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기 전략은 승산 없어
MZ세대가 잘 모르는 88올림픽 마케팅

오리지널 로고를 내세운 프로스펙스의 뉴트로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 88올림픽을 경험하지 않은 MZ세대는 프로스펙스의 라떼 전략에 공감하지 못했고, 워킹화 고객인 중장년층까지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는 동안 LS네트웍스의 실적은 내리막을 탔다. 특히 브랜드 부문(프로스펙스·몽벨) 손실이 뼈아팠다. MZ세대를 겨냥했지만 그들을 사로잡지 못한 프로스펙스의 현주소를 MZ세대인 대학생 독자가 냉정하게 평가했다.

프로스펙스는 중장년층을 위한 워킹화와 MZ세대를 위한 뉴트로 제품을 함께 선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프로스펙스는 중장년층을 위한 워킹화와 MZ세대를 위한 뉴트로 제품을 함께 선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첫째, 오리지널 로고를 브랜드 로고로 통합한다. 둘째, MZ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MZ 세대들에게는 뉴트로 감성을 일으킨다. 프로스펙스가 재도약을 꾀하겠다면서 내세운 MZ세대 전략, 소위 말하는 ‘라떼 전략’의 핵심이다.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프로스펙스가 중장년층에서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기 위해 10대 초중반이나 아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MZ세대인 나는 프로스펙스의 이런 타기팅이 옳은 방향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사실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SNS 및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는 전략은 숱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모든 브랜드가 한결같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달리는 건 ‘휠라(FILA)’라는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휠라는 정말 성공한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휠라는 젊은 브랜드로 이미지를 변신하는 데 성공했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휠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철저하게 구사했다.

‘젊음’을 부각하기 위해 휠라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을 일정부분 내려놨다. 올드한 이미지나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보단 젊은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에 집중했다.

중장년층인 우리 아버지가 스포츠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신다면, 지금 상황에선 휠라보다는 프로스펙스의 제품에 손이 가실 거다.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현재 휠라의 제품이나 대표 디자인들은 직접 구매해 입기에는 너무 젊은 느낌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반면 20대인 나와 30대인 오빠는 이전에는 올드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사고 싶지 않았던 휠라 제품을 기꺼이 돈 주고 사 입는다. 

이처럼 타깃을 설정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업체가 타깃으로 설정한 연령층이 제품을 구매하는 데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프로스펙스의 전략을 꼬집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스펙스처럼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겠다”면서 중장년층을 위한 워킹화와 MZ세대를 위한 뉴트로 제품을 함께 론칭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흔들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오랜 시간 탄탄하게 쌓아온 중장년층 고객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애매하게 두 세대 모두 고집하다간 계속된 침체를 면치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프로스펙스를 전개하는 LS네트웍스의 실적은 고꾸라지고 있다. 최근 3년만 떼어놓고 봐도 그렇다. 

LS네트웍스의 매출 규모는 2018년 4459억원에서 2019년 4028억원, 2020년 3349억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2018년 3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214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지난해엔 323억원으로 손실규모가 더 커졌다. 그중 브랜드 부문(프로스펙스·몽벨) 손실이 283억원으로 전체 손실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스펙스가 굳이 디자인적인 요소만 갖다 붙인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영(young)한 디자인의 애슬레저룩(athleisure·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프로스펙스가 취하고 있는 ‘따라하기’ 방식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프로스펙스가 결국 가야 할 길은 ‘워킹화의 명가’라는 강점을 살리는 거다. 중장년층의 워킹화가 아니라 MZ세대를 위한 워킹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를 전후로 실외에서 가볍게 워킹을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실내 체육시설을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니 밖에서라도 운동하겠다는 건데, 이런 소비자를 공략하는 건 어떨까.

뉴트로 전략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프로스펙스는 88서울올림픽 후원 브랜드였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강조한다. 88서울올림픽의 단복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태극기와 1988 자수를 새겨 넣는 방식으로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겠다는 거다. 하지만 나는 이런 디자인과 마케팅 포인트들이 현재 20~30대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소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뉴트로의 포인트는 ‘추억의 유무’다. 어릴 때 마시던 오렌지주스의 병, 다소 촌스러운 무늬가 그려진 식기, 할머니 집에서 보던 자개 무늬가 들어간 옷장의 디자인…. 진짜 뉴트로는 ‘그때 그 시절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그리움을 자극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 익숙함과 추억 없이는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가. 프로스펙스가 내세우는 88서울올림픽과 MZ세대는 공감대가 있을까. 실질적인 MZ세대인 20대 중반인 나와 30대 초반인 오빠는 1988년도 올림픽을 겪지 않았다. 프로스펙스가 88서울올림픽의 후원 브랜드였다는 점도 알지 못했다. 감성을 자극할 만한 추억이 없는 제품은 그저 촌스럽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움을 자극하지 않는 뉴트로 전략으로는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리움을 자극하지 않는 뉴트로 전략으로는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 큰 문제는 프로스펙스의 88서울올림픽 마케팅이 MZ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거라 실제 88서울올림픽을 추억할 수 있는 더 높은 나이대의 중장년층은 소비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것들만 봐도 프로스펙스가 현재 내놓고 있는 제품들이 뉴트로의 기준이나 전략에 있어서 타당한 제품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현재의 뉴트로 마케팅 이전에 내놓은 제품들도 과연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는가 하는 점에서도 나는 회의적이다. 프로스펙스가 부활의 날개를 펴기 위해선 적어도 지금보단 더 전략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글 = 이혜연 대학생 독자 |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hyounylee@naver.com

정리 =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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