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쿠아블럭’ 어항 만든 이신재 아쿠아플렉스 대표

왜 어항은 네모이거나 동그라미일까. 이신재(39) 아쿠아플렉스(AQUAPLAX) 대표는 어릴 때부터 친근하게 봐온 어항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새로운 걸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스타트업엔 더 그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했고, 시장에 자신의 노력을 알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그의 발자취가 궁금한 건 지금이 빛나는 미래의 시작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신재 대표는 관상어용품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아쿠아블럭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신재 대표는 관상어용품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아쿠아블럭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모양이 특이합니다. 파이프 형태인가요?
“아쿠아블럭(AQUABLOCKS)은 블록 방식으로 조립하는 형태의 미니 어항입니다. 어떻게든 변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 어항은 대개 네모나거나 둥그런 형태잖아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디자인 업계에서 외부시설물 관련 일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외부시설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체결(결합) 부위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느 날 문득 ‘그 부위에 방수 효과가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 그게 지금의 어항으로 이어진 건가요?
“처음엔 파이프 연결 부위의 방수 방법을 연구했어요. 실리콘밴드를 활용하니까 방수가 되더라고요. 그걸로 특허 등록을 했죠. 어항은 그다음이었어요. ‘파이프와 파이프 사이에 물을 넣어도 방수가 된다? 그렇다면 물고기도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거죠.”


✚ 파이프가 어항으로 연결되는 것도 평범하진 않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물고기를 기르던 걸 보면서 큰 영향이었나 봐요. 어항에 친근한 이미지가 계속 있었던 거죠.”


✚ 파이프에서도 물고기가 잘 놀더라, 그래서 어항을 만들었다는 서사군요.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지금은 사각형의 메인 수조가 있지만 처음엔 그냥 파이프를 연결해서 그 안에 물고기를 키워봤어요. 물고기가 유리 어항에만 있으란 법이 없잖아요. 점점 1인 가구가 늘고, 갈수록 공간 제약도 심해지는데, 작은 어항이 필요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 시제품은 얼마 만에 나왔나요?
“사실 시제품이랄 것도 없어요. 시중에 판매하는 아크릴 파이프를 사다가 잘라서 이리저리 끼워 맞춰봤죠. 거기에 물고기를 넣어봤더니 잘 놀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개발비를 투입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서 지원금으로 3D프린터부터 샀어요. 형태감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다음엔 어떤 소재로 만들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 현재 판매 중인 어항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아크릴이나 유리 소재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더라고요.
“아크릴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며칠만 사용해도 흠집이 나고 쉽게 깨지더라고요. 유리는 또 너무 무겁고요. 처음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었고, 어떤 재료가 있나 공부를 했죠. 그러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알게 됐는데 이거다 싶었습니다.”


✚ 폴리카보네이트의 어떤 점이요?
“어항은 제1 목적이 관상이잖아요.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도가 유리 대비 97%에 이릅니다. 게다가 탄성이 있어서 쉽게 깨지지 않아요. 무겁고 쉽게 깨지는 유리 어항의 단점을 보완한 소재죠.”


✚ 원가도 아크릴보다 훨씬 비싸겠군요.
“더 비싸긴 하겠지만, 애초에 아크릴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터라 굳이 비교를 해보진 않았습니다.”


✚ 양산품은 바로 나왔나요?
“아뇨. 시제품은 사업 시작 후 2개월 만에 나왔는데 양산품은 2년 후쯤 나왔습니다.”


✚ 왜 그렇게 오래 걸렸죠?
“금형 단계에서 문제가 좀 있었어요.”


✚ 어떤 문제요?
“블록형 어항이라는 게 원래 있던 형태가 아니잖아요. 그 얘기는 금형을 일일이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개발비의 80~90 %가 금형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그거 만드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아쿠아블럭은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는 미니 어항이다.[사진=아쿠아플렉스 제공]
아쿠아블럭은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는 미니 어항이다.[사진=아쿠아플렉스 제공]

✚ 그 2년이란 시간을 꼬박 금형 완성하는 데만 쏟으신 건가요?
“그럴 순 없죠. 그 사이사이 디자인 잡고, 기술적인 문제 해결하고…. 고민과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제품이니 처음 제품이 나왔을 때 감회가 새로웠을 듯합니다.
“저도 양산품이 나오면 마냥 감동적일 줄 알았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 아쉬운 게 더 많더라고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머릿속엔 온갖 기술이 떠다니는데 금형의 한계, 기술의 한계, 자금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던 탓인지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진 않더라고요.”


✚ 게다가 스타트업이라 더 힘들었겠습니다.
“매 순간이 타협이더라고요. 제조업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제품도 제품이지만 스타트업은 마케팅도 쉽지 않죠?
“맞습니다.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알아야 할 구매로 이어질 텐데, 그걸 알리는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을 뚫는 건 하늘의 별 따기고요. 유통채널에 들어간다 한들 협력업체에서 소량 생산하고 있는 지금의 시스템으로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면 사각이나 원형으로 해도 됐을 거 같은데요. 그것만으로도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으니까요.
“지금 관상어 용품은 어떤가요? 펫코너 구석에 있는 데다 종류도 많지 않아요. 소비자는 그중에서 선택해야 해요. 그게 왜 문제냐면요. 그러다 보면 시장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어요.”

✚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블록 형태의 어항을 만드셨다는 얘기네요.
“형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쿠아블럭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감성을 길러주는 데도 좋습니다. 직접 조립해볼 수 있고, 관을 따라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 최근 아쿠아카페, 관상어카페가 하나둘 생기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 아닌가요.
“2017년에 그런 수요를 예측하고 뛰어들었습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요.”


✚ 다른 아이템도 구상하고 있나요?
“플랜트월이라고 벽에 식물을 설치하는 게 요즘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아쿠아블럭도 벽에 설치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카페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건 단기적인 목표고요.”


✚ 장기 목표도 궁금하네요.
“관상어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나중엔 전체 펫 시장을 한번 노려보고 싶습니다. 아이템은 머릿속에 무궁무진하거든요.(웃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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