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s Infographic
밀크플레이션과 식품업체의 두 얼굴

우유 가격이 오르면 식품업체들이 하나둘 가격을 인상한다.[사진=뉴시스]
우유 가격이 오르면 식품업체들이 하나둘 가격을 인상한다.[사진=뉴시스]

우유 가격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원유 기본가격이 3년 만에 인상됐다. 낙농진흥회는 8월 1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1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렸다. 그러자 ‘이를 시작으로 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곳곳에서 나온다. 그동안 원유 기본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시작으로 커피·빵·제과류 등 가격이 연이어 인상돼 왔기 때문이다.

2013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해 8월 낙농업계엔 큰 변화가 있었다. 그전까진 낙농업체와 유업계가 합의를 통해 원유가격을 결정했는데,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용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유 기본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그해 도입됐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되면서 당시 1L당 834원이던 원유 기본가격은 940원으로 올랐다. 그러자 서울우유를 필두로 유업체들이 차례로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서울우유는 L당 가격을 220원, 매일유업은 200원 올렸다. 이를 기점으로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제과류와 빙과류 가격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상됐다. 

롯데제과가 9개 제품 가격을 9.2% 올렸고, 해태제과는 에이스와 오예스 등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후레쉬베리 등 6개 제품 가격을 평균 11.9% 올렸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인 투게더와 엑설런트 가격을 각각 10.0%, 16.7%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도 640여개 품목 중 1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7.3% 끌어올려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분위기는 2018년에도 이어졌다. 2018년 낙농진흥회는 원유 기본가격을 4원(922원→926원) 인상했다.[※참고: 낙농진흥회는 2016년 940원이던 원유 기본가격을 922원으로 인하했다. 우유 소비가 감소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도 서울우유가 5년 만에 흰우유 가격을 3.6% 인상했고, 뒤이어 남양유업이 우유 가격을 올렸다. 제과업체와 빙과업체도 기다렸다는 듯 가격 인상을 이어갔고, 커피전문점도 일부 제품 가격을 손봤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꼬집을 게 하나 있다. 


3년 만에 가격이 21원 올랐다지만 사실 원유 기본가격은 2013년 940원으로 오른 뒤 동결과 인하, 인상을 반복하며 2013년 대비 7원 올랐다. 하지만 식품 가격은 한번 오르면 내려올 줄 모르고 계속 오르길 반복했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로 원유 기본가격이 106원 오르기 전 빙그레 아이스크림 투게더(바닐라맛·900mL)의 전국 평균가격은 4864원이었다. 하지만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되자 투게더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4898원). 

문제는 원유 기본가격이 인하된 2016년이다. 원유 기본가격은 18원 내렸지만 투게더 평균 가격은 계속 올라 5005원이 됐고, 2018년엔 5466원까지 올랐다. 올해 7월 기준 투게더 가격은 5742원이다. 원유 기본가격이 7원 오르는 사이, 투게더 가격은 100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격이 오를 땐 누구보다 빠르고, 가격이 내릴 땐 나 몰라라 하는 식품업체들 탓에 애먼 서민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