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과 예기치 못한 변수

교육 당국이 아이들의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학교마다 관리·대응 매뉴얼도 전달했다. 그에 맞춰 우리 사회도 정상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고 없이 찾아든다. 개학 이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면 한국사회는 또다시 ‘멈춤’ 상태에 돌입할지 모른다. 교육 당국이 순차적 온라인 개학까지 고민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개학과 예기치 못한 변수를 취재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학부모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학부모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1주, 2주, 다시 2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세차례 연기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다가오고 있다. 세차례나 휴업명령을 내린 교육 당국은 더이상 개학을 미루는 덴 무리가 있다는 판단으로 4월 6일 개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지 않자 이마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3월 21일 담화문을 통해 “이미 세번이나 개학을 연기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학을 추진하기도 어렵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지금은 결코 긴장을 늦추거나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 앞으로 보름 동안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인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달라.”


교육 당국, 만반의 준비했다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속조치로 교육 당국도 ‘학교 안팎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진하고 있다.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방역지침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유치원과 학교엔 ‘코로나19 감염병예방 관리 안내’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교실 입실 전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등교 후에도 추가로 발열 검사를 실시, 감염병 예방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했을 땐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과 교직원을 14일간 격리조치를 하고 이동경로 이용을 제한한다.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확산을 최소화하겠다는 거다. 복수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학교 전체를 일시적으로 폐쇄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주목할 대목은 4월 6일이 교육만 정상가동 되는 날이 아니란 점이다. 우리 사회도 학교 개학일에 맞춰 ‘정상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3월 25일 교구장 명의 공문을 통해 “미사 재개 시점을 유치원, 초중고 개학 시점에 맞춰 4월 6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6일부터 중단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학교 개학일에 맞춰 재개한다는 거다. 기업들도 신입사원 공채 소식을 하나둘 알리며 정상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4월 6일이 코로나19의 변곡점變曲點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확진자가 한명만 발생하고, 다수의 확진자라도 동시에 발생하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잠시멈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교육 부문이 민감하다. 학교 폐쇄는 14일이 아니라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학습 공백도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9월 학기제’가 거론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학제를 개편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동안 세차례 논의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3월 신학기제를 유지하고 있다. 만만찮은 사회적 비용도 부담스럽다.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9월 학기제 전면 도입을 위해선 1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도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국내 확산세는 주춤해졌지만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자 ‘또 다른 시작’이라며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육부는 “교직원이나 학생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휴업이 연장될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며 3월 25일 17개 시·도 교육청,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BS와 원격교육 지원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은 학습효율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참여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 발생하면 기약 없는 멈춤

교사와 학생 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여전히 4월 6일 개학과 온라인 개학을 두고 뜨겁게 논쟁하고 있다. “개학이 자꾸 늦춰지면서 아이들도 서서히 지치고 있다” “유치원은 졸업했는데 초등학교 입학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학사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4월에 개학하면 우리 아이들 건강은 누가 책임지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사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4월에 개학하면 아이들 건강은 누가 책임지냐”는 반론도 만만찮다.[사진=뉴시스]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사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4월에 개학하면 아이들 건강은 누가 책임지냐”는 반론도 만만찮다.[사진=뉴시스]

이를 둔 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가 확진자가 될 경우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당국도 방침을 마련하지 않은 건 아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할 학생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뒀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상황을 설명하고,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친구, 선생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그 학생이 다시 교실로 돌아갔을 때 그 아이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3학년, 5학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확진환자라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3월 28일, 정세균 총리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과 함께 한 자리에서 “아직 4월 6일 개학에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1~2주가 연기되거나 온라인 개학을 하더라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30~31일 중에 개학 시기와 방법 등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더 촘촘하게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희망적인 예측은 더 큰 위험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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