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꼽은 넥스트 쿠팡
상승세 다나와가 신중한 이유

1999년 빌 게이츠는 「생각의 속도」라는 책을 통해 15가지 사건을 예견한 바 있다. 그중 하나가 가격비교 서비스다. 그는 당시 “자동으로 가격을 서로 비교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예견대로 이후 가격비교 서비스가 등장했고, 2021년 지금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쿠팡 다음에 뜰 기업으로 ‘가격비교업체’를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가격비교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가격비교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의미하는 게 많다. 기업들은 이제 코스닥만이 아니라 해외 증시를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를 할 것이다.” “이제 무대는 더 넓어졌다. 쿠팡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슈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00조원을 넘었던 시가총액이 89조원대로 빠지긴 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자 쿠팡의 다음 주자는 누가 될지 점치는 이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대부분 이커머스로 향하는 시선이 뜨거운데, 실제로 네이버 등 국내 관련주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해 29만2500원으로 한해를 마무리했지만 쿠팡 상장 이슈 이후 상승세를 타며 지난 3월 18일 40만원을 돌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가치를 3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쓱닷컴(SSG .COM)의 가치 역시 재평가될 거란 분석도 많다. 더욱이 최근 신세계·이마트는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해 ‘연합군’을 형성했다. 쿠팡에 밀리지 않을 막강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쿠팡은 쿠팡일 뿐 괜히 분위기에 취했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며 “대박을 꿈꾸기에 앞서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우려 섞인 얘기들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사업이 해외에서 승산이 있을까.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쿠팡 사례를 통해 구매력이나 시장 성장성 측면에서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사업하면서 한국인 투자자들만 고려했겠지만 이젠 해외시장을 내다보게 됐다. 해외 투자가들 역시 아시아권에서 사업하는 젊은 사업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서 교수가 주목한 건 데이터를 다루는 테크기업이다. “쿠팡이 가치를 인정받은 건 물류센터를 통해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데이터 알고리즘 사업 때문이다. 그것만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본 거다. 이제 시대는 알고리즘 경쟁이고, 프로그래밍 싸움이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여기서 폭을 더 좁혀 ‘다나와’ ‘에누리닷컴’ 같은 가격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들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해외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마트를 지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다.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 게다가 우리보다 시장도 넓고 규제도 적다.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잘하는 우리 업체들이라면 충분히 실력을 펼칠 수 있다.” 

그가 언급한 업체 다나와는 200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방문자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엔 방문자가 전년 대비 22.5% 증가했는데, 지난해엔 37.1%까지 성장했다. PC 가격비교로 시작했지만 이후 점차 서비스 영역을 넓혀 일반상품(PC·가전 제외)의 비중은 2018년 19.0%에서 지난해 27% 수준으로 확대됐다. 많은 소비자가 PC뿐만 아니라 일반상품을 살 때도 이젠 다나와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실적도 좋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다나와는 매출액 2320억원, 영입이익 37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14억원, 20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큰폭으로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쿠팡 상장 이후엔 주가의 흐름도 좋다. 1월 11일 2만9900원이던 다나와의 주가는 쿠팡이 뉴욕증시 증권신고서를 제출(2월 12일)한 이후 2월 15일 3만7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더니 그다음 날엔 장중 최고가(3만7950원)를 찍었다. 이후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쿠팡 상장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3월23일 종가 기준 3만38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19일 1만660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다나와 측은 이런 분위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다나와 관계자는 “가격비교 서비스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 유형의 서비스는 데이터를 쌓고, 검수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린다. 더욱이 새로운 시장의 소비자들이 어떤 형태의 가격비교 서비스를 필요로 할지 알 수가 없다. 과거 국내에서 가격비교 서비스가 경쟁처럼 나왔다가 사라진 사례를 보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가 꼬집은 실패 사례의 대표적인 예는 ‘바스켓’과 ‘어바웃’이다. 2010년 이베이코리아는 가격비교사이트 ‘어바웃’을 오픈했다가 2014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플래닛도 ‘바스켓’이란 가격비교 사이트를 열었지만 2014년 문을 닫았다. 네이버에 밀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전문가들이 ‘쿠팡 그다음’으로 꼽은 가격비교업체들은 과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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