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과 만두

중국에선 중추절 때 만두饺子를 빚어 먹는다. 만두를 워낙 사랑하는 민족이니 대명절 때 만두가 빠질 순 없었을 게다. 흥미롭게도 그 만두는 우리네 송편과 닮았다. 실제로 중국 가정에서 빚는 만두는 월아혼돈月牙餛飩, 언월형혼돈偃月形餛飩이라고 하여 달을 상징한다. 한국과 중국의 선인이 같은 달을 바라보면서 만두와 송편을 만들었다는 건데, 그들이 진짜 빚은 건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중국인의 만두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인의 만두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사진=연합뉴스]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지역 주변엔 골목길이 많다. 새벽 5시쯤 골목길을 산책하다 보면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가게의 불빛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쩌다 새벽에 잠이 깨면 골목길을 찾아가 주방장이 만두 빚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다.

한편에서는 만두피를 다듬고, 다른 한편에선 만두소를 수저로 떠서 만두를 빚는다. 알전등에 비친 하얗게 피어오르는 만두의 수증기가 거리의 새벽을 깨운다. 그리고 오전 7시 반쯤엔 언제나처럼 동네 주민들과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북적이며 쪄낸 만두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중국인들이 얼마나 만두를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다.

‘만두’를 직역하면 만터우馒头인데, 중국에서 이렇게 부르는 건 우리의 팥 없는 찐빵에 가깝다. 한국이 만두라고 칭하는 것을 중국에선 ‘자오쯔饺子’ ‘훈툰馄饨’ ‘바오쯔包子’라 부른다. 동북지역 만두, 이른바 둥베이자오쯔東北饺子는 만두피가 두껍다. 동북지방의 추위를 막아내는 두꺼운 외투를 연상케 한다. 

그에 비해 중국의 4대 미인 서시西施가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훈툰은 만두피가 얇다. 그래서 만두를 먹을 때 입술로 스며들어오는 느낌이 재미나다. 바오쯔는 복주머니처럼 생겼다. 효모로 밀가루를 발효했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만두피에 기포감이 있고 두껍다. 다만, 바오쯔의 일종인 샤오롱바오小籠包는 크기가 비교적 작고 만두피가 얇다. 

중국은 밀가루와 참 친하다. 밀가루만 있으면 뚝딱 면을 뽑고, 만두도 만들어낸다. 면을 사다가 쓰는 중국식당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주방장이 밀가루를 반죽해 면을 뽑고, 만두를 빚는다. 중국식당에서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두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도자기를 빚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흙을 빚어 구우면 도자기고, 밀가루를 빚어 쪄내면 만두인 셈이다. 

중국에 중국공영방송 방송기자 출신의 리샤오환이란 친구가 있다. 2014년 타오싱즈교육기금회 관흥신 비서장의 고향친구여서 자연스럽게 만난 그는 지난 8년 동안 필자와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 리샤오환은 자신의 집에 초대할 때면 언제나 만두를 빚어 대접했다. 중국 대부분의 가정은 만두를 직접 만들어 먹는 듯하다. 

필자는 2009년 베이징대학교에서 1년간 중국어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 중추절中秋节에 가족들이 모여서 만두를 빚는다는 내용이 교과서 예문으로 나온 기억이 난다. 중국에서도 추석(중추절)은 춘절春节, 청명절淸明节, 단오절端午节과 함께 4대 전통명절로 꼽힌다. 필자는 아직까지 중국에서 추석을 보낸 적 없다.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기 위해 중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리샤오환은 필자가 추석을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월병 등의 선물을 바리바리 싸주며 고향 어머니처럼 공항까지 배웅했다. 배웅의 마지막 식사는 리샤오환이 직접 빚은 만두였는데, 그 모양은 한국의 송편과 무척이나 닮았다.

추석 때 한국에선 쌀가루 반죽에 콩과 깨로 송편을 빚는다. 송편은 달을 상징한다. 추석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미래의 희망을 남겨두는, 앞으로 차오를 반달을 만드는 것이다. 역시 중국 가정에서 빚는 만두도 월아혼돈月牙餛飩, 언월형혼돈偃月形餛飩이라고 하여 달을 상징한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달을 바라보고, 같이 달을 먹으며, 함께 달의 명절을 보낸다. 밝은 달빛은 모두를 위한 것이니, 달의 명절인 추석엔 한국과 중국 모두가 함께 기뻐하는 명절이 됐으면 한다.


임형택 타오싱즈교육기금회 한중우호대사
taoxingz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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