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제약과 코오롱티슈신으로 본 신라젠 피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성장했던 신라젠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 임직원 배임 등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라젠을 믿고 투자한 16만8778명의 개인투자자다. 거래정지 기간이 늘어나거나 상장폐지를 당하면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봐야 한다. 그럼 개인투자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신라젠처럼 주식거래가 정지됐던 경남제약과 코오롱티슈진의 사례를 대비해봤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던 신라젠의 주식거래가 정지됐다.[사진=연합뉴스]

2017년 11월 21일 신라젠의 주가가 출렁였다. 12만77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3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조7115억원으로 늘어났다. 상장일(2016년 12월 6일) 시총 7917억원 대비 11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시총 2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2017년 초 주가가 1만2950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수익률은 1011.5%에 달했다. 그만큼 신라젠을 향한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로부터 900여일이 흐른 5월 4일 신라젠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이날 시가총액은 8666억원으로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7년 11월 21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개발로 투자자와 시장의 주목을 받던 신라젠은 왜 날개 없는 추락을 피하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논란과 전직 임직원의 배임 혐의가 발생한 게 주식거래 정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라젠과 정부 주요 인사의 관련설, 정권 유착설 등 다른 논란거리도 숱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펙사벡의 임상시험(3상)이 중단된 것도 신라젠에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신라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배임혐의로 구속된 전직 임원은 현재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문은상 대표와 전직 임원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상장 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BW를 발행한 건 2014년으로 불법적인 요인이 있었다면 2016년 상장 과정에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국세청도 이를 적법하게 보고 1700억원의 증여·양도세를 부과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신라젠보다 더 억울한 곳이 있다. 신라젠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종잣돈을 집어넣은 개인투자자다. 신라젠 투자자는 이미 여러 번 고통을 겪었다. 지난해 8월 미국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의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권고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거래정지는 투자자를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신라젠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16만8778명으로 전체 주식의 88%에 이르는 6229만7273주를 보유하고 있다. 거래정지된 개인투자자의 주식만 7573억원(주가 1만2100원 기준)에 이른다는 얘기다.

신라젠의 운명을 결정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5월 29일)에 투자자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면 주식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 참고: 상장적격성 심사는 상장사가 거래소의 상장 유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회계기준 위반, 횡령·배임, 공시 의무 위반 등이 발생했을 때 상장적격성 심사대상이 된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친 경남제약과 코오롱티슈진이다. 경남제약은 2018년 3월 49억원의 분식회계 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달 22일 열린 상장적격성 심사대상으로 결정됐다. 그해 5월 6개월의 경영개선 기간을 부여받았지만 12월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다행히 지난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1년의 경영개선 기간 부여가 결정돼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경영진 교체 등의 혹독한 과정을 견뎠고 지난해 12월 4일 상장 유지가 결정됐다. 주식거래가 정지된 후 21개월 만이었다. 개인투자자는 2년 가까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논란을 겪은 코오롱티슈진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주식거래가 1년 가까이 정지돼 있다. 인보사의 성분이 바뀐 것을 두고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서류상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상장적격성 심사대상으로 결정된 코롱티슈진은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다행히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대신 1년의 경영개선 기간을 부여해 상장폐지를 면했다. 올 3월엔 한영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4월 1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보사의 임상 3상 재개를 결정하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피해 피하기 어려워

문제는 신라젠의 상황이 경남제약이나 코오롱티슈진보다 더 좋지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라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32억원으로 전년(-562억) 대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 105억원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코오롱티슈진과 달리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도 없다. 신라젠은 지난해 펙사벡 간암 임상3상 중단 이후 신장암과 대장암을 대상으로 임상을 새롭게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로 투자자의 신뢰가 추락한 것도 골칫거리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라젠이 아니라 ‘구라젠’이란 속어로 부르면서 조롱하기도 한다. 신라젠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정의연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신라젠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선 신라젠이나 거래소, 상장 주관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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