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中
과소비하기 쉬운 용돈
용돈과 별개로 쓰는 개인 지출 줄여야

사교적인 사람들을 상대로 재무상담을 하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발견된다. 용돈은 용돈대로, 모임 비용은 모임 비용대로 쓴다는 점이다. 46세 동갑내기 부부도 그랬다. 남편과 아내의 용돈에 모임 비용을 합치면 월 145만원에 달했다. 이런 식이라면 내집 마련의 꿈 등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더스쿠프(The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모임을 좋아하는 40대 부부의 가계부를 설계했다.

용돈은 과소비하기 쉬운 지출항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돈은 과소비하기 쉬운 지출항목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년 전 강릉에 있는 호텔의 분양권을 사들인 한상준(가명·46)씨. 그는 2018년 열렸던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는 걸 노리고 부동산 재테크에 뛰어들었다. 아내 김은형(가명·46)씨가 뜯어말렸지만 한씨는 비상금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준비해 뒀던 목돈, 은행대출금까지 끌어모아 3억원을 투자했다.

한씨는 평창 올림픽으로 강릉에 생기가 돌면 호텔 분양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올림픽의 영향력은 오래가지 않았고, 한씨가 분양권을 산 호텔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유행하면서 호텔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졌다. 그 결과, 한씨의 호텔 분양권은 5000만원을 웃돈으로 얹어줘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러면서 부부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아내 김씨는 “수년 내로 집을 장만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호텔 분양권 때문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 자기 몰래 비상금(3000만원)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아내의 불만이었다. 돈 문제로 언쟁이 심해지자 부부는 상담실을 찾았고, 필자와 함께 차근차근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기로 했다.

지난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은 600만원,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아내가 220만원을 버는데, 한씨는 600만원 중 450만원만 아내에게 생활비로 지급했다. 지금까지는 나머지 150만원을 대출금을 갚고 본인의 용돈으로 써왔다.

문제는 대출금을 거의 갚았음에도 한씨가 생활비를 일부만 주는 걸 고수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방식은 부부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기 쉽다. 필자는 남편에게 월소득 600만원을 모두 가계부에 넣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은 이를 수긍했고, 부부의 소득은 자연스럽게 670만원에서 820만원으로 늘었다.


지출은 소비성 지출 548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81만원, 금융성 상품 80만원 등 709만원이다. 이제 상담을 통해 바뀐 부분을 적용해보자. 부부의 기존 소득(670만원)을 대입하면 현재 39만원 적자지만 남편이 150만원을 보탰으므로 111만원 흑자가 된다. 여기에 지난 상담에서 유류비(90만→70만원)를 줄인 것과 이번 상담에서 남편의 용돈(50만원)을 추가한 것을 계산하면 부부의 현재 여유자금은 총 81만원이 된다.

여윳돈이 많은 듯하지만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 부부가 내집 마련,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 등 굵직굵직한 재무목표들을 세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통신비(32만원)를 살펴봤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을 포함해 세 식구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곤 하지만 액수가 너무 많다. 남편은 스마트폰을 2개 갖고 있는데, 하나는 영업용으로 쓴다고 한다.

회사 업무를 보는 데 필요한 비용이 가계부에서 빠져나가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앞으로 남편의 영업용 스마트폰 통신비는 회사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다른 스마트폰도 문제다. 할부원금도 없는데 10만원짜리 고가의 요금제를 쓰고 있어 5만원짜리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했다. 여기에 서로 다른 통신사를 쓰는 부부의 요금제를 하나의 통신사로 합쳐 추가 할인도 받았다. 이런 방법을 통해 부부는 32만원 통신비를 12만원으로 줄였다.

다음은 아내의 용돈(65만원)과 모임 비용(30만원)이다. 부부는 모임 비용을 따로 떼놓고 생활해왔다. 남편 용돈(50만원), 아내 용돈까지 감안하면 부부가 개인 목적으로 쓰는 금액이 145만원이나 됐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부부 동반 모임과 술자리를 워낙 좋아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필자는 이런 소비습관으론 목돈을 모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일단 남편의 용돈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영업이 잦은 남편의 사업 특성상 용돈을 줄이면 부담감을 갖기 때문인데, 이 점은 아내도 동의했다. 따라서 아내의 용돈만 6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이고, 부부 모임 비용은 아예 없애기로 했다. 총 55만원을 절감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보험료(69만원)를 손봤다.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부부의 나이대에선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는 것보다는 기존 보험에 추가 납입금을 더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보험 만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보험은 아내의 이름으로 가입한 종신보험(21만원) 외에는 보장이 잘돼 있는 편이다. 김씨는 종신보험을 펀드 같은 투자상품으로 착각하고 가입했는데, 문제는 이 보험이 변액종신보험이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씨의 종신보험과 여러 보장항목이 겹쳐 아내의 종신보험은 해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보험료는 69만원에서 48만원으로 21만원 줄었다.

부부의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두 사람은 통신비(20만원), 아내 용돈(25만원), 모임비용(30만원), 보험료(21만원) 등 96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81만원이었던 여유자금은 177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 이 돈으로 부부의 재무 목표를 알뜰살뜰하게 준비하는 과정만이 남았다. 그 자세한 방법은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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