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깊어지는 교육 불평등
기기 대여받았지만 성능 낮아 불편
취약계층에 세심한 손길 필요

교육부가 올 2학기부터 전면등교를 시행하기로 했다. 8월까지 유치원, 초·중·고 전 교직원과 고3, 대입 수험생 백신접종을 완료해 학교 내 집단면역 강화, 전면교육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변수가 없다면 지난해 4월 9일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 17개월 만에 전면등교가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원인 모를 바이러스는 우리를 또다시 습격할 공산이 크고, 그렇다면 원격수업은 언제든 재개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원격수업 시스템의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시대와 교육 불평등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코로나19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현주소를 짚어봄과 동시에 ‘바이러스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도 살펴봤다. 그 첫번째 ‘원격수업 17개월 방치된 아이들’ 편을 소개한다.

취약계층을 향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약계층을 향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새학기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란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교육부는 2주 간격으로 개학을 미뤘다. 하지만 확진자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교육부는 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3월 31일)’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공백을 막기 위해 원격수업을 학교의 수업일수·시수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2020년 3월 25일)”이라고 밝힌 지 6일 만이었다. “그동안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왔다”는 교육부는 “기존의 교실 환경에서는 어려웠던 것들이 원격수업을 통해 가능해졌으며, 온-오프라인 융합 학습을 통해 미래형 학습모형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온라인 개학이 사상 최초로 이뤄졌다. 4월 9일 고3과 중3이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16일에는 고1~2, 중1~2, 초4~6학년, 20일에는 초1~3학년이 순차적으로 개학했다. 이후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5월 30일 고3을 시작으로 다시 등교개학이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대부분의 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했다. 숨가쁘게 원격수업이 이뤄진 탓인지 원격수업 초기엔 접속 불량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했지만 교육부는 “미래 교육시스템을 앞당기는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에도 학교수업을 대체할 유용한 수업방식이다”면서 자찬했다. 

그렇다면 정말 그럴까. 정부의 자찬 이면엔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지는 않을까. 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수업을 두고 ‘교육공백’ ‘학습손실’ 등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서 교육 불평등이 더 심화하진 않았을까. 더스쿠프(The SCOOP)는 이 끝없는 질문에 펜을 집어넣기로 했다. 먼저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해보자. 학교를 그저 공부만 하는 학습의 공간으로 인식하면 학교수업을 대체할 유용한 수업방식이란 정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선 국어·수학·영어만 배우는 게 아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사회를 배운다. 사회에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미리 경험하는 공간이다. 물론 돌봄이라는 기능 역시 학교의 역할에 포함돼 있다. 원격수업을 평가할 때 시스템에만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등교수업 시스템에선 교사의 보호와 통제 아래 학생들이 비교적 동일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원격수업은 어떤가. 울타리도, 보호도, 통제도 없다. 그러니  원격수업이란 동일한 환경에서 불평등한 환경이 조성되는 거다.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코로나19는 학교 교육 속에 내재돼 있던 교육 불평등을 더욱 확대했다”고 꼬집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들은 부모가 온라인 학습을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사교육을 통해 학습과 돌봄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워줬다. 하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돌봄의 부재와 제한적 지원으로 더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가정환경, 심리적 특성, 교사 특성, 학교 정책 등에 따라 그 격차가 달라지긴 했지만 원격수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개별 학습자의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학교가 해소해주던 교육 불평등 문제를 가정으로 끌어오면 그 문제를 부모가 해결해줘야 한다. 하지만 취약계층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맞벌이가정이나 한부모가정에선 아이만 집안에 홀로 둔 채 일터로 향해야 한다. 

조손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조부모가 아이와 함께 있다 한들 스마트기기들에 익숙하지 않으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그러기 힘들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원격수업 시스템에서 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며 취약계층이 이전보다 더 소외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며 취약계층이 이전보다 더 소외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뒷받침할 조사도 숱하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4010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원격수업 진행으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학습 격차 심화(61.8%·복수응답)’였는데 그 첫번째 이유가 ‘가정환경의 차이(72.3%)’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격수업은 인터넷·학습기기 접근성, 수업의 질, 가정 내 지원, 학생의 참여 정도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취약계층의 학습 성취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7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원격수업 환경이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 22.6%는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은 6.2%만이 같은 취지로 응답해 둘 간의 차이는 3배 이상 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0~12월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원아동 5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수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나만의 학습공간이 없어서 집중하기 어렵다(32.9%·복수응답)’ ‘컴퓨터·노트북·태블릿PC 등이 부족하거나 사양이 낮다(33.1%)’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들이 나타난 걸까. 온라인 개학 첫날 정세균 국무총리(당시)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온라인 개학으로 자칫 소외될지 모르는 취약계층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라고 당부했다.

“저소득층과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장애학생 등 특수한 환경의 학생들이 원격수업에서 소외되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각별하게 지원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세심한 배려는 취약계층에 닿지 않았다. 원격수업 예산은 학생보다 학교나 교사들 중심으로 쓰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부터 총 3707억원(국비 1481억원, 지방비 2226억원)을 들여 전국 초·중·고에 기가급 무선망을 설치 중이다. 교사들 노후 PC를 교체하는 데에도 사업비 2215억원이 들어가는데,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25만대가량을 교체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정에 학교에서 원격수업용 스마트기기를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화면이 작아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했다”고 토로했다. “빠듯한 살림을 쪼개 중고PC를 하나 구입했다”는 학부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학부모·학생·교사 1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봐도 학부모의 87.2%가 코로나19로 교육격차가 벌어졌다고 응답했다. 


이런 불안감은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전교조 조사 결과, 전체 학부모의 57.9%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원격수업 시스템으로 인한 학습결손을 사교육으로 메우려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취약계층에게 사교육은 높은 산이다. 소득에 따라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회 안전망 역시 코로나19 시국에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주던 작은도서관이나 이동도서관도 감염 우려로 대부분 운영이 중단되거나 물리적인 접근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경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계층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저하되고 있는데 특히 취약계층의 성취도는 더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적절한 학습 공간이 없고 인터넷과 학습기기 접근이 어려운 학생,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처한 학생 등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원이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때일수록 교육 일선에 있는 교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게 사실이다. 학교에선 아이들의 생활을 일거수일투족 확인할 수 있지만 원격교육 시행으로 시야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교일이 줄어들면서 교사들의 관심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 내 8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를 보면, 등교일이 줄어들면서 교사들은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 밖 취약계층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늘고, 청소년 사건사고 발생률이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교육부가 2학기 전면등교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2학기 전면등교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상황에서 교육부는 전국 학부모, 교원,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두차례 교육단체 간담회를 거쳐 2학기 전면등교를 결정했다. 8월까지 유치원과 초·중·고 전 교직원, 고3, 대입 수험생 백신접종을 완료해 학교 내 집단면역 강화, 전면등교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등교 재개 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던 경험이 있는 만큼 언제 또 팬데믹의 소용돌이가 몰아칠지 모른다. 교육 사각지대용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됐는지, 학교 울타리 밖의 아이들은 누가 돌보는지,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떻게 어루만져야 하는지 등을 따져보고 취약계층을 향하는 손길이 지금보다 더 세심해져야 지난 1년여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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