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숙박시설 한시적 용도 전환 가능
그러나 오피스텔도 회색지대
숙박시설, 오피스텔 되면 양성화인가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업체들은 그간 ‘원룸’처럼 숙박시설을 홍보해왔다. 주방을 설치할 수 있고 발코니를 달 수 있으니, 따지고 보면 오피스텔보다 더 나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런 편법은 국토부의 감시망에 잡혔다. 국토부는 2년간 용도변경 없이 주택처럼 사용되던 생활형 숙박시설을 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0월까지 생활형 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허가했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0월까지 생활형 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허가했다.[사진=뉴시스]

생활형 숙박시설은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모텔이나 호텔과 달리 ‘레지던스’에선 취사가 가능하다. 일반분양하는 콘도미니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생활형 숙박시설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숙박시설과의 차이가 분명하다.

생활형 숙박시설에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싱크대와 화구가 있고 바닥 난방도 할 수 있다. 오피스텔에는 없는 발코니도 만들 수 있다. 장기투숙객이 ‘집’처럼 머무를 수 있도록 한 거다.

오히려 내부 설비만 보면 오피스텔보다 생활형 숙박시설이 ‘집’에 더 가깝다. 실제로도 일부 지역에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이 주택의 대체품처럼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숙박업 신고를 해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형 숙박시설을 분양하는 업체들은 여태 “세입자와의 계약을 장기 투숙 계약으로 맺고 운영하면 된다”는 식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을 설득했다.

국토교통부도 2020년 생활형 숙박시설의 사각지대를 인지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이 적법한 용도변경 절차 없이 주택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이 지적에 1년 만에 해법을 내놨다. 생활형 숙박시설의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고, 이미 주택처럼 사용되고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규제 대신 양성화를 하겠다는 거였다.

규제 대신 양성화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여행 수요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을 원래 목적인 ‘숙박 용도’로만 사용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거다. 게다가 일부 지역엔 생활형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사용하면서 세입자를 받은 경우도 많았다. 규제로 생활형 숙박시설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공실과 주거 불안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거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바닥 난방, 취사 시설, 발코니 설치가 가능하다.[사진=뉴시스]
생활형 숙박시설은 바닥 난방, 취사 시설, 발코니 설치가 가능하다.[사진=뉴시스]

국토부는 결국 이런 이유로 2021년 10월 14일부터 2023년 10월 14일까지 2년간 생활형 숙박시설의 양성화를 허가했다.[※참고: 2023년 10월 14일이 지나면 생활형 숙박시설은 더 이상 용도 전환을 할 수 없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생활 숙박시설 양성화는 정확히 말하면 ‘오피스텔’화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할 때 오피스텔이 갖춰야 하는 조건 일부를 완화해주겠다는 거다.

오피스텔은 발코니ㆍ바닥 난방(전용면적 120㎡ 이하)ㆍ통합 출입구(주상복합)를 설치할 수 없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오피스텔이 되기 위해 리모델링하지 않아도 용도 변경을 허가해주겠다는 거다.

주택 같지만 주택이 아닌 …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오피스텔의 지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오피스텔은 ‘1인 가구 주택’의 대표로 취급된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엄밀히 따지면 업무시설에 속하는 준주택이다. 부족한 1인 가구 주택 때문에 주택과 업무시설의 회색 지대에 놓여있을 뿐이다.

오피스텔과 함께 준주택에 속하는 건축물은 ▲기숙사(단독주택) ▲고시원으로 대표되는 다중생활시설(제1 근린생활시설) ▲노인복지시설(노유자시설) 등으로, 비교적 주거 개념이 명확하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 업무시설이다. 주택으로도, 업무시설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방식에 따라 오피스텔에 매겨지는 세금의 종류도 달라진다. 일부 오피스텔 소유주는 이런 특징을 악용해 오피스텔을 세금 회피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거나 전입 신고를 안 하면 된다. 전입신고는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사용되는지 업무시설로 사용되는지 가늠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 중 하나다. 많은 오피스텔 소유주가 주택을 임대할 때 ‘전입신고 불가’ 조건을 거는 이유다.

오피스텔 소유주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전입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오피스텔을 업무시설처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주택 임대’를 하고 있어도 다주택자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출 조건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양도세나 취득세 등 절세도 가능하다. 결국 생활형 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양성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주택 아닌 주택’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을 양성화한 목적은 “주거 용도로 활용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관리하기 위해서”였지만 오피스텔로 전환해준다고 해도 사각지대는 사라지지 않을 거란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전환은 오피스텔로 이뤄질 뿐 주거용인지 업무용인지까지는 구분하지 않는다”며 “전환 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소유주에게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생활형 숙박시설의 양성화가 주택 공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2년간 한시적으로 1~2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주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택 공급 효과는 글쎄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서울에서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양성화가 생각보다 많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숙박시설이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서울 내 숙박시설(일반ㆍ생활 총합)은 111동이 신축되고 245동이 감소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숙박시설보다 사라진 숙박시설이 더 많았다는 거다. 전국 단위로 보면 같은 기간 1413동이 늘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 공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지만 숙박시설 자체가 줄어드는 서울에서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으로 편법 이용되는 생활형 숙박시설의 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꼽히는 오피스텔마저 여전히 주택과 비주택 사이를 넘나드는 처지다. 언제쯤 ‘1인 가구 주택’은 진짜 주택이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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