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하이트진로 테라
투명병 교체한 카스의 반격
일시적 부진 vs 한계 직면

‘40%.’ 하이트진로는 지난 수년간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제품을 리뉴얼할 때마다 맥주 시장점유율 40%를 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번번이 실패하던 이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어준 제품은 2019년 3월 출시한 ‘테라’였다. 테라의 성공에 힘입어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0%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테라 역시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일시적 부진일까 한계에 직면한 걸까.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린 테라가 최근 심상찮다.[사진=연합뉴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린 테라가 최근 심상찮다.[사진=연합뉴스]

출시 2년 차를 맞은 맥주 테라(하이트진로)가 또 하나의 효자 노릇을 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테라의 판매 호조 등으로 회사채 신용등급전망이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16일 하이트진로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A(긍정적)’로 끌어올렸다. 2019년 3월 출시 이후 16억병이 판매된 테라가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테라의 인기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부문 실적이 코로나19의 여파마저 비껴갔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맥주 부문 매출액(이하 개별기준)은 7285억원으로 전년(6221억원) 대비 17.1%나 증가했다.

반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542억원으로 전년 동기(1641억원) 대비 7.1%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유흥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전체 맥주시장이 감소한 데 비하면 매출 감소폭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반론에도 매년 5%포인트대를 기록한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 증가세가 한풀 꺾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맥주 시장점유율은 2018년 31.0%, 2019년 35.0%, 2020년 40.0%로 연간 4~5%포인트씩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엔 2%포인트대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경쟁 브랜드 ‘카스(오비맥주)’를 향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여전히 견실해서다. 시장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직장인(만 25~54세‧1204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맥주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카스(30.0%)가 테라(14.0%), 하이트(9.0%)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지켰다.

테라의 추격을 당하던 오비맥주는 카스를 투명병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사진=오비맥주]
테라의 추격을 당하던 오비맥주는 카스를 투명병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사진=오비맥주]

여기에 오비맥주가 지난 4월 카스 패키지를 리뉴얼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선 것도 테라의 진격에 제동을 걸었다. 오비맥주는 갈색병 ‘테라’에 대응해 카스를 ‘투명병’으로 교체하고 ‘올 뉴 카스’ 마케팅을 펼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패키지 리뉴얼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될까. 테라는 다시 카스를 거세게 추격할 수 있을까. 결과는 하반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에 나타날 전망이다. 주류 시장이 차츰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라의 상승세가 올해에도 이어지겠지만 지난 2년간 보여준 고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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