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박내화 작가

연꽃, 43×74㎝, 수묵담채화, 2008
연꽃, 43×74㎝, 수묵담채화, 2008

예술혼은 아름답다. 그 혼을 작가 한명이 ‘단신’으로 뿜어냈을 땐 더 숭고한 의미를 갖는다. 박내후는 ‘무상無常의 시대 무변無變의 예술혼’을 쏟아부은 작가다. 

1971년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오랜 기간 충남 아산의 ‘방현제’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교직 생활도 겸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내력來歷을 품은 명검처럼 선이 명확하고 깊이가 있어 여러 사람에게 감명을 줬다. 그는 다음과 같은 뜻을 세우기도 했다. “한 번만 봐도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겠다.” 

하지만 그는 숭고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8년 9월 22일 예정됐던 첫 개인전을 앞두고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작품을 세상에 보이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너무도 깊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2019년 8월 그의 아내이자 뜻을 함께해온 예술인 박명숙 박내후미술관 관장이 박내후 작가가 방현제에 남긴 작품을 직접 선택해 초대회고전을 열었다. 박내후 작가가 오랫동안 공들인 작품들을 목도한 관람객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가 만들어낸 절제되면서도 우아한 선과 색은 다른 작가들에게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자연을 사랑했던 박내후 작가는 패랭이꽃·연꽃·여름·상사화·소나무·폭포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양화의 주된 소재를 화폭에 담아냈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은 기존 동양화는 다른 정갈함과 깨끗함을 보여준다. 이는 개념미술·뉴미디어아트 등 예술적 사상의 전쟁터가 돼버린 지금의 예술계에 경종을 울릴 만한 명료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동양화가 주는 가치와 미적 감정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자문할 시간을 제공한다. 

상사화,48×75㎝, 수묵담채화, 2008
상사화,48×75㎝, 수묵담채화, 2008

예술혼을 간직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땐 종종 사후 업적을 기리는 작업을 한다. 박내후 작가도 그렇다. 그의 정신과 예술혼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작업을 앞서 언급했듯 아내 박명숙 관장이 진행하고 있다.

수필가이나 콘텐츠크리에이터인 박 관장은 2020년 여름부터 미디어기업과 협업해 박내후 작가의 작품세계를 수필가적 감각이 들어있는 ‘박내후 미술관’이란 아트 콘텐츠로 녹여내고 있다. 박 관장은 “향후 박내후 작가의 미술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 미술은 동서양 통합시대를 맞고 있다. 기법보단 정신과 메시지가 중요해진 것도 요즘 미술의 표징이다. 그래서인지 박내후 작가가 생전에 했던 말과 조언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해 가니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박내후 작가가 말했던 무상의 의미와 초월적 관점은 누군가에게 ‘여유의 공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삶을 다시 돌아볼 필요성을 느낄지 모른다. 이것이 무상을 이야기한 박내후 작가와 그런 뜻을 알려 나가는 박명숙 관장이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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