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 시장 속 스타트업
글로벌 브랜드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 칫솔 브랜드들 약진 중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장악하던 칫솔 시장에 조용한 바람이 불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내세운 국내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아직은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고 있지만 조금씩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시장의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구강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칫솔 시장. 스타트업이 이곳에서 깃발을 꽂지 말란 법도 없다.

칫솔 시장은 대기업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지만, 그 틈을 노려볼만 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칫솔 시장은 대기업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지만, 그 틈을 노려볼만 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칫솔질을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다. 이것만 잘 지켜도 오복 중 하나라는 치아 건강은 챙길 수 있다는 얘기도 누구든 한번쯤 들었을 거다. 

구강위생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칫솔모가 사방팔방 벌어져야 교체하던 사람들도 이젠 3개월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칫솔을 교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강위생을 챙기고 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구강위생 용품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생소하던 전동칫솔이 보편화했고, 구강세정기구·치실·치간칫솔·칫솔살균기 등 관련 용품도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마케츠앤마케츠(Markets and Markets)는 2017년 469억1000만 달러(약 56조원)였던 세계 구강위생 시장이 연평균 3.29%씩 성장해 2022년엔 563억40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 칫솔 및 부속품 시장은 2022년 106억3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 지역 칫솔시장도 연평균 2.8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칫솔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중국 칫솔 생산량은 2014년 73억개에서 2020년 96억3000만개로 크게 늘었다. 수출과 수입도 활발하다. 지난해 기준 미국과 일본에 각각 9억3600만개, 4억1800만개를 수출했고, 독일과 일본에서 각각 2억1300만개, 5300만개의 칫솔을 수입했다. 칫솔 업체도 지난해에만 1375개가 설립됐다. 

글로벌 시장뿐만이 아니다. 국내 칫솔 시장 규모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043억원이었던 칫솔 시장은 지난해 2100억원 규모였고, 2022년엔 2415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인 오랄비, 콜게이트 등과 LG생활건강, 애경,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치열한 시장에 스타트업이 깃발을 꽂기란 쉽지 않다. 브랜드력이든 자금력이든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틈새를 노린다면 분명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9월 7일부터 10월 7일까지 한달간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칫솔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를 보자. 

연구소가 총 30개 브랜드의 빅데이터 479만4611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칫솔 브랜드 1위는 켄트 칫솔이 차지했다. 켄트 칫솔은 1777년 설립돼 영국 왕실에 칫솔을 납품하고 있는 영국의 켄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켄트오랄스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2위는 글로벌 브랜드 P&G의 오랄비가 차지했다. 3위부터 5위까진 국내 브랜드다. 삼정물산의 왕타 칫솔이 3위, 애터미의 애터미 칫솔이 4위, 아성다이소의 다이소 칫솔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왕타 칫솔이다. 왕타 칫솔은 1998년 설립된 삼정물산이 만든다. 이 회사는 칫솔걸이 한가지 아이템으로 시작해 지금은 3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선전은 미세칫솔모 전문업체인 비비씨의 활약만 봐도 알 수 있다. 비비씨는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점유율이 약 70%에 달한다. P&G·콜게이트·유니레버 등 글로벌 업체들과도 거래하고 있다. 

국내 칫솔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칫솔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왕타 칫솔과 비비씨 모두 글로벌 업체나 국내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규모나 업력 면에선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왕타 칫솔은 일반 칫솔에 비해 2배 이상 키운 칫솔 머리, 비비씨는 덴탈케어용 테이퍼모(미세칫솔모)를 개발해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칫솔모 사이사이에 구멍을 뚫어 특허를 받은 스타트업 ‘올커니’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커니가 만든 ‘숨쉬는칫솔’은 칫솔이 세균 번식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칫솔모 사이에 구멍을 뚫어 세척이 쉽고 건조가 빨리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은 6.5밀스 굵기의 미세모도 개발해 적용했다. 

구멍 뚫린 칫솔도, 6.5밀스 굵기의 칫솔모도 세상에 없던 것들이어서 당장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어렵지만, 최길윤 올커니 대표는 “사업 초기엔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며 “열린 마음으로 시장을 대하면서 다양한 전략을 펼쳐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착하는 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만 있다면 시장은 분명 열릴 것이다. ‘숨쉬는칫솔’은 과연 글로벌 칫솔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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