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위 아트 | 라상덕 초대전 “불_머금다”

불_머금다, 48×48㎝, oil on canvas, 2021
불_머금다, 48×48㎝, oil on canvas, 2021

전시공간에선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때는 화가를 후원하는 사업가들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이든 하나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집중력과 자신이 믿는 가치를 세상에 알리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은 경영학계의 핵심이론만큼이나 공통적이면서도 굳건한 요소일 수 있겠다.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사람들을 하나 꼽자면 아마도 화가인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사업가와 화가들이 의외로 많은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는 거다. 동류同流는 서로 뭉친다는 말처럼 ‘서로 비슷한 면을 갖고 있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상대와 말을 안 해도 뜻이 통할 수 있는 존재들이어서 더욱 가까워지는 것일까’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라상덕 작가의 작품을 보면 선대의 사업가들이 기록한 사사社史나 평전에 나오는 이야기의 삽화로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 함축적이면서도 다양하게 해석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까만 숯들이 가득한데 타오르는 숯 한 알은 이제 시작하는 사업,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사업에서 위태로우면서도 온전히 자신을 집중시키는 사업가의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2021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2021

때로는 주위를 다 같이 따뜻하게 데우고, 또다른 한편으론 자신만의 열을 지켜나가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불태운다. 불을 머금고 있는 숯은 마치 먹을 정성껏 갈아서 바르게 한획을 그은 붓글씨와 같다. 숯은 자신이 타들어 갔던 흔적을 진하게 남기고서 다음으로 열기를 옮길 만한 곳으로 끊임없이 세상을 두루 살펴본다. 그리고 차분한 불길은 하나의 길을 끝까지 나아간다. 

직접 만나본 라상덕 작가는 작품 속 숯만큼이나 단단하고, 은근하며 따뜻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작품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대화할 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성을 다했고, 작품을 설명할 땐 진심을 쏟았다. 미술평론가가 라 작가의 작품에서 발견한 부분을 미학을 근거로 평론을 할 때도 열린 마음으로 듣는 모습이었다.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2021
불_머금다, 72.7×72.7㎝, oil on canvas, 2021

숱한 숯 중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숯 한알의 의지, 깔끔하게 획을 그어서 불길의 서예를 하는 듯한 라 작가의 작품은 아무리 어려워도 뜻을 잃지 말고 자신의 길과 목표를 추구하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다. 숯 한알이 갖는 빛과 열정을 보여주는 라 작가의 전시는 7월 22일까지 삼청동 정수아트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선곤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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