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공략하는 프로스펙스의 미래
MZ세대 위한 마케팅 뭐 있나

프로스펙스는 지난해 “잘됐으면 좋겠어”란 광고 카피로 부활을 꾀했다. 그로부터 1년, 코로나19란 이유가 있긴 하지만 프로스펙스의 실적이 너무 좋지 않다. 그래서인지 MZ세대를 잡겠다면서 나선 그들의 전략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다. MZ세대가 ‘F’를 내세운 프로스펙스의 ‘라떼 시절’을 기억하겠느냐는 거다. 프로스펙스가 처한 현실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프로스펙스가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사진=연합뉴스]
프로스펙스가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사진=연합뉴스]

“잘됐으면 좋겠어, 대한민국이. 프로스펙스도.”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이끄는 LS네트웍스는 지난해 ‘88서울올림픽’ 복싱 챔피언이었던 김광선을 모델로 내세운 캠페인을 전개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도, 자사 브랜드도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30초 분량의 이 영상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프로스펙스가 누리던 영광도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잘됐으면 좋겠어’ 광고는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계획보다 늦은 4월에 공개됐다. 그것이 되레 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지며 프로스펙스엔 기회가 된 셈이었다.


프로스펙스는 내친김에 추억의 로고도 되살렸다. ‘F’ 모양의 오리지널 로고를 브랜드 로고로 통합했다. LS네트웍스는 이 오리지널 로고가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선물하고, MZ세대들에겐 뉴트로 감성을 일으킬 거라고 기대했다. 뉴트로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오리지널 로고를 강조한 ‘프로스펙스 오리지널 라인’ 제품을 출시해 재미를 본 것도 기대감을 부채질했다. 

이 작전은 통했을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도, 프로스펙스도 여전히 깊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스펙스의 실적을 보자. 지난해 LS네트웍스 브랜드 부문(프로스펙스·몽벨)의 매출은 1497억원으로, 전년 1690억원에 비해 10.3% 감소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과 같은 283억원이었다. 매출이 전년보다 줄었는데, 손실 규모는 전년과 같으니 떠안아야 할 부담은 더 커진 셈이다. LS네트웍스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시장 위축 등으로 브랜드 부문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옹호론이 나오긴 한다. “뼈아픈 실적이긴 하지만 코로나19란 변수가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침체가 길어지고 있으니 이해할 만하다”는 거다. 

문제는 프로스펙스가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과연 장밋빛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느냐다. LS네트웍스는 일단 프로스펙스의 ‘부활’에 승부를 거는 듯하다. 브랜드 론칭 40주년을 맞은 올해 워킹화 명가의 명성을 되찾음과 동시에 MZ세대를 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일단 워킹화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시그니처 워킹화 ‘블레이드 BX’를 출시했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뉴트로 트렌드 상품군을 강화함과 동시에 새 전속모델로 가수 겸 배우 이승기를 발탁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다시, 시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는데, 이 역시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MZ세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88서울올림픽 단복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제품 ‘오리지널 클래식 트레이닝 셋업 시리즈’도 선보였다. 프로스펙스가 88서울올림픽 후원 브랜드였다는 점을 되살린 게 마케팅 포인트다. 등판엔 태극기와 1988 자수를 새겨 넣는 등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고객은 중장년층이지만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면서 MZ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MZ세대의 심리를 흔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건재하다. 기능성을 내세운 신규 브랜드 역시 MZ세대의 ‘찜’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프로스펙스의 포지셔닝이 MZ세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거다. 브랜드 전문가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프로스펙스도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래서 택한 게 생활체육(워킹화) 시장인데, 그 색채가 너무 짙어졌다. 중장년층이 찾는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된 지금에 와서 MZ세대를 겨냥하겠다는 전략이 통할지 모르겠다.”

정안석 대표는 “그들에게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휠라(FILA)를 예로 들어보자. 휠라는 잘될 때나 안될 때나 목표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늘 10~20대를 목표로 제품을 만들었고 마케팅을 했다. 

프로스펙스는 어떤가. MZ세대를 겨냥하려면 그들의 접근성이 높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 말이 좋지 MZ세대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올드한 브랜드를 MZ세대들이 과연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일 만큼 흥미로운지도 곱씹어봐야 한다.”

영광의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프로스펙스는 과연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잘됐으면 좋겠지만 MZ세대가 그 옛날 ‘라떼’에 흥미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이게 문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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