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먼저 띄웠건만 낄 틈 없다
수소경제 먼저 띄웠건만 낄 틈 없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95
  • 승인 2020.07.0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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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시대 개막, 한국 수혜 볼까

수소가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규제가 이젠 ‘탈탄소’가 아니라 ‘탄소배출 제로화’로 가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의 수소차 전문업체 니콜라(Nikola)가 나스닥에 상장된 건 단적인 예다. 그러자 수소 밸류체인에 속하는 국내 기업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수소경제에서 국내 기업이 얼마만큼의 몫을 가져올 수 있느냐다. 

유럽이 수소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소차 벨류체인에 속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럽이 수소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소차 벨류체인에 속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소가 산업 지형을 확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등 유럽연합(EU)이 수소경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정부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수소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개발과 국제 수소에너지 개발협력사업 등에 90억 유로(약 12조2000억원)를 투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독일 정부가 ‘탄소배출 제로화’를 위해 석유ㆍ석탄 등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거다. 

실제로 독일은 2030년까지 수소에너지 생산설비를 5GW로 늘리고, 2035년엔 10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녹색수소(green hydrogen)’다. [※참고 : 수소는 생산과정이나 온실가스 배출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천연가스를 고온ㆍ고압에서 분해해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회색수소(현재 전세계 수소의 약 50%)’, 탄소에너지 사용 후 포집ㆍ저장하는 방식으로 얻는 ‘청색수소’,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녹색수소’ 등이 있다. 그중 녹색수소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경제 이끄는 유럽 국가들

독일만이 아니다. 인근의 다른 국가들도 수소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영국ㆍ네덜란드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소를 제조하는 그린수소 파일럿(시험가동)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대표적 사례다. EU에서는 7월 수소육성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핵심은 EU 내 수소 관련 시장 규모를 2020년 20억 유로에서 2030년 1400억 유로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10년 내에 시장 규모를 70배로 키우겠다는 거다. 

이를 통해 1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규모 초기 투자를 단행해 2년 내에 그린수소의 제조단가를 회색수소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말하자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소경제가 서서히 막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는 국내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수소차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내연기관차를 수소차로 전환하려면 충분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이 수소를 탄소배출 없이 생산하려면 수전해(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물과 가까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인 해상풍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녹색수소 생산전략이 해상풍력과 연계돼 있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추경(4639억원)의 4.2%(195억원)를 해상풍력에 쏟아붓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태양광에 집중됐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산업도 좀 더 다양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소차 덕분에 전통 제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 공산도 크다. 무엇보다 철강업과 정유업의 경우, 수소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 철강재의 주원료인 코크스를 만드는 과정이나 원유 정제과정에서 청색수소를 얻을 수 있어서다. [※참고 : 물론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대부분 자체 소모됐지만, 향후 사업의 한 부문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학업계는 ‘연료전지’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노릴 수 있다. 수소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연료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막전극접합체(수소전지 이동)’란 화학소재이기 때문이다. 

기술 수준 끌어올려야 수혜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치)’ 산업에도 수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소차에는 기존의 내연기관차나 전기차와는 또다른 소재나 부품ㆍ장치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수소연료탱크의 주재료인 탄소섬유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수소경제의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관련 분야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 수소의 인기와 함께 상당히 많은 산업 분야가 수소차 밸류체인으로 거론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몫을 가져올 수 있느냐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나라가 2019년 1월 수소산업 육성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수전해 기술(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의 효율성은 독일ㆍ미국ㆍ일본 등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핵심기술 수준도 70%대에 머물고 있다. 시장이 개화開花한다고 수소 관련 기업이 이득을 보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안나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소연료탱크의 예를 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수소연료탱크의 주원료인 탄소섬유는 일본의 도레이가 대부분 공급한다. 백금촉매는 일본의 교세라, 연료전지 셀의 주요 소재인 막전극접합체는 듀폰ㆍ고어ㆍ3M(이상 미국)ㆍ존슨매티(영국) 등이 공급업체다. 국내 기술 수준은 아직 수소차에 적용할 정도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수소 특수特需를 누리기엔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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