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展

➊오종, Folding Drawing #29, Wood panel, paint, metal rod, 18.5×7.6×6㎝, 2020 ➋전명은, Beklemmt #1, Archival pigment print, 96×120cm, 2020 ➌우정수, Classic Pattern with Tarzan (In The Snark), Wallpaper, Dimensions Variable, 2020(wall) ➍황수연, Three, Print, 53×125×108cm, 2020 ➎표민홍, nothing it was about you, Acrylic varnish on window, Dimensions Variable, 2020
➊오종, Folding Drawing #29, Wood panel, paint, metal rod, 18.5×7.6×6㎝, 2020 ➋전명은, Beklemmt #1, Archival pigment print, 96×120cm, 2020 ➌우정수, Classic Pattern with Tarzan (In The Snark), Wallpaper, Dimensions Variable, 2020(wall) ➍황수연, Three, Print, 53×125×108cm, 2020 ➎표민홍, nothing it was about you, Acrylic varnish on window, Dimensions Variable, 2020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은 1986년 여덟 편으로 구성된 서사시 「스나크 사냥」을 발표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 항해를 하면서 실체가 불분명한 환상의 동물 스나크(snark)를 잡는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서사시에서 스나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지만 다수의 인물이 의인화한다. 각자가 품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스나크란 존재로 발현되는 거다.

갤러리2가 다섯명의 작가와 함께 각자가 마주하는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종의 작품이 출발하는 지점은 서사시에 등장하는 빈 지도(empty map)다. 작가들은 ‘빈 공간’을 보기보다 바깥 혹은 내부에 있을지도 모를 공간을 구축해가며 곳곳에 존재하는 갈등과 불안을 예민하게 마주한다. 우정수의 ‘스나크’ 연작은 여러 단편으로 구성된 서사시의 상황을 과거에 사용했던 소재들을 활용해 여러 형태로 오려 붙인 작품이다.

전명은은 완전한 고독감을 기록하기 위해 베토벤 현악의 카바티나(cavatina) 중반부 악절에 남긴 ‘배클램트’라는 지시어를 끌어들인다. ‘답답하게, 압박하며, 숨이 막힐 듯’이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오랜 시간 수집한 낡은 골동품들에서 누군가의 흔적과 여러 차원을 이동한 사적인 역사를 관찰한다. 

표민홍은 자전적인 사건과 감정을 회상하며 불안을 끄집어낸다. ‘낮밤’은 새 자전거를 잃어버린 일곱살 소년의 불안을 얘기한다. 소년은 자전거를 훔쳐 간 도둑의 얼굴을 모른 채 그에 대한 무성한 소문만 듣는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여러 날, 자전거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작가는 소년의 불안과 도둑의 부재, 시간의 변화를 세개의 챕터로 기록한다. 황수연은 종이를 접고 펼치기를 반복하면서 만들려는 형태와 움직이는 모양이 갈등하면서 생기는 지점에 집중한다. 완성된 종잇조각을 재료로 재활용하고 표면에 에어브러시를 분사하면 생태계의 종은 또다른 종으로 탄생한다. 

다섯 작가의 불안과 마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 전시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2에서 2월 6일까지 열린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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