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시장 속 스타트업
정부 육성 정책은 수년째 제자리

물멍. 집안에 작은 바다를 들여놓고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는 신조어다. 신조어가 생겼다는 얘기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그동안 관상어산업은 기대와 달리 성장이 더뎠다. 정책과 현실이 맞물리지 못했던 탓이다. 관상어시장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키겠다며 뛰어든 스타트업이 꼬리를 신나게 흔들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들의 새로운 여가 생활이자 수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관상어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2015년 12월 해양수산부는 “경제성장, 1인 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개, 고양이와 함께 3대 반려동물 중 하나인 관상어 관련 용품·서비스도 성장·고급화하고 있어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내용으로 ‘제1차 관상어산업 육성 종합계획(2016~2020년)’을 발표했다. 

관상어산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7~8%씩 성장해왔다. 세계 관상어 수출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관상생물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보편적인 취미로 자리매김하자 수입 관상어에 무관세 정책을 적용하는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해왔다. 이렇게 성장해온 세계 관상어 시장의 규모는 2012년 45조원에서 최근 50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쉽게도 이런 성장세를 따르지 못했다. 생산시설이 영세하고 낙후해 관상어종을 대량 생산하는 게 어려울뿐더러 국민들의 관심도 그다지 높지 않아 시장 성장이 더뎠다. 

2015년 해양수산부가 관상어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하고 관상어와 관련된 전후방 산업을 체계적으로 집중 육성해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시 해수부가 가장 신경 쓴 건 관상어 생산기반을 닦는 거였다.

관상어 ICT 융복합 센터와 관상생물 양식시설을 지원(50억원)하고, 고부가가치 관상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종자공급 기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지원(14억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라 해수부는 연구개발을 확대해 담수대표종과 해수관상생물 품종개발을 추진했다.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수조를 개발하겠다는 과제도 수립했다. 국내 관상어 산업을 알리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관상어 산업박람회와 품평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포함했다.

관상어산업은 해수부의 기대대로 성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4년 4100억원이었던 관상어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4873억원으로 18.8% 성장했다. 성장한 건 맞지만 목표로 내세운 6504억원엔 근처도 못 갔다. 

왜일까. 해수부 측의 설명을 들어보자, “중점 추진사업이던 통합 생산·유통단지 조성사업은 지연되고 관상어 산업박람회 등 현장 중심의 홍보에만 치우친 나머지 관상어 사육 또는 반려문화를 확대하는 덴 한계가 있었다.”

관상어는 여전히 개, 고양이에 이은 3대 반려동물이다. 지난 3월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한국반려동물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다. 그중 반려견가구가 80.7%(이하 복수응답), 반려묘가구가 25.7%다. 

비중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관상어가구(8.8%)가 그다음으로 많다. 주목할 건 관상어가구 비율이 2018년 10.8%에서 2020년 8.8%로 줄었다는 점이다. 여기엔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해수부는 지난 3월 1차 계획의 문제점을 보완한 제2차 관상어산업 육성 종합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1차 종합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품종을 다양화하고, 특화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관상어 수조 등 IT기술을 활용한 관상용품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단 계획이 그때와 똑같다. 시장 규모도 다시 2025년 6571억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인데, 가능할진 미지수다.

이 때문에 관상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플랜을 믿고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성장은 더디고 다양성은 부족한데, 정부 정책도 2015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서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관상어산업은 다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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