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가석방 논란

국내 재계 순위 17위, 자산총액 23조원, 계열사 22개를 거느린 부영그룹의 창업자인 이중근 회장이 돌아왔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가석방’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지난 13일 가석방됐다. 시장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 회장의 컴백이 부영그룹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란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중근 부영 회장을 둘러싼 가석방 논란을 심도 있게 취재했다. 

518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됐다.[사진=연합뉴스]
518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됐다.[사진=연합뉴스]

■ ‘황제보석’ 논란에도 가석방 된 이중근
■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 기업가치 훼손
■ 93.78% 지분 앞세워 경영 참여 나설 수도
■ ‘무보수 미등기’로 취업규제 빈틈 노릴까
■ 부영 측 “회장이라 부르긴 하지만 모든 직책 사임”


지난해 불어닥친 코로나19 국면에서 모든 기업이 ‘죽’을 쑨 건 아니다. 시장이 되레 호재로 작용했거나 비상전략이 들어맞은 몇몇 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중엔 부영그룹도 있다. 국내 최대 민간임대주택 공급자인 부영그룹은 지난해 3627억원, 당기순이익 133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830억원대의 영업적자와 14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걸 감안하면 놀랄 만한 ‘반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공교롭게도 부영그룹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시기는 이중근 회장의 ‘부재기’와 겹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열린 2심(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참고: 검찰은 이 회장을 2018년 2월 4300억원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구속된 지 161일 만인 그해 7월께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문제는 이 회장이 병보석이 아니라 일반보석으로 석방됐다는 점이다. 병원·법원을 제외하곤 외출이 제한되는 병보석과 달리 일반보석은 3일 이상의 여행이나 출국(법원 허가 시)도 가능하다. 이 회장을 두고 ‘황제보석’이란 논란이 발생한 이유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철창에 다시 갇힌 2018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신명호 회장직무대행, 김시병 사장, 최양환 사장 등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부영그룹의 실적이 개선된 덴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황이었다는 특수한 사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영맨’들이 나름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도 부인할 순 없다. 특히 이 기간 이 회장이 부영그룹과 6개 계열사(부영주택·동광주택·광영토건·오투리조트·인천일보·부영파이낸스대부)의 대표이사·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총수 공백’이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이런 부영그룹에 최근 ‘폭탄’이 깔렸다. 그건 다름 아닌 이 회장이다. 법무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가석방’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 회장은 지난 13일 출소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에 가려졌지만, 이 회장의 가석방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참여연대·인천평화복지연대 등을 비롯한 광주·전남 7개 시민단체는 “이중근 회장의 가석방을 철회해야 한다”는 논평을 앞다퉈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횡령·배임 피해금액이 518억원에 이르지만 준법감시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양형기준에서 가장 낮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며 “재벌 총수는 불법을 저질러도 뉘우치는 시늉을 하면 가장 낮은 실형을 살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해묵은 공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지금도 부영그룹 때문에 피눈물을 쏟고 있는 전국 각지의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은 피해구제를 위해 200여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그간 이 회장의 행보로 볼 때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인사를 가석방하는 게 공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가석방된 부영그룹 창업자

더 큰 문제는 가석방 이후 이 회장의 행보다.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총수 이중근’은 부영그룹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부영그룹과 계열사의 대표이사·사내이사에선 물러났지만 이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무엇보다 그는 지주사 부영(지분 93.78%)을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일례로 부영그룹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부영주택은 부영그룹의 100% 자회사다. 다른 계열사 중 상당수도 지주사 부영의 지분이 90%를 넘는다. 부영그룹을 둘러싸고 ‘이 회장이 황제경영을 하는 1인 기업’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1941년생으로 8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경영승계의 밑그림조차 그려놓지 않았다는 것도 경영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회장의 자녀 3남 1녀 중 부영그룹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는 첫째 이성훈 부사장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지분율은 2.18%로 매우 낮다.

하지만 이 회장이 ‘돌아오면’ 부영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이 회장은 부영그룹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 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1년 전 부영의 아파트 브랜드 ‘사랑으로’가 국내 20개 건설사 중 소비자 호감도 1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이 회장이 지분 93.78%를 앞세워 경영에 입김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특경법 제14조(일정 기간의 취업제한 및 인가·허가 금지 등)는 ‘특경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기간은 징역형 종료 후 5년이다. 사실상 이 회장이 85세가 되기 전까지는 부영그룹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재벌 봐주기’란 또다른 논란거리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무보수 미등기 임원’이란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걸 악용한 꼼수다.

벌써부터 기업가치 훼손

실적은 살아났지만 부영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22개 계열사 중 남광건설산업·남양개발·부영씨씨·부영환경산업·한라일보사 등 5개 계열사는 자본잠식 상태다(2020년 기준). 부영주택(378.39%)을 포함해 부채 비율이 300%가 넘는 계열사도 4곳에 이른다. ‘돌아온’ 이 회장이 경영에 욕심을 부리는 순간,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부영에 되레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으니 ‘회장’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는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면서 “경영 복귀와 관련해선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직책을 버리든 말든 회사 차원에서 ‘총수’의 행보에 제동을 걸긴 어렵다는 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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