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아라뱃길 이대로 괜찮나

올해로 개통 10년을 맞은 경인 아라뱃길이 천덕꾸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완공했지만 경제성과 실용성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아서다. 이 때문인지 최근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는 이곳을 운하 대신 수상·레저공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플랜을 짜고 있다. 나랏돈을 들여 만든 경인 아라뱃길을 이렇게 변경해도 되는 걸까.

2조7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완공한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 10년 만에 천덕꾸러기가 됐다.[사진=뉴시스] 
2조7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완공한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 10년 만에 천덕꾸러기가 됐다.[사진=뉴시스] 

2012년 5월 완공한 ‘경인 아라뱃길’이 올해로 개통 10년을 맞이했다. 경인 아라뱃길은 서울의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잇는 수도권 서부를 관통하는 경인운하다. 2009년 수도권 지역을 대표하는 4대강 사업 모델로 꼽힌다. 경인 아라뱃길을 만드는 데 투입한 비용은 2조7000억원에 이른다. 당시 경인 아라뱃길의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비용 대비 편익 타당성 조사가 이를 잠재웠다.

네덜란드의 유명 운하전문업체인 DHV사가 경인 아라뱃길의 비용 대비 편익값이 1.76이라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1.07이란 타당성 결과를 발표하며 경인 아라뱃길 공사에 힘을 실어줬다.[※참고: 비용 대비 편익이 1.0을 넘는다는 건 경제성이 있어 사업 추진에 타당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경인 아라뱃길은 2009년 3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경제성 조사 결과와 현실은 매우 달랐다. 언급했듯 2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물류 성적표는 저조했다. 경인 아라뱃길의 개통 당시 물류 기능 예측치는 2012~2019년 6297만9000톤(t)이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518만8000톤(t)으로 전망치의 8.2%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누적 여객 이용자도 93만2000명으로 사업 추진 시 예상했던 462만명의 20.1%에 불과했다. 경인 아라뱃길에 물류 운송 운하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 때문인지 경인 아라뱃길은 2조7000억원짜리 자전거 동호인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물까지 흐르지 않는 탓에 기준치 30배 이상의 대장균이 사는 서식지가 돼버렸다. 여기에 여름밤 수도권의 열섬 효과를 증폭시키는 길이 18.8㎞, 면적 157.1㎢의 열저장소란 혹평까지 받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2018년 10월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자체·한국수자원공사·지역주민·시민단체·전문가·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경인 아라뱃길을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 29차례의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올해 2월 경인 아라뱃길의 기능을 운하에서 여가·친수親水 문화 중심으로 전환하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인 아라뱃길을 수상 관광과 레저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고, 수변 공원의 기능을 확대해 현재 4~5등급 수준인 수질을 2등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위원회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축소·폐지될 경인 아라뱃길의 물류 기능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이 수상관광과 수질환경을 위해 비용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인 아라뱃길에 지금까지 투입한 예산을 전부 날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상치의 8.2% 불과한 물류 실적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사업성을 잃어버린 경인 아라뱃길을 대한민국 수소경제 플랫폼의 메카이자 수도권 에너지 공급의 젖줄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수소에너지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야기한 탄소에너지를 대체할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의 원천이다. 이런 수소에너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하고 안정적인 수소에너지 생산과 이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는 방법이다.

경인 아라뱃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수소 튜브트레일러, 지하 관로 이송방식과 같은 기존 수소 운송방식은 교통사고·지진 등의 사고에 취약하다. 사고 시 수소가 유출되면 큰 폭발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경인 아라뱃길 아래에 수소에너지 저장소와 운송 관로를 설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물 아래 설치된 수소 파이프라인의 문제점은 기포 발생 등을 통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 수소가 누출되더라도 토양이나 대기로 확산하는 걸 막을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 폭발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경인 아라뱃길의 수량이 풍부해 수소 생산 플랜트를 건설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를 활용해 수소전기발전기와 그린수소충전소를 인천터미널·김포터미널 부근에 건설하면 서울·인천 등 수도권 가정이나 기업에 저렴하고 풍부한 수소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부수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인 아라뱃길 수소경제 플랫폼은 운하의 수질 오염으로 피해를 보는 인천 서구 주민과 수소경제 플랫폼 단지 계획에 우려를 품고 있는 인천 송도 주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당인동 한국중부발전소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그린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에도 좋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수소 운송관 수중에 설치하면…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4조4000억원을 투자해 청정수소 60만톤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4조7000억원을 수소 에너지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수소경제를 향한 이같은 관심이 경인 아라뱃길에 집중되면 이곳은 대한민국의 환경과 교통의 새 역사를 쓰는 ‘에너지 실크로드’가 될 것이다. 경인 아라뱃길의 사업 전환을 준비하는 정부와 시민단체·환경단체, 관련 기업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가 경인 아라뱃길을 담당하는 지자체와 유관부처(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실물 관리 부처인 환경부, 그리고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민간 수소기업협의체에 공론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글=김태엽 플랜테리어연구소 소장
planterior@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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