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출시 급하지 않은 이유
섣불리 접기보단 때를 기다려야

‘애플이 올해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으면 망한다.’ 미국의 한 IT전문매체가 게재한 칼럼의 제목이다. 폴더블폰 흥행에 성공한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애플도 서둘러 폴더블폰을 출시해야 한다는 거다. 최근 “아이폰에 혁신이 사라졌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애플에 폴더블폰은 상책上策일까.
 

아이폰13이 혹평 속에서도 역대급 판매 실적을 기록할 거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이폰13이 혹평 속에서도 역대급 판매 실적을 기록할 거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년 9월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를 선보인 지 2년, 수차례 시장의 문을 두드린 끝에 3세대 폴더블폰 Z3 시리즈가 소비자의 마음을 녹였다. 이전 폴더블폰의 첫해 판매량이 50만대 수준에 그친 반면, 이번 Z3 시리즈는 출시 한달여 만에 2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통계). 국내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39일 만에 1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갤럭시노트10(25일)ㆍ갤럭시S8(37일) 모델에 이어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자, 비난의 화살은 애꿎은 애플로 향했다. 혁신은커녕 최근 출시한 아이폰13의 디자인이 이전 모델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점에서 혹평이 쏟아졌다.[※참고: 아이폰13은 디자인 면에선 조롱을 받았지만 향상된 카메라 성능은 호평을 받고 있다.]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미국 IT전문매체 포켓나우는 ‘애플이 올해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아이폰을 지루해 보이게 만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초 애플 폴더블폰이 2024년께 출시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론칭 시기를 앞당기지 않으면 (애플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폴더블폰 출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까. 일부 주장처럼 당장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게 능사일까. 다른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애플의 사라진 혁신 DNA를 되찾는 게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애플이 폴더블폰 출시를 서두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기존 아이폰 시리즈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는 애플로선 급할 이유가 없다. 앞서 말했듯 삼성전자는 출시 한달여 만에 Z3 시리즈를 200만대 이상 팔아치우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아직 아이폰 판매량과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13은 사전 예약을 시작한 첫날 중국에서만 200만명의 예약자가 몰렸다. 

중국에서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선 사전 예약 물량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조기 매진됐고, 전세계적으로도 아이폰13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Z3 시리즈의 흥행과 “혁신이 없다”는 비난 여론에도 아이폰이 흥행 보증 수표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애플이 폴더블폰 출시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폴더블폰에 확신이 생길 때까지 시장 상황을 천천히 살핀 뒤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아서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소비자가 폴더블폰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존 스마트폰에 대한 반동反動일 수도 있고,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을 선호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초개인화된 소비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소비성향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가 될 수 있을지 아직 판단하기 이른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애플로선 섣불리 폴더블폰을 출시하기보단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품질이 담보될 때를 기다리는 게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애플의 기존 시장전략을 미뤄봤을 때 경쟁업체의 제품과 전략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애플만의 차별점을 모색하면서 출시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로선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게 리스크이자 모험일 수 있다. 아이폰 특유의 ‘강점’을 잃어버릴 수 있어서다. 아이폰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독창적인 사용자경험(UX)이다. 애플이 폴더블폰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핵심 무기도 UX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애플이 폴더블폰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UX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폰만의 정체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수 교수는 “그럼에도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게 옳은 것인지 따져보려면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폼팩터(제품의 물리적 형태)로 승부를 봤다고 애플도 그래야 한다는 건 단순한 논리다. 애플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것과 다른 UX를 개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익구조, 기술문제, 비용문제 등을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숱한 리스크에도 기존 제품 라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애플이 폴더블폰 출시를 앞당기는 게 과연 능사일까. 애플만의 혁신 DNA를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게 상책일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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