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숨쉬는칫솔’ 개발한 최길윤 올커니㈜ 대표
생활 속 아이디어 제품으로 개발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는 때때로 큰 변화를 이끈다. 최길윤(57) 올커니㈜ 대표는 평소 생활용품을 사용하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지?” “왜 이렇게 불편해”라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한다. 단순한 불평불만이 아니다. 그 생각을 시작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 게 그의 일이다. 칫솔모 사이에 구멍을 뚫어 세균 번식을 획기적으로 줄인 ‘숨쉬는칫솔’을 만든 건 시작일 뿐이다. 

최길윤 올커니㈜ 대표는 생활 속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개발한다.[사진=천막사진관]
최길윤 올커니㈜ 대표는 생활 속 아이디어를 직접 제품으로 개발한다.[사진=천막사진관]

✚ 어떻게 칫솔모 사이에 구멍 뚫을 생각을 하신 거죠?
“양치하다가 우연히 칫솔을 화장실 조명에 비쳐봤어요. 당시 사용하던 칫솔이 투명했는데, 칫솔모 사이에 누렇게 때가 낀 게 보이더라고요. 내 칫솔인데도 입에 넣기 싫을 정도였어요. 이후 칫솔 관련 정보를 찾다 보니 세균 얘기가 꽤 많더라고요. 칫솔 하나에 평균 500만 마리의 세균이 검출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었고요. 충격이었어요.”


✚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구멍 뚫린 칫솔을 개발하셨다고요?
“습기가 많고 따뜻한 화장실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칫솔 사용 후 잘 세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하죠. 어떻게 하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구멍이 많으면 세척도 가능하고 건조도 빠르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죠. 마침 중국에서 15년 정도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창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여서 빠르게 창업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 구멍을 뚫어서 세균 번식 문제를 해결했나요?
“양치 후 구멍이 있는 칫솔모 뒷면을 수도꼭지에 대고 수압으로 칫솔모 안쪽까지 세척해서 걸어놓으면 통풍으로 건조가 돼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시험도 했는데요. 구멍이 없는 일반 칫솔보다 세척 후 세균 잔량이 5분의 1로 줄어드는 걸 확인했습니다.”


✚ 그저 구멍만 뚫었을 뿐인데, 놀라운 변화가 생긴 거네요. 특허도 받았나요?
“네. 2016년 우수 아이디어 경진대회(창조경제혁신센터)에 나가 1등을 했고, 특허·의장 등록도 마쳤습니다.” 


✚ 획기적인 아이디어 제품인데,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칫솔을 사다가 바늘 같은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후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걸로 아이디어 경진대회는 물론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에도 선정됐으니 제품만 만들면 당장 성공할 줄 알았죠.”

✚ 막상 창업하니 그렇지 않던가요?
“칫솔 하나를 만드는 데도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칫솔업계에서 일해본 적 없으니 알 리가 없었죠.”


✚ 어떤 문제에 직면하신 거죠?
“1억원을 투자해서 양산품을 만들어 칫솔을 시장에 내놨어요. 그런데 반응이 생각만큼 뜨겁지 않았어요. 아이디어는 좋은데 칫솔모가 시원찮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어요. 사실 칫솔은 칫솔모가 생명이죠.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오로지 세균 번식 문제에만 천착해 잘 닦이고 부드러워야 잘 팔린다는 사실을 간과한 거죠. 아차 싶었어요.”


✚ 그래서 칫솔모에 변화를 줬나요?
“창업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재도전 창업 패키지에 신청해서 그 지원금(5000만원)으로 칫솔모에 올인했습니다. 칫솔모 만드는 공장을 찾아다니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최길윤 대표는 2017년 올커니를 창업해 이듬해인 2018년 칫솔모 사이에 구멍을 뚫은 ‘청결칫솔’을 개발했다. 하지만 칫솔모가 거칠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6.5밀스(mills) 미세모를 적용해 보완한 ‘숨쉬는칫솔’을 개발해 현재 판매 중이다.

✚ ‘숨쉬는칫솔’은 미세모를 적용했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칫솔과 다른 게 있나요? 
“미세모는 굵기별로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일회용 칫솔에 쓰는 8밀스와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7밀스, 그리고 잇몸환자를 위한 6밀스 제품이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7밀스와 6밀스 제품을 놓고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7밀스는 좀 거칠고, 6밀스는 너무 부드러워서 잘 닦이는지 모르겠다는 리뷰들에서 힌트를 얻어 6.5밀스 미세모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로얄 미세모’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시중에 없는 제품이어서 만드는 데만 6개월 걸렸습니다.”


✚ 그렇게 지금의 ‘숨쉬는칫솔’이 탄생한 거군요.
“칫솔 머리에 32개의 칫솔모 구멍이 있습니다. 거기에 칫솔모 몇개를 심어야 하느냐를 놓고도 많은 테스트를 했어요. 95개도 심어보고, 105개도 심어보고 했는데, 100개가 가장 적당하더라고요. 한 구멍에 100개씩 총 32 00개의 로얄 미세모를 적용한 게 바로 ‘숨쉬는칫솔’입니다. 칫솔모를 보완한 후엔 부드러우면서도 개운하단 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숨쉬는칫솔’은 칫솔모 사이 사이에 구멍을 뚫어 세균 번식 문제를 줄였다.[사진=올커니 제공]
‘숨쉬는칫솔’은 칫솔모 사이 사이에 구멍을 뚫어 세균 번식 문제를 줄였다.[사진=올커니 제공]

✚ 쉽지 않은 과정이었네요. 보완 출시 후 판매는 잘되고 있나요?
“홈쇼핑에서도 팔아보고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한번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재구매를 많이 하세요. ‘인생 칫솔을 만났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오프라인 판매는 여전히 어렵네요. 대형마트에 입점하고 싶은데, 브랜드파워가 약해서 쉽지 않습니다.” 


✚ 아무래도 중소기업 제품이 대형마트에 들어가기엔 쉽지 않죠.
“대형마트는 회전율이 중요한데, 우린 거기서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 그렇다고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자니, 그것도 부담스럽죠.
“우리 같은 벤처기업들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마케팅인 것 같아요. 아직은 매출이 크지 않아서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최근에 인식이 좀 바뀌었어요.”


✚ 마케팅 인식이 바뀌셨다고요? 어떻게요?
“중소기업은 시장을 쫓아다니고 대기업은 시장을 만들어 버리잖아요. 시장을 만든다는 게 뭐겠어요? 결국 광고죠. 그만큼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숨쉬는칫솔’도 마찬가지예요. 한번이라도 봐야 누가 살 거 아니에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선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어요.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니 더 적극적으로 일하게 되더라고요.”

✚ 중국에서 오래 사셨는데,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지난해와 올 초 중국 온라인쇼핑몰에 ‘숨쉬는칫솔’을 론칭했습니다. 최근엔 온라인 박람회를 통해서 꽤 규모가 있는 현지 그룹과 총판 계약도 체결했고요. 코로나19가 저에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현지 바이어나 파트너들과 온라인으로 상담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내년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 해외시장에 진출하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할 건가요? 
“우리만 구멍 뚫린 칫솔을 만들 수 있지만, 꼭 우리만의 칫솔일 필요는 없습니다. 직접 시장에 들어갈 수도 있고, 현지 칫솔 회사와 협업해 로열티를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믿습니다.”


✚ 올커니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통장에 단 1원이라도 잔고가 늘어나면 그게 행복이죠.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얘기니까요. 물론 그보다 더 큰 목표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1원의 희망’인 거 같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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