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익의 CEO 에세이

▲ CEO는 한쪽으로 치우치면 일을 그르친다. 모두를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는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통합자인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대통령은 당파의 리더이지만 또한 초당파의 리더여야 한다. 자본가편도 노동자편도 물론 아니다. CEO도 마찬가지다.

잘알려진 황희 정승의 일화다. 집의 하녀 둘이 다퉜다. 한 하녀가 황희 정승에게 와서 자기 사정을 하소연했다. 정승이 말했다. “네 말이 옳구나.”

그러자 다른 하녀도 자기가 옳다고 주장했다. “네 말도 옳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부인이 말했다. “두 사람이 서로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데 둘이 다 옳다고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한 사람은 틀려야지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당신의 말도 옳소!”

한반도 역사상 가장 태평성대였던 시기는 조선조 세종대왕 시절이다. 이 시대는 성군 세종과 명재상 황희 정승이 지혜와 힘을 합쳐 만들었다. 사실 황희 정승도 거유巨儒 정몽주도 고려의 신하였다.

황희는 신왕조인 조선조에 합류했고 정몽주는 단심가를 부르며 죽음을 선택했다. 정몽주는 충신이요, 황희는 배신자인가? 물론 흑백논리는 답이 아니다. 황희는 젊었고 정몽주는 노인이었다. 정몽주는 과거를 책임지고 황희는 미래를 선택했다. 한 쪽은 스러져가는 왕조를 짐졌고 다른 쪽은 백성을 택했다.

한 쪽은 이상주의자였고 다른 쪽은 현실주의자였다. 한 쪽은 타고난 학자였지만 다른 쪽은 정치가요 실천가였다. 둘 다 CEO다. 양쪽 다 값지다. 지도자는 전문가인 스페셜리스트이면서도 통합자인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대통령은 당파의 리더이지만 또한 초당파의 리더여야 한다. 자본가편도 노동자편도 물론 아니다.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서 기업가 편인 듯 말하면 오해가 생긴다. ‘시장 프렌들리’가 보다 나은 표현이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시장 지상주의로 빠져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시장 만능주의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가. 공산주의도 실패했고 자본주의도 위기를 맞았다. 더 이상 좌도 우도 의미가 없어진 세상이다. 자유를 존중하되 탐욕에 빠져 평등이 무시돼서는 안된다. 시장도 정부도 또 NGO도 모두 존중돼야 한다.

치우치면 그르친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 넘어야 한다. 흑백논리도 뛰어 넘어야 한다. 이념을 시끄럽게 떠드는 자들 상당수는 이념을 팔아먹는 속물 같은 지식 장사꾼들이다. 극단주의로부터 보편주의로 성숙해야 한다. 흑과 백에서 회색으로 비벼져야 한다. 흑과 백이 남지 않고 회색이 될 때까지 비벼야 한다.

CEO도 마찬가지다. 기업企業의 기企는 사람(人)이 머무는(止)곳이다. 기업은 돈을 대는 주주와 채권자와 노동을 대는 노동자의 결합체다. 그래서 CEO는 돈의 대변자 노릇만 해서도 안 되고 노동자 대변만 해도 안 된다. 따라서 CEO는 본질적으로 중도中道다. 이 중도는 모두를 아우른다.

이 중도는 잡종, 하이브리드(Hybrid)다. 순종보다 잡종이 강하다. S그룹 출신 H그룹 CEO가 나와야 하고 P그룹 출신 D그룹 CEO가 나와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으로 비빔밥을 꼽는다. 온갖 야채와 고기가 섞인 미래 음식이기 때문이다.

공자의 손자였던 자사자子思子의 중용은 바로 포용하는 중도일 것이다. 중용이 꽃피기 위해서 5가지 지침이 있다. 박학博學(넓게 배우라), 심문審問(깊이 물어라), 신사愼思(신중하게 생각하라), 명변明辯(명확하게 판단하라), 독행篤行(독실하게 실천하라). 동양의 2500년 묵은 지혜가 아닌가.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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