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개인정보 또 동의받지 않은 채 활용
재발방지 약속 한낱 공염불에 그쳐

CJ헬로는 지난해 한 소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적절한 동의절차 없이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무단 활용해서였다. CJ헬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최근 똑같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또다시 동의를 받지 않고 활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CJ헬로의 ‘공염줄에 그친 그때 그 약속’을 취재했다. 

CJ헬로는 개인정보활용 동의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동의를 받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CJ헬로는 개인정보활용 동의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동의를 받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더스쿠프는 ‘CJ헬로비전, 본사 잘못 위탁업체에 떠넘기려다 안 먹히니 돈다발’이라는 기사를 통해 CJ헬로의 황당한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보도했다. 내용은 이랬다. CJ헬로 인터넷TV 서비스 계약 당사자 정진석(가명)씨는 CJ헬로의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서에 서명을 한 적 없었다. 

그럼에도 광고문자가 날아와 사실 확인을 해보니 서류엔 다른 사람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동의’와 ‘비동의’로 구분된 개인정보 보호활용 동의란에는 모조리 ‘동의’가 체크돼 있었다. CJ헬로 측은 “계약 당사자가 자리에 없어서 인터넷TV 셋톱박스 설치기사가 현장에 있는 정씨의 어머니에게 사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었다. 정씨의 어머니는 문맹文盲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CJ헬로는 “설치기사가 정씨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사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씨 어머니는 “그 어떤 것도 동의하냐고 물어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본인 동의를 받지 않은 대리서명은 범죄(사문서 위조)다. 

 

정씨가 개인정보 활용 동의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 삼자, CJ헬로 측은 또다시 동의절차 없이 “‘비동의’로 처리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동의’로 돼 있던 걸 ‘비동의’로 바꿀 때도 당사자의 의견을 구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CJ헬로 측은 급기야 소비자에게 돈다발을 제시하며 사안을 무마하려 했다. 결국 CJ헬로는 “시스템을 점검해 차후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이 정씨에게 또 일어났다는 점이다. 정씨 어머니가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TV 서비스를 다시 이전 설치했는데, 이번에도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서에 ‘동의’한 걸로 돼 있고 사인도 돼 있었다. 이번엔 정씨가 어머니에게 “설치기사가 어떤 동의를 요구하면 곧바로 내게 전화하라”는 신신당부까지 해뒀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씨 어머니는 “이번에도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설치기사가 동의를 구해 대리서명했다”는 CJ헬로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CJ헬로는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CJ헬로 관계자는 “설치기사들에게 반드시 동의를 구하도록 교육했지만, 현장 셋톱박스 설치기사들이 바쁘다보니 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면서 이번에도 설치기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 데는 이유가 있다. CJ헬로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설치기사들이 현장에서 개인정보 활용 마케팅 동의서에 사인을 받도록 하지 않고, 본사가 직접 계약 당사자에게 동의를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동의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 

더스쿠프는 지난해 기사에 이렇게 적었다. “CJ헬로의 대응 과정을 볼 때 과연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는 의문이다. ‘위탁업체로 책임전가→돈으로 해결→개선 약속→나몰라라’로 이어지는 구태舊態는 대기업의 고질병이기 때문이다.” CJ헬로는 고질병을 고칠 생각이 없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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