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수출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바람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한 만큼
‘대기업 횡포’ 막을 제도 시급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국내 수출 중고차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고차 매물을 플랫폼에 올려놓는 ‘온라인 셀러’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 자신들의 것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 중고차 매물을 올려놓는 ‘온라인 셀러’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안팎에서 ‘공정한 경쟁을 막는다’면서 대기업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온라인을 통한 수출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온라인을 통한 수출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중고차 산업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연간 거래 규모는 380만여대, 거래액은 30조원에 이른다. 중고차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예외인 분야도 있다. ‘수출 중고차’ 시장이다.  이 시장은 소비자 개개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하다보니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낡은 관행과 구시대적인 시스템도 숱했다. 인프라도 선진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령, 수출할 중고차를 나대지에 전시하고 관련 인력이 사무실로 개조한 컨테이너 박스를 사용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국내 수출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작지만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참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한 중고차는 46만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수출량이 38만대로 감소했지만 거래액은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출 중고차 시장의 산업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주관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이 나서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수출 중고차 거래의 90%가 이뤄지는 인천시다. 인천시는 2025년까지 선진형 수출단지 ‘스마트 오토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출 중고차 산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경기도 평택시와 전북 군산시도 복합 수출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선진형 수출단지의 기대효과는 엄청나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수출단지를 통해 시장 규모를 지금의 3배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울러 중고 부품 수출 등 다양한 파생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비단 수출단지만이 아니다. 선진형 시스템의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고차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수출 중고차 시장이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온라인 플랫폼 덕분이었다. 해외 바이어들은 국내 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매물 정보를 확인한 후 중고차를 ‘직구’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플랫폼을 구축한 대기업이 다른 플랫폼에 중고차 매물을 올린 온라인 셀러에게 페널티를 가하는 식의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는 수출 중고차 매물을 올리는 셀러들이 존재한다. 여러 플랫폼에 매물을 올릴수록 해외 바이어들의 선택을 받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셀러들에게 플랫폼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셀러들이 플랫폼을 장악한 대기업에 종속해 있다는 점이다. 셀러들은 대기업의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 매물을 올릴 경우 대기업 플랫폼에서 퇴출당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등의 페널티를 받고 있다. 

이런 대기업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배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론 수출 중고차 산업의 활성화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중고차 시장이 이제 막 선진형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후진적 행태를 좌시해선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 전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중재가 긴요한 시점이다. 

해외 시장에서 양질의 국산 중고차가 길거리를 수놓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 성장 역량이 충분한 만큼 인프라와 제도까지 뒷받침한다면 국내 수출 중고차 시장의 성과는 더욱 눈부실 것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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