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수출 중고차 시장 호황이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 제도 없어
선진형 시스템 구축 필요한 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와 중고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태부족으로 신차 시장이 부진한 반면 국내 중고차 수출량은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수출 중고차 시장의 규모에 비해 산업 환경은 지나치게 낙후돼 있어서다. 앞으로 수출 중고차 시장이 외형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올해 국내 중고차 수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올해 국내 중고차 수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시장의 신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4142만4000대로, 지난해 하반기(4394만4000대) 대비 6% 감소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수출 중고차 시장이다. 올해 수출 중고차 시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이전의 수준을 뛰어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중고차 수출 대수는 33만1559대로 전년(22만4660대)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고차 수출량이 이전 최고치(2019년 46만8829대)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출 중고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달리 산업 환경은 지나치게 낙후돼 있다. 여기저기 나대지에 흩어져 있는 중고차의 상태가 엉망인 데다 이를 점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진단평가 제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진단평가를 통해 차의 품질을 개선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해외 중고차 시장에 비해 수출 가격도 훨씬 낮다. 

수출 중고차 시장이 규모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배경에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숨어있다. 수출 중고차 분야는 ‘통상 분야’에 속하다 보니 내수시장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관심을 아예 갖지 않았다. 그나마 외교통상부가 ‘통상’을 떼어내 산업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관하면서 수출 중고차 시장은 그제야 소관 부처를 만났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중고차 분야를 선진형으로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수출 중고차 시장이 워낙 불모지인 데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 연구가 미흡해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수출 중고차 시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관계 부처도 이런 한계를 인식했는지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수출 중고차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사단법인 ‘한국수출중고차협회(KEUCA)’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으로 편입된 이 협회는 수출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 연구ㆍ개발의 중심축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만큼 협회와 관계 부처가 할 일은 수없이 많다. 내수 중고차와 수출 중고차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 좋은 중고차를 수출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수출 중고차의 성능을 점검하는 인프라는 물론 수출 중고차를 효율적으로 통합ㆍ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들어야 한다. 국산 중고차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홍보와 캠페인도 중요하다.

아울러 수출 중고차 시장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놓쳐선 안 될 부분도 있다. 대기업과 영세업자들의 상생이다. 최근 수출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기존 영세업자들이 몰락 위기에 놓여있다. 하지만 영세업자를 위한 바람막이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전문성을 가진 한국수출중고차협회가 첫발을 내딛게 된 만큼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방지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업체 간 경쟁을 통해 시장 전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가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협회와 관계부처의 노력에 따라 수출 중고차 시장이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연간 수출 물량 100만대, 수출액은 4조원 이상을 목표로 시장을 키워 나간다면 수출 중고차는 머지않아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1월 한국수출중고차협회의 출범과 함께 수출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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