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니즈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Z세대, 좀 더 어려운 용어로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 부른다. 그들은 온라인에서만 살고, 온라인 세상만을 탐한다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있다. Z세대를 미래권력으로 규정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다 죽었다는 오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마켓을 인수한 건 상징적 사건이다. 왜일까. 포노사피엔스가 ‘폰 없는 세상’을 탐하고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포노사피엔스의 독특한 세계를 취재했다. 

Z세대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길 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Z세대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길 원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에서 상품을 찾을 때는 얻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즐거움이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 12일부터 주류ㆍ패션ㆍ토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매장 내 상품의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했다. 고객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상품의 상세정보와 상품평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온라인과 모바일로 쇼핑하는 시대, 롯데마트는 왜 가격표에 QR코드를 도입했을까. 롯데마트 측은 “온라인 쇼핑과 디지털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경험의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세대들이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가고 싶어 한다는 거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온라인 쇼핑의 성장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한 것은 온라인에서 상품을 찾을 때에는 얻을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며,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O4O(Online for Offline)를 실현시키는 유통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쇼핑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클릭 몇번만으로 원하는 물건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식재료를 이른 아침 배송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하기도 한다.

 

대기업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며 대규모 투자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향후 5년 동안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중 약 25%에 이르는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 및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입한다. 

앞서 롯데쇼핑은 ‘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며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온라인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롯데와 유통업계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신세계도 최근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비알브이’ 등 2곳과 온라인 사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이처럼 쇼핑 환경의 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흥미로운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래소비의 주축이 될 세대들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거다.

경험과 체험 중시하는 Z세대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여년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업체들이 빠른 성장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가 다국적 회계컨설팅업체인 PWC가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PWC 조사에 따르면 전자제품ㆍ의류ㆍ스포츠용품ㆍ식료품 등 다수의 영역에서 온라인 쇼핑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ㆍ음악ㆍ영화ㆍ비디오게임, 장난감, 전자제품, 건강ㆍ미용, 의류, 액세서리, 가전, 가구, 식료품 영역 중 책ㆍ음악ㆍ영화ㆍ비디오게임, 장난감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오프라인 쇼핑이 온라인 쇼핑보다 높은 선호도를 차지했다. 왜일까. 살펴보면 대부분 눈으로 직접 품질을 확인하는 품목들이다.

이런 경향은 Z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IT기기를 접해왔다. 앞선 다른 세대와 다른 건 PC 또는 TV보다 스마트폰 활용 비중이 높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들을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도 부른다. 자라온 환경 탓에 당연히 소비도 온라인에서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오프라인에서의 구매를 더 선호한다.

구글 트렌드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10명 중 7명은 셀럽보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선호하고, 10명 중 6명은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Z세대에게 온라인은 정보를 얻는 수단일 뿐이라는 거다. 그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다. 이전 Y세대는 온라인 제품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해 오프라인으로 구매를 했다. 반면 Z세대는 ‘경험’과 ‘체험’을 중시해 구매 전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오프라인을 찾는다.

 

온라인 절대강자인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체인을 인수했다.[사진=뉴시스]
온라인 절대강자인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체인을 인수했다.[사진=뉴시스]

온라인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오던 업체들이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도 어쩌면 Z세대의 독특한 성향 때문이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지난해 아마존이 135억 달러에 식료품 유통체인인 ‘홀푸드 마켓’을 인수한 건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말을 이었다. “첨단 IT 기업인 아마존이 가장 전통적인 유통채널인 슈퍼마켓을 인수했다는 건 오프라인에서 고객 데이터를 얻어서 그걸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온라인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쫓아갈 수 없는 오프라인 감성


하지만 한 교수는 이런 변화로 오프라인의 비중이 더 커지거나 성장하는 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소비자들의 생활에서 오프라인의 절대적인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세상이 아무리 온라인과 모바일로 바뀌고 인공지능(AI)이 등장한다 해도 인간의 감성을 대체할 순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과 AI에 취했던 많은 유통업체들이 최근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환경이 등장하고 있다. 관건은 ‘차별화’다.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따르되 새로운 소비 세대들에게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까다로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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