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봄철주의보
결산 이후 상장폐지 경고

3월이 시작되면 개인투자자가 신경 써야 할 게 있다. 상장기업의 ‘결산’이다. 결산 후 상장폐지에 몰리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2016~2020년 3월 결산 관련 상장폐지 기업은 43곳으로, 전체의 32.1%에 달했다. 이만하면 ‘3월의 광란’이라고 부를 만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3월 상장폐지 리스크를 취재했다. 

3월 결산을 앞두고  관리종목 지정 기업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3월 결산을 앞두고  관리종목 지정 기업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식투자자라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 투자한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거다. 상장폐지는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일순간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주가 하락은 버티면 되지만 상장폐지는 투자자가 손쓸 방법이 없다. 상장폐지의 고통은 당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기업의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할 때 가장 막심한 손해를 입는 건 개인투자자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3월은 개미가 조심해야 할 시기다. 상장기업의 결산이 진행돼서다. 결산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결산 이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결산 관련 이슈로 상장폐지된 코스피·코스닥 상장 기업은 43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체 상장폐지 종목 134개의 32.1% 달하는 수치다. 상장폐지 기업 10곳 중 3곳이 3월 결산 이후 주식시장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상장폐지 사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감사의견 비적정이다. 43개 상장폐지 기업 중 83.7%에 해당하는 36개 기업이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장폐지를 당했다. 자본잠식 4개(9.3%), 사업보고서 미제출 2개(4.7%), 대규모 손실 1개(2.3%)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 상장폐지에서 비롯되는 고통은 ‘폐지’만이 아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은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칫 ‘폐지 전’부터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물론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한 기업이 이의를 신청하는 등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수는 있다. 하지만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종목이 정상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상장폐지 결정→기업 이의제기→개선기간 부여라는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2017년 1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업체 아래스는 아직까지 거래정지 상태에 빠져 있다.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진 종목의 주주들이 차라리 상장폐지를 시켜달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자는 이런 주장도 내놓는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진행되는 정리매매를 통해 투자금의 일부를 건질 수 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 역시 푼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상장폐지 종목의 주식가치는 곤두박질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상장폐지된 한진해운의 사례를 살펴보자. 상장폐지 결정 당일 한진해운의 주가는 7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6년 3월 주가가 3000원대를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상장폐지 가능성으로 주식 가치가 74%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리매매가 시작된 2017년 2월 23일 한진해운의 주가는 60.3% 하락한 310원을 기록했다. 정리매매 마지막 날엔 12원으로 폭락했다. 정리매매 마지막 날 한진해운의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라면 98.4 %(780원→12원)의 손실을 봐야 했다. 1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1만6000원만 건진 셈이다.

물론 투자 종목이 상장폐지된다고 해서 주주의 권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회사가 부도 처리돼서 사라지지 않는 한 주식의 권리는 유지된다”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던 상장주식이 비상장주식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재상장을 기대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실제로 재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상장폐지 이후 기업을 정상화해 재상장에 도전한 기업이 있지만 사례가 매우 드물다. 재상장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실제로 상장폐지된 기업이 재상장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 데다 그 기간도 무척 길다. 동양철강(현 알루코)은 2002년 상장폐지됐다가 5년 후인 2007년 재상장에 성공했다.

2005년 경영악화로 상장폐지를 겪은 국내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는 재상장하는 데 14년이나 걸렸다. 현대리바트(옛 리바트), 하이트진로(옛 진로)도 각각 6년, 7년이란 시간을 감내해야 했고, 만도도 재상장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상장폐지 우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투자기업의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재무제표에는 상장폐지 원인으로 작용하는 자본금·매출액·감사의견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투자 기업이 관리종목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관리종목에 지정됐다는 것은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우려가 발생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109개(3월 16일 기준)다. 그중 주식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종목은 25개다.

은성민 DS투자증권 러서치센터장은 “거래소가 관리종목을 지정하는 이유는 투자자에게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실적과 자본잠식 등은 추세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일반투자자가 미리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의 투자를 피하는 것이 상장폐지에 휘말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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