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도미노
눈치 보던 라면도 결국 인상
오를 품목 아직 많아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가격 인상 퍼레이드는 봄을 지나 여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을 기다리는 업계도 있다. 과자업체와 우유업체는 8월부터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고, 수년째 눈치싸움을 벌여온 라면업계에선 오뚜기가 총대를 멨다. 원재료 가격이 오른 탓도 있다지만,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던 라면업계가 8월 오뚜기를 시작으로 줄지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던 라면업계가 8월 오뚜기를 시작으로 줄지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시작은 150g짜리 작은 캔이었다. 지난 5월 동원F&B는 참치캔 3종(동원·고추·야채참치)의 편의점 가격을 올렸다. 150g 캔은 3600원에서 4000원으로 11.1%, 100g 캔은 2800원에서 3000원으로 7.1% 인상했다. 지난 2월 햇반과 어묵·장류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올린 CJ제일제당은 3개월 만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햇반 컵밥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미역국밥·황태국밥·콩나물해장국밥 등은 3900원에서 4200원으로, 철판제육덮밥·불닭마요덮밥은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다.

사실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건 흔한 일이다. 가격을 올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금세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올해는 가격 인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일반적으로 식품업체는 연초에 가격을 끌어올린다. 올해도 1분기에 두부·콩나물·반찬류 통조림·탄산음료·햇반 등 식품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2분기는 물론, 3분기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동원F&B가 편의점 참치캔 제품을 인상한 것을 필두로 다수의 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7월엔 식품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 우선, 동원참치에 이어 사조참치도 올랐다. 사조산업은 사조 살코기참치 편의점 판매 가격을 3400원에서 3900원으로 500원 인상했다. 오뚜기는 최근 잼류와 식초, 마가린 가격을 약 10% 올렸다. 딸기잼(300g)은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옥수수 마가린(200g)은 225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했다. 햇반과 컵반 가격을 올린 바 있는 CJ제일제당은 햄과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 20여종 가격을 9.5%가량 끌어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매일유업은 ‘페레로로쉐’ ‘킨더조이’ 등 수입 초콜릿 제품 가격을 약 5% 올렸다. 배상면주가도 느린마을 막걸리의 가격을 2900원에서 3400원으로 17.2% 인상했다. 롯데푸드는 파스퇴르의 발효유 ‘쾌변’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 올렸다. 언뜻 봐도 일반적인 가격 인상으로 치부하기엔 그 범위가 넓고 품목이 많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지난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가격이 오른 건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평균 10.5% 인상), 맘스터치의 버거 가격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 오를 품목이 더 남았다는 거다. 과자류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우유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일찌감치 “8월부터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해태제과는 홈런볼·맛동산 등 주요 5개 제품군 가격을 평균 10.8% 인상한다. 홈런볼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13.3%, 맛동산은 3000원에서 32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급상승에 따른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를 열고 원유 기본가격을 1L당 21원 인상(926원→ 947원)하기로 유업계와 합의한 낙농진흥회도 8월 1일부터 오른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우유회사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 가격은 1034원에서 1055원으로 오른다. 지난 2018년 원유가격이 인상된 후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우유 제품군 가격을 각각 3.6~4.5%, 4.5% 끌어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유 가격 인상도 머지않았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가격도 곧 오를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우유 가격도 곧 오를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가격 인상을 미루고 미뤄왔던 라면업계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15일 “8월부터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이제 시간문제다. |

라면업계는 짧게는 4년, 길게는 13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오뚜기는 지난 2008년 3월 가격을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13년동안 눈치만 봐왔다. 그러다 올 2월 “라면 가격을 평균 9.5%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저항에 부딪쳐 5일 만에 자진 철회한 바 있다.

농심은 어떨까. 2016년 12월 18개 라면류 제품가격을 평균 5.5% 인상해 780원이던 신라면 가격이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다. 2011년 11월 이후 5년 1개월 만의 인상이었는데, 그로부터 4년 7개월이 더 흘렀다. 삼양식품도 다르지 않다. 2017년 5월 4년 9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이후로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라면은 서민식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따뜻한 밥 한공기마저 챙기기 어려울 때 찾는 식품이 다름 아닌 라면이다. 식품업체들이 실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라면업체 한 관계자는 “라면은 서민식품으로 간주돼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격 저항이 크다”며 “서로 눈치 보며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선 “이제 올릴 때도 됐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라면 원재료의 40~50%를 차지하고 있는 소맥(밀)과 팜유 가격이 치솟을 대로 치솟고 있어서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9일 소맥(밀)은 1톤(t)당 192.90달러에 거래됐다. 1년 후인 지난 9일 소맥 가격은 223.59달러를 기록했다. 1년 새 15.9%가 오른 거다. 5월 7일에 284.21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팜유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기준 팜유 선물 가격은 지난 9일 1톤당 936.76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526.83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가파르게 올랐다. 원재료에서 밀과 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이르는 라면이 가격 인상 바통을 이어받을 거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재료, 인건비 상승 부담에도 가격 인상이 미뤄진 탓인지 라면 3사의 내수 매출총이익률 하락폭이 더 커졌다”며 “라면 업계가 연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뚜기가 총대를 멨다. 최후의 보루인 서민식품 라면마저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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