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적인 모습

# 얼마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사전예약 사이트가 문을 연 지 하루도 안 돼 모든 관람 회차가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죠.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인왕제색도입니다. 

# 인왕제색도는 1751년 작품으로 그의 나이 75세 때 그린 대표작입니다. 한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뒤 비에 젖은 인왕산 바위의 인상을 그려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암벽들의 배치와 산 아래 낮게 깔린 구름, 그 아래 수목의 짜임새 있는 구도가 특징입니다. 일기 변화를 감각적으로 표출하고, 실경의 순간을 인상적으로 포착한 그림에선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인왕산은 서울 종로구와 서대문구에 걸쳐 있는 높이 338m의 산으로 큰 화강암 덩어리들로 이뤄진 바위산입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큰 바윗돌이 곳곳에 박힌 산세가 제법 웅장합니다. 신기하고 기묘한 바위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낸 조각 작품입니다. 무학대사의 기도 도량이었던 선바위부터 장군바위, 모자바위, 기차바위 등 이름도 다양합니다. 

# 선바위를 지나서 뒤쪽 능선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해골바위가 있습니다. 바위 곳곳에 구멍이 파인 모습 때문인지 그렇게 불리는 듯합니다. 노을빛에 노랗게 물든 바위가 예술작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속상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바위 몸체를 가득 채운 낙서 때문입니다. 이름과 생년월일이 빼곡히 바위를 덮었습니다. 흐려진 이름 위에 덧대고 또 덧대 쓴 것으로 봐서 한두번의 흔적이 아닌 듯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랬을까요.

# 산에 가면 많이 듣는 말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입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산을 즐기라는 말이겠지요. 아마도 바위에 낙서를 갈겨놓은 사람들은 자신이나 가족들의 복을 빌기 위해 그런 짓을 한 듯합니다. 하지만 자연을 훼손하면서 본인들의 욕심을 채운다는 건 참 이기적입니다. 겸재 정선이 바라보던 인왕산과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인왕산의 모습이 겹치며 생각이 많아집니다. 개인의 복은 마음속으로만 빌면 어떨까요? 부디 간절히 비나이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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