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기자 멘토 되다 - 3M팀 편
마일리지 혜택 없이도 장바구니 돌아왔을까

검은색 비닐봉지를 없애려는 노력이 시작된 건 오래전 일이다. 그 중심엔 에코백을 활용한 ‘다회용 장바구니’가 있었다. 숱한 지자체가 시민이 공유하는 ‘다회용 장바구니’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과를 올린 곳은 거의 없다. ‘다회용 장바구니’의 회수율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를 풀겠다면서 가톨릭대학교 김경민(사회복지학과), 김민서(경영학과), 서지민(행정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3M’팀이 나섰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마일리지 등 보상책 없이 ‘다회용 장바구니’의 회수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떻게 됐을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 두번째 이야기 3M의 ‘다회용 장바구니 프로젝트’ 편이다.

에코백은 131회 사용되어야 비닐봉지보다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코백은 131회 사용되어야 비닐봉지보다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분(제로웨이스트유럽)’. 비닐봉지의 평균 사용 시간이다. 3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생명이 끝나면 비닐봉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이 시점부터 비닐봉지는 최소 20년 길게는 100년까지 ‘쓰레기’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짧게 사용하고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문제는 유럽만의 얘기가 아니다. 올 상반기 서울에서 인천 수도권 매립지로 들어간 쓰레기만 55만톤(t)에 이른다. 건설 폐기물이 21만t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생활폐기물(17만t)이었다. 2025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도권 매립지의 기한을 생각해보면 쓰레기를 줄이는 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문제는 폐비닐의 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폐비닐양은 전년 대비 11% 늘었다. 음식 배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시민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생활 방식인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관심이 커졌고, 기업들도 응답하듯 ‘친환경 경영’을 내세웠다.

그 결과물로, 에코백ㆍ텀블러로 대표되는 친환경 상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쉽게도 그늘까지 지우진 못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잔의 ‘환경 파괴 효과’를 상쇄하려면 텀블러를 200회가량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코백 효과도 다르지 않다. 비닐봉지 대신 131회를 사용해야 진짜 ‘에코백’이 된다. 브랜드 상품이나 기념품으로 만들어진 ‘에코백’이 되레 환경을 파괴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을 수강한 3M팀(사회복지학과 김경민, 경영학과 김민서, 행정학과 서지민 학생)은 이 지점에 의문을 품었다. “비닐봉지 사용량은 늘어만 가고 ‘친환경 상품’으로 팔리는 에코백은 쌓여만 간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에코백’을 처리하는 게 숙제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3M팀은 이 의문을 풀어보기로 했다. 이들은 숱한 현장 답사를 통해 ‘다회용 장바구니 서비스’ 프로젝트 ‘괜찮아요’를 기획했는데, 기자가 ‘멘토’로 참여했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정책 제안까지 학생들과 함께한 100일의 기록을 정리해 본다.[※참고: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의 목표는 가톨릭대 성심교정이 있는 부천시에 학생들이 발로 뛰어 만든 정책을 제안하는 거다.]

■4월의 기록 : 숨은 ‘에코백’ 다시 쓰기 =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 첫 모임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M팀 학생들과 모니터로 첫 대면을 하고 나니 ‘멘토’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잘 잡히지 않았다. 대학교 때 했던 조별 과제를 떠올리며 생활 속에서 느꼈던 내용을 토대로 브레인 스토밍을 제안했다.

기자가 생각해낸 것은 집에 쌓아둔 에코백들이었다. 직접 구입한 것보다 행사나 이벤트에 참여해 받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중엔 한번도 쓰지 않은 것도 있었다. 세 학생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집에 있는 에코백이 많은데 새로 만드는 대신 이런 걸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에코백을 다회용 장바구니로 바꿔보자는 거죠.” “저도 비슷한 걸 가지고 있어요.” 팀원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로나19로 비닐봉지 사용량은 더 늘었고 쓰레기 매립지의 부담도 커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코로나19로 비닐봉지 사용량은 더 늘었고 쓰레기 매립지의 부담도 커졌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후 이어진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에코백 재활용’과 ‘다회용 장바구니’를 주제로 토론을 계속했다. 일단 수업 목표인 ‘정책화’를 위해서는 지자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정책이 입안되려면 실행할 만한 방안이 나와야 할 거예요. 동시에 해당 정책으로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면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다회용 장바구니는 이미 많이 곳에서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관련 사례를 많이 찾아봐야 할 겁니다.” 

핵심은 장바구니 회수율

기자는 자주 방문하는 알맹상점과 이곳의 창업자들이 진행했던 시장 내 장바구니 사용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었다.[※참고: 서울 마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인 알맹상점은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사용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기자의 조언을 받아들인 학생들은 직접 알맹상점을 찾아가 장바구니 프로젝트를 연구ㆍ검토했고, 한가지 결론을 도출해 냈다. “지속성을 위해선 장바구니를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거였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아이디어 회의는 계속 이뤄졌다.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시민, 상인, 부천시 관계자를 가상으로 설정해 이들이 생각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 기대 효과를 고민했다.

학생들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마일리지 제도’나 ‘보증금 제도’를 제안했다. 이렇게 나온 첫번째 모델은 다음과 같았다. “기부받은 에코백을 시장에서 이용하면 부천시가 마일리지를 쌓아준다.” 꽤 그럴듯한 모델이었지만 정책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5월의 기록 : 엎어진 계획들 = 학생들이 가장 먼저 접촉한 사람은 부천시 자원순환과 공무원들이었다. ‘마일리지 제도’와 연계한 ‘다회용 장바구니’ 정책을 설명했지만 자원순환과 담당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그게 걸림돌이었다. 

 

3M팀은 역곡상상시장과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 다회용 장바구니함을 설치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3M팀은 역곡상상시장과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 다회용 장바구니함을 설치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래서 학생들은 보다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부천에 있는 ‘역곡상상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상인들 속에서 ‘다회용 장바구니의 회수율을 마일리지란 혜택 없이 끌어올릴 수 있을까’란 의문을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상인회의 지원으로 시장 입구와 고객센터 앞에 ‘다회용 장바구니함’ 2개를 설치했다. 아울러 시장 가까이 있는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도 ‘다회용 장바구니함’ 1개를 마련했다. 시장과 도서관에 설치한 다회용 장바구니함의 주요 이용자는 달랐다. 전자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테스트용이었다. 

반면 도서관에 설치한 장바구니함은 변수를 통제했다. 먼저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체험단을 모집했고 그 체험단에겐 ‘왜 다회용 장바구니함을 설치했는지’를 꼼꼼하게 설명했다. 자! 그렇다면 시장과 도서관에 설치된 ‘다회용 장바구니함’의 회수율은 어땠을까. 우리는 일주일간의 테스트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6월의 기록 : 공동체 속에서 찾아낸 답 = 결과는 흥미로웠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시장 속 ‘다회용 장바구니함’ 2개엔 돌아온 장바구니가 없었다. 익명성이 ‘회수율’을 방해했던 거다. 도서관에 설치한 ‘다회용 장바구니함’은 달랐다. 놀랍게도 회수율은 100%였고, 도서관 이용자가 스스로 기부한 장바구니도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이렇게 해석했다. “도서관 속 다회용 장바구니함의 회수율이 높았던 건 사전 안내가 꼼꼼히 이뤄졌고 지역 공동체 단위로 참여했기 때문으로 보여요. 시장에 설치했던 다회용 장바구니함은 기본적인 안내 문구만 있어서 주민들이 다회용 장바구니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회수율을 높일 대안을 찾아낸 학생들은 체험단의 후기를 꼼꼼하게 분석해 ‘보완책’도 생각했다. 도서관 체험단이 우려한 ‘다회용 장바구니’의 단점은 코로나19로 인한 ‘위생’과 작은 장바구니 크기였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다회용 장바구니함에 자외선살균기를 비치하고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보다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쇼핑 카트를 제작하자는 대안을 만들어냈다. 

해답은 동네 공동체 속에
 
장장 100여일의 여정이었다. 3M팀은 숱한 실패를 겪었지만 ‘다회용 장바구니’의 회수율을 높일 방안을 찾아냈다. 그 답은 놀랍게도 공동체, 이를테면 우리 동네에 있었다. 서지민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부천시에 있는 지역 공동체를 최대한 활용해 ‘다회용 장바구니’의 활용도를 높여보자는 제안도 하게 됐어요. 공동체를 통해 답을 찾아낼 줄은 몰랐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한 것 같습니다.”

기자의 생각도 비슷했다. 혼자 행동하는 건 시작은 어렵고 관두기는 쉽다. 시민 개인의 참여를 독려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을 시작해나가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거다.

‘공동체’를 앞세운 다회용 장바구니 프로젝트를 부천시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책화엔 실패한 셈인데, 그래도 괜찮다. 3M팀 학생들이 남긴 2021년 3개월의 기록은 또 누군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