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지수가 꼬집은 역세권 청년주택의 한계
운영 미숙에 피해는 청년 몫

2016년 서울시는 청년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역세권 청년주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년주택은 교통 요지에 신축 공동주택을 공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계점도 있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모인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역세권 청년주택에 ‘정책’만 있고 ‘관리’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활동가를 만나 역세권 청년주택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사업주체를 지원했지만 통일된 관리 운영 규정은 없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사업주체를 지원했지만 통일된 관리 운영 규정은 없었다.[사진=연합뉴스]

✚ 역세권 청년주택은 이전에 없었던 대규모 청년주택 공급정책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시도는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  어떤 부분이 아쉬운 건가.
“임대주택으로 쓸 수 있는 건물이 많이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주택 자체는 분명 늘었다. 하지만 운영ㆍ관리에서 문제가 많았다. 집만 있고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년 주거 안정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겠나.”

✚ 좀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 
“역세권 청년주택은 시행사나 운영사가 청년 입주자와 직접 계약을 한다. 공인중개사가 없어도 된다는 거다. 이는 부동산 계약 절차를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청년들이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는 걸 확인하는 절차가 한단계 빠진 셈이기 때문이다.” 

✚ 중개사 없이 계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직접 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닌 듯한데. 
“옳은 지적이다. 시행사나 운영사가 역세권 청년주택 관련 (입주) 안내와 계약을 정상적으로 체결했다면 ‘절차 간소화’는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시행사의 실수로 입주자격이 있는 A씨가 청년주택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청년주택에 입주하려는 무소득자는 ‘신고사실없음 증명서’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시행사가 ‘소득금액증명’ 서류를 요구했고 일부 입주자는 이를 위해 ‘소득신고’를 했다. 그래서 몇몇 입주자는 정작 ‘신고사실없음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같은 분기에 다른 곳의 청약을 넣으려고 해도 증명 서류를 낼 수가 없게 된 거다.”

✚ 시행사의 잘못이 분명한데, 정상 참작이 되지 않았나. 
“그렇다. 문제가 있었던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행사와 입주자가 작성한 계약서에 주소가 잘못 적혀 있었다. 역세권 청년주택이 만들어지기 전 이 자리에 있었던 골프장 주소가 적혀 있던 거다.”

✚ 그게 왜 문제인가.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을 때 주소가 잘못된 계약서를 가져가면 대출이 거절된다. 입주자가 이 사실을 알고 시행사에 문제를 알렸고 대출이 지체된 만큼 입주일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 시행사의 실수인 만큼 입주일 연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됐나.
“시행사는 입주가 늦어지는 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잘못된 주소로 계약서를 작성한 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세입자들이 항의하자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해당 사실을 알렸다.” 

✚ 개별 연락 등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렇다.” 

 

시행사나 관리업체가 청년주택 입주자에게 손해를 끼친 사례는 또 있다. 최근엔 소유주가 부담해야 할 ‘관리비예치금’을 입주자에게 떠넘기는 일도 발생했다. 공동주택관리법(제24조)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로비ㆍ복도 등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비용인 ‘관리비예치금’은 소유주가 납부해야 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임대주택’인 만큼 실제 소유주는 사업 주체다. 그러나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의 관리업체는 청년 입주자들에게 관리비예치금을 내지 않는다면 입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이 사례는 명백한 불이익 아닌가. 
“맞다. 관리업체는 청년 입주자들에게 입주 전까지 관리비예치금을 내지 않으면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청년주택의 운영 기준이 명확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그렇다. 서울시가 운영 기준을 제대로 만들어놨다면 상황은 달랐을 거다. 서류안내방식, 입주기간연장 등 공통기준이 있었다면 시행사나 관리업체의 말 바꾸기에 피해를 본 입주자들이 없었을 거다. 이 기준은 공공이 마련했어야 했다고 본다.”

✚ 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임대주택이기 때문에 민간이 관리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잘못된 시각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그냥 민간임대주택이 아니다. 일반적인 민간임대주택은 모든 호실이 민간임대로 공급된다. 그러나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민간임대는 전체의 80~90% 수준이다. 나머지 10~20%는 공공임대다. 비중이 적다고 해도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 당연히 공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지수 활동가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한다고 정부나 지자체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청년의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청년 입주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시행사 등의 운영 실수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공공이 뭘 해야 한다고 보는가. 
“앞서 말했듯 운영ㆍ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시행사 등 사업주체에겐 다른 곳에서 역세권 청년주택을 만들지 못하도록 페널티를 줘야 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년주택에 당첨됐는데 시행사의 안내 실수로 인해 청년 한명이 주거 안정의 기회를 잃었다. 공적 요소가 있는 주택인 만큼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두차례 간담회를 통해 서울시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고 들었다.
“지난 4월 간담회를 열었고, 관리비예치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일단 서울시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 그렇다면 문제가 마무리됐나. 
“아니다. 서울시와 시행사가 우리 말을 들어준 건 문제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계속 늘어날 거고 청년 입주자들은 최소 2년은 거기서 살아야 한다. 입주 후에도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 운영기준 외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 있는 임차인대표회의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

✚ 임차인대표회의가 뭔가.
“300세대 이상의 민간임대주택에서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조직이다. 관리비 논의 등이 여기서 이뤄진다. 문제는 민간임대주택에서조차 이런 대표회의가 운영된 적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포함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 그럼 지자체와 시행사에 요구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
“임차인대표회의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초기 지원과 의견 수렴을 꼼꼼하게 해줬으면 한다. 입주자들이 사업 주체와 문제를 의논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지자체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언급했듯 역세권 청년주택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거다. 문제도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선례를 만들어나가면 좋지 않겠나.”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