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다양한 SNS와 현시대 예술의 신선한 접목

아르코미술관 앞 [사진 = 김보관 기자]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근 10여 년간 SNS는 일상 속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여행하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SNS 업로드를 염두에 두곤 한다. 그야말로 ‘SNS의 시대’에서 현대 미술은 과연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았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년 시각예술창작산실 전시지원 선정작인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전시는 SNS가 현대인과 동시대 예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해당 전시는 총 17인(팀)이 참여해 60여 점의 회화, 영상, 설치 등으로 구성되며 7월 9일부터 오는 8월 23일까지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관장 [사진 = 김보관 기자]

개막에 앞서 펼쳐진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 기자 간담회에서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관장은 “어려운 가운데 오늘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그간 전시 준비에 애써온 기획자와 작가님들을 지면으로나마 소개해드리기 위함이다.”라는 말로 간담회의 취지를 밝혔다.

강성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과 이번 전시를 공동기획한 이은주 큐레이터는 “우리는 일상적 소통 기제인 SNS가 어떻게 새로운 예술의 형식을 만들고 내용을 변화시키는가에 집중했다.”며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SNS를 통해 대안공간 세대와 신생공간 세대 간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아사란 작가의 ‘Moment, Moment, Moment’
인쇄되는 즉시 수조로 폐기되는 종이를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소실되는 SNS 정보를 나타낸다. [사진 = 김보관 기자]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전은 SNS 소통 채널을 방법론으로 활용하는 차세대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집결하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뉴미디어 시대 예술의 현황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장 바깥에 설치된 포토 월 [사진 = 김보관 기자]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 이번 전시는 △SNS 이미지 속성의 활용 또는 탐구,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넘는 소통의 기제로의 SNS 활용, △SNS 미디어의 알고리즘 활용, △SNS상의 가상적 정체성, 현실과 가상의 관계 탐구, △SNS 콘텐츠 안의 욕망과 이데올로기와 SNS로 야기된 사회현상을 다룬 작품으로 구성된다. 

전시디자인을 맡은 길종상가 팀은 각 작품의 유형별로 섹션을 나누는 대신 가볍고 유동성 있는 설치물을 통해 SNS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1층과 2층으로 이뤄지는 전시장에서는 입체적인 구조물과 바퀴가 달린 전시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김진현 작가의 ‘Muhlenbergia capillaris’를 소개하는 이은주 큐레이터 [사진 = 김보관 기자]
김도균 작가의 ‘instagram@kdkkdk_polaroid ver. 20191218_KE0865 ICN CAN’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그중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의 이미지 속성을 탐구한 김진현 작가의 경우‘Muhlenbergia capillaris’를 통해 한때 SNS에서 크게 유행한 핑크뮬리의 사진의 데이터 유실을 작품화했다. 나란히 연결된 사진은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거치며 미묘하게 소실되는 데이터를 드러낸다.

또한, 김도균 작가는 인스타그램의 로고이기도 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다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함으로써 원본과 복제물, 물질과 비물질,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사진의 위상을 탐구한다. 

손윤원 작가와 라나 머토키 작가의 ‘연결풍경 Linking Scenery’ [사진= 김보관 기자]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넘는 소통의 기제로 SNS 활용한 사례로는 손윤원 작가와 라나 머토키 작가의 협업도 주목된다. 서로 다른 성정체성을 띈 두 작가는 원격으로 대화를 나누며 동시대 관심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대화는 사운드 파일로 제작돼 원하는 관람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된다.

두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해당 작가의 포스터와 카카오톡 연락처는 전시장 바깥에 따로 비치되어 과외 전단과 같이 떼어서 소장할 수 있게 제작됐다. SNS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다시 SNS로 관객을 만나는 사운드 작업 ‘연결풍경’은 각각 서울과 에든버러에서 머무는 두 작가가 나눈 디지털 우정의 풍경을 담고 있다.

전민제 작가의 ‘#shapeofgreed’ [사진 = 김보관 기자]
업체 eobchae X 유성실 작가의 ‘CHERRY BOMB’ [사진 = 김보관 기자]

SNS 콘텐츠 안의 욕망과 이데올로기, SNS로 야기된 사회현상을 다루는 전민제 작가는 인스타그램의 음식 사진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이미지로 추출, 사운드 작업으로 연결했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공간에서 상영되는 ‘#shapeofgreed’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수많은 음식 사진이 해체되어 추상적 이미지와 소리로 나타내 이면의 욕망을 표현한다.
 
더불어 김무영 작가는 이른바 ‘애국보수’ 유튜버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50대의 인물이 반공 이데올로기에 몰두하게 된 감정 구조와 그 이면의 삶을 내밀하게 표현했다. 업체 eobchae X 유성실 작가의 협업으로 구성된 두 편의 전시 역시 영상 시대의 진실과 사실의 경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가상의 인터넷 방송 BJ 인격을 만들고 가짜뉴스를 혼합한 내용으로 영상을 구성해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미혜 작가의 ‘8월의 킨포크 KINFOLK in August’ [사진 = 김보관 기자]
노상호 작가의 ‘The Great Chapbook II’ 일부 [사진 = 김보관 기자]

이외에도 고안철, 김효재, 노상호, 이미혜, 이우성, 이윤서, 정아사란, 치명타, 한재석, 홍민키, 홍재연 작가가 함께한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방역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당분간 관람객을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전시한다. 9일 오후 6시 김효재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 ‘태교 (胎敎 : 도래할 Z에게)’가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진행되며 오는 29일에도 다시금 중계된다. 고안철 작가의 ‘Here, there & everywhere’ 또한 두 번에 걸쳐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송출될 계획이다.

고안철 작가의 ‘Here, There & Everywhere’ [사진 = 김보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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