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형기 60% 채우고 가석방
가석방 이유 중 하나인 삼성전자 위기론
하지만 지난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록
총수 자리 비운 올 상반기 투자도 활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배경 중 하나는 삼성전자 위기론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었던 지난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된 배경 중 하나는 삼성전자 위기론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이었던 지난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지난 13일 출소했다. 파기환송심(1월 18일)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앞서 2017년 특검 수사 당시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으니 이 부회장은 형기의 60%가량을 채우고 출소한 셈이다.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가석방한 법무부의 조치는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법적 요건과 실무는 다르다. 통상 80% 이상 형기를 마친 수감자를 대상으로 가석방을 허가해온 게 그동안의 관행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10년(2010~2019년)간 가석방된 수감자 가운데 형집행률이 70% 미만인 경우는 0.3%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대상 기준을 낮춘 것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법무부는 지난 4월 28일 “가석방 기회 확대를 통해 수형자의 자활의지를 고취하겠다”며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는데,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이재용 특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숱한 논란에도 법무부가 이재용 부회장을 가석방한 건 ‘삼성전자 위기론’에 기인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8ㆍ15 가석방 대상자에 이 부회장의 이름을 올리며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경쟁업체들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투자시계가 멈췄다”며 위기론을 키운 게 먹혀든 셈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따져봐야 할 게 삼성전자 위기론의 실체다. 삼성전자는 정말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탓에 위기에 빠졌을까. 일단 실적을 보면 위기론과는 거리가 멀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액 63조6716억원, 영업이익 12조5667억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분기 실적이다. 당초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1조원, 11조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던 증권업계의 예상도 뛰어넘었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이 모두 고르게 성장했다. CE(가전)ㆍIM(모바일ㆍ컴퓨터)ㆍDS(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8%, 9.3%, 17.6% 증가했다. 특히 TV시장에선 1분기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고, D램 시장에선 5분기 연속 점유율 하락세를 끊고 반등(1분기)에 성공했다.

2018년 이후 3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왕좌에 오른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추격 속도가 빨라진 게 우려할 만한 요인이지만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중심으로 플래그십 라인업을 전환해나가는 과도기적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실적만큼 중요한 게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없으면 신속한 투자 결정이 어렵다는 주장도 성립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올 상반기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액으로 썼다. 이는 지난 3년(2018~2020년) 동안 같은 기간에 썼던 평균 투자액 14조8123억원보다 10조원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왔지만 취업제한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특혜 논란을 두고 “이재용씨만을 위한 가석방이 아니다”며 “취업제한 해제는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더욱 이상하다.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나아가 국가 경제를 위한 가석방’이라는 앞의 명분과 맞지 않아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대체 무얼 위한 가석방이었나.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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