚꽃 만연한 봄날, 인천의 작은 책방에도 따듯한 볕이 들길 바란다.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