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소홀하기 쉬운 대출금 상환
빚은 빨리 갚을수록 유리해

재무설계를 하다 보면 현실적인 목표보다는 ‘뜬구름’에 신경을 쓰는 부부가 더 많은 걸 새삼 깨닫는다. 이번 상담자도 그랬다. 고등학교 2학년인 자녀가 2년 뒤 졸업하는데도 부부는 노후 준비와 내집 마련에만 신경을 쓸 뿐 대학 학자금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재무 솔루션을 세워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씨 부부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가계 계정을 다시 설계할 땐 가장 시급한 재무 이벤트부터 처리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계 계정을 다시 설계할 땐 가장 시급한 재무 이벤트부터 처리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개인사업자 한상준(가명·46)씨는 5년 전인 2016년 강릉의 호텔 분양권을 사들였다. 평창에 올림픽이 개최될 거란 소식에 강릉이 떠들썩해진 걸 노린 투자전략이었다. 집을 사기 위해 고이 모셔뒀던 목돈에 대출금·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만든 3억원으로 ‘통 큰 투자’를 감행했던 한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후 KTX까지 강릉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한씨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한씨의 호텔 분양권은 속만 썩이는 애물단지가 됐다. 평창올림픽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고,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수익에 구멍이 났다. 분양권을 팔아보기 위해 시세에 5000만원 웃돈까지 얹어봤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애당초 호텔 수익으로 대출을 갚으려는 계획이 틀어지자 한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급한 불을 끄기 바빴다.

이런 상황에 아내 김은형(가명·46)씨는 필자에게 “하루라도 빨리 내집 마련을 위한 목돈을 다시 마련하고 싶다”며 한숨을 쉬었는데, 대책을 마련하기에 앞서 부부 가계부에 얽힌 실타래부터 풀어야 했다. 부부의 소득은 남편 60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20만원 등 820만원이지만 실제 생활비는 670만원에 불과했다.

남편 한씨가 월 소득(600만원)의 일부(450만원)만 생활비로 지원하고 150만원을 아내 모르게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150만원을 본인 용돈과 대출금을 갚는 데 써왔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지만 부부간의 소득과 지출은 투명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 필자가 남편을 설득해 앞으론 600만원 전액을 가계부를 통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불필요한 지출도 줄였다. 670만원으로 생활할 당시 부부는 한달에 709만원을 쓰고 39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부부는 남편의 용돈(50만원)을 새로운 지출로 추가한 대신, 유류비(20만원)·통신비(20만원)·아내 용돈(25만원)·모임 비용(30만원)·보험료(21만원) 등 116만원을 절약했다. 여기에 생활비 150만원을 추가해 부부는 총 177만원의 여유자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재무설계 최종편 =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의 재무 목표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부부는 10년 뒤 강릉에 단독주택을 사고, 자녀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고, 은퇴 후 월 250만원씩 연금을 받는 노후를 보내길 원했다.

호텔 분양권이 빨리 팔리면 이를 지렛대 삼아 목표를 수월하게 이룰 수 있겠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한동안은 부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부부는 필자와 함께 목표를 조금 수정해 18살 자녀의 대학자금을 먼저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강릉에 단독주택을 사는 목표보단 지금 살고 있는 수원에 집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이제 177만원의 여유자금으로 부부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부부는 현재 각각의 이름으로 청약통장에 20만원씩 총 40만원을 내고, 적금 30만원과 예금 10만원에 가입해둔 상태다. 이중 별 목적 없이 월 10만원씩 입금하던 예금은 해지하기로 했고, 따라서 여유자금은 177만원에서 187만원으로 불어났다.

먼저 부부는 주택마련을 위해 비대면저축 통장을 개설하고 월 60만원씩 입금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주식·펀드 같은 투자상품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시중은행보다 이자를 높게 쳐준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엔 일반 시중은행의 비대면 상품을 활용하려 했지만 혜택이 더 많은 지방은행의 특판상품에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부부는 적립식 펀드에도 50만원씩 붓기로 했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일반 펀드와 달리 이 상품은 적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만큼 부담이 적고 투자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인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도 적합해 부부는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50만원짜리 적립식 펀드를 만들긴 했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을 2년 안에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녀를 위한 적립식 펀드(월 20만원)도 추가로 가입했다. 대학 3~4학년 때의 등록금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2개의 적립식 펀드를 활용하는 건 꽤 이례적인 상황인데, 필자는 이 상품이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부부에게 강조했다.

CMA통장(20만원)도 개설했다. 고객이 투자한 돈을 받아 증권사가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등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예금처럼 수시 입출금 기능과 결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이자를 준다는 게 이 상품의 장점이다. 부부는 대학 학자금이 부족하거나 이사 비용이 모자랄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CMA통장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개인연금(22만원)과 연금저축펀드(15만원)를 준비했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지만, 40대 중반인 부부의 경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2개의 상품으로 은퇴 이후를 탄탄하게 대비하기로 결정했다.

연금저축펀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연금저축보험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다만, 종신연금형으로 연금지급 시기가 정해져 있어 만기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하고, 수익률이 높은 만큼 원금 손실의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87만원을 내 집 마련(비대면저축 60만원), 자녀 학자금(적립식펀드 총 70만원), 비상금 마련(CMA통장 20만원),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15만원·개인연금 22만원)에 잘 분배했다. 앞으로는 호텔 분양권 같은 ‘대박’을 꿈꾸는 대신,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부부가 힘을 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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