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37001 장단점
부패 100% 막는 만병통치약 없어
적절한 장치 마련했느냐가 중요해

공공이나 민간영역에서 부패 리스크를 가늠하기 위해 ISO 37001 인증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부패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래선지 일부에선 ISO 37001을 마치 부패를 방지하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ISO 37001의 진짜 의미는 “우린 부패행위를 예방하고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데 있다.

ISO 37001이 기업 부패를 방지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진은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ENI CEO.[사진=연합뉴스]
ISO 37001이 기업 부패를 방지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사진은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ENI CEO.[사진=연합뉴스]

ISO 37001은 기업의 부패 발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국제 표준이다. 기업은 ISO 37001을 통해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통제 장치를 강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ISO 37001 인증을 받았다는 건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통제 장치를 마련한 기업이라는 얘기다. 

그 때문에 ISO 37001은 기업 간 비즈니스에서 부패 리스크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ISO 37001 인증을 받은 기업은 투자자나 비즈니스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부패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 반대로,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자격요건의 일환으로 ISO 37001을 준수하고 있다는 증거를 요구할 수도 있다.

ISO 37001이 가진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기업과 관련된 뇌물죄 수사ㆍ재판이 진행 중일 땐, ISO 37001이 뇌물죄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양형이 경감되거나, 기소를 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ISO 37001에도 단점은 있다. 기업별로 규모ㆍ지역ㆍ상업 분야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을 구체화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ISO 37001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ISO 37001이 사기, 카르텔을 비롯한 반독점 경쟁범죄, 돈세탁 또는 부패 관행과 관련된 활동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단점은 또 있다. ISO 37001을 구현하거나 인증하려면 추가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인증 과정에서 현재 모범사례가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인증서가 발행될 때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리스크와 인사,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립석유공사 ENI의 사례는 단적인 예다. ENI는 2017년 1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ISO 37001 인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ENI의 최고경영자(CEO)가 국제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ISO 37001 인증을 취득하자마자 CEO가 부패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ISO 37001의 부실인증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ISO 37001의 장점과 단점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ISO 37001의 인증을 득했다고 반드시 부패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안전사고를 100%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ISO 37001 표준을 준수했을 때,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적지 않은 리스크에도 ISO 37001을 도입하고 인증을 취득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정리 =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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