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나온 이베이코리아
몸값 비싼 ‘정통 플랫폼’의 치명적 결함
인수 후 승자의 저주 따져봐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몸값은 최대 5조원까지 얘기되고 있다. 내로라하는 유통기업에 사모펀드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위험요인은 대체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이 질문의 답은 이베이코리아의 ‘정체성’에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G마켓과 옥션을 소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30일 이베이코리아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롯데쇼핑·이마트·MBK파트너스·SK텔레콤에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는 걸 통보했다. 이들 후보는 실사 등을 거쳐 5~6월 본입찰에서 최종 인수가를 제시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최대 5조원’으로 평가받는 몸값이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이커머스의 가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한편에선 본협상에 나서면 이베이코리아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도 홈플러스 운용사다. 또다른 공통점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SSG.COM(쓱닷컴), 롯데쇼핑은 롯데온, SK텔레콤은 11번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으로 재편되는 분위기여서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가 절실하다. 

실제로 적격인수후보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이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3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며 이베이코리아를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튿날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에선 강희석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5일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아마존과 협의하고 있다”며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하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온라인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꼭 갖고 싶고, 가져야 할 존재가 된 셈이다. 

시장점유율이나 실적을 보면 군침을 흘릴 만도 하다. 지난해 온라인 결제액 기준, 이베이코리아(20조원)는 네이버(27조원)와 쿠팡(21조원)에 이어 오픈마켓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쿠팡과 1조원 차이라 이베이코리아를 가져가면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2위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출혈경쟁으로 적자가 속출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는 점도 욕심내기에 충분하다. 거래액이 늘수록 적자도 동시에 증가하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알짜배기란 얘기다. 2019년엔 매출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매각대금 5조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승자의 저주’란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참고 : 승자의 저주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지출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일컫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가져야만 네이버 또는 쿠팡과 대적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돼버렸다”며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베이코리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부분은 또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정통 오픈마켓이라는 점이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이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편의성이 중요하다. 쿠팡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소비자를 묶는(록인·Lock-In) 배송 경쟁력과 직매입 중심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맥락에서 G마켓·옥션처럼 셀러들의 플랫폼 역할만 하는 순수 오픈마켓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트래픽을 확대해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숙제들을 냉정하게 검토하지 않고 현재 이베이의 지위나 수익성만 보고 인수를 했다가는 그야말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승자의 저주를 피할 방법은 무엇일까. 박경민 연세대(경영학) 교수는 “부풀려진 정보로 얼마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로 얼마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얼마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긍정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도 좋지만 그건 사실 목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안 될 것 같은 걸 하나씩 빼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 계산법이 필요하다.”

김익성 동덕여대(경영학) 교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선 업체들은 5조원이라는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욕심을 냈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시장을 더욱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침 도는 매물 앞에서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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