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50대 나이에 접어든 부부가 있다. 그동안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며 별걱정 없이 살아왔지만,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자 부부의 고민도 늘기 시작했다. 부부의 유일한 노후대책이었던 오피스텔이 코로나19 이후 공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시세마저 떨어지고 있다. 과연 부부의 걱정은 해소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대학교 인근 부동산이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교 인근 부동산이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네에서 개인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한미화(가명·50)씨는 요새 아르바이트 앱에 매일같이 접속한다. 쉬는 시간에 틈틈이 50대가 일할 만한 일거리를 찾아보는 게 한씨의 일과가 됐다. 이는 최근 동네 주민들과의 모임에서 노후 준비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다. 한씨는 “젊었을 때는 바쁘게 일하느라 노후를 자세히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니 이 점이 후회된다”면서 “노후를 제대로 대비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점점 병치레가 잦아지는 것도 한씨의 불안한 마음을 키운다. 집 근처에 규모가 꽤 큰 병원이 있는데, 한씨는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 신호가 생기면 이 병원을 찾는다. 흔히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지만, 한씨는 의료시설이 잘돼 있는 도심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거동이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일을 계속하면서 생활하고 싶다는 게 한씨의 생각이다.

물론 한씨가 노후를 아예 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씨는 현재 사는 아파트(매매가 3억원) 외에 작은 오피스텔(매매가 1억3000만원) 한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이 오피스텔은 남편 김태규(가명·50)씨와 함께 젊었을 때 대출을 끼고 매입한 것으로, 대학생들에게 세를 놓는 용도로 써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하면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고, 부부는 오피스텔을 2년째 공실로 방치해야만 했다. 더구나 몇년 전까지만 해도 1억5000만원이었던 오피스텔 시세가 최근 1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이 오피스텔이 부부의 유일한 노후대책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놓이니 한씨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한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재무상담을 받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조금 이르지만 이쯤에서 김씨 부부의 가계부를 공개하겠다. 부부의 월 소득은 총 800만원인데, 두 사람은 서로의 소득을 잘 모른다. 자영업을 하는 김씨가 550만원을, 한씨가 250만원을 생활비로 지급한다.

정기 지출로는 공과금 45만원, 식비 150만원, 통신비 10만원, 교통비·유류비 45만원, 부부 용돈 150만원, 병원비 6만원, 보험료 138만원, 대출이자상환금 25만원 등 569만원이다. 1년간 쓰는 비정기 지출은 각종 세금이 600만원(이하 1년 기준), 경조사비 150만원, 자동차 보험료 160만원, 기타 잡비가 30만원 등 940만원이다. 월평균 78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으로는 150만원씩 저축하는 예금통장 외에 주택종합청약저축(10만원). 연금보험(10만원) 등이 있다. 이렇게 부부는 총 817만원을 쓰고 매월 17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모아둔 자산으로는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이 있다. 부부는 예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주식에 투자하는 식으로 재테크를 한다.

적자가 있다곤 하지만 소득만 따져볼 경우 부부는 다른 상담자들보단 분명 재정 상태가 좋은 편에 속한다. 예금을 150만원씩 하는 것도 그렇고, 1억5000만원어치 주식도 있으니 필요할 때 현금화해서 쓰면 그만이다.

문제는 부부가 서로의 소득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요새 소득 수준을 공유하지 않는 부부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필자의 경험상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 상대의 소득을 알지 못하면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지는 않을까’ ‘나 몰래 돈 쓰는 곳이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이 싹트기 마련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도 무분별한 지출을 하게 되고, 재정상태가 나빠지기 쉽다.

그럼에도 부부는 한사코 소득을 공개하길 거부했다. 이런 방식으로 30년 가까이 함께 살았지만 아직까지 재정과 관련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소득을 공개하면 뭔가 족쇄를 차는 기분이 들어 사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고도 말했다. 부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필자도 이 부분에 관해선 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지출 상태를 한번 훑어보자. 식비·용돈·보험료 등 곳곳에 과한 지출이 눈에 보인다. 특히 슬하에 자식이 없는 두 사람의 식비가 월 150만원에 달하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수증 내역을 살펴보니 부부는 거의 모든 식사를 외식이나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한씨는 “예전에 대형병원에서 일할 적에 업무가 과했던 탓에 직접 요리를 해 먹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면서 “그때부터 외식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고백했다.

앞서 언급했듯 한씨는 조그마한 개인 병원에서 일한다. 따라서 이전보다 확실히 업무량이 줄었으므로 잦은 외식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부부에게 귀찮더라도 앞으론 집에서 음식을 차려 먹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이런 방식으로 부부는 식비를 1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줄여보기로 결정했다.

1차에선 여기까지만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부부는 식비 50만원을 절약해 총 지출을 817만원에서 767만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17만원이었던 적자는 33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나머지 지출은 2차에서 본격적으로 줄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재무목표를 설정했다. 은퇴 후 월 400만원씩 노후자금 받기, 오피스텔 처분하기 등 2가지인데, 부부는 오피스텔의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세금도 내야 해서 빨리 처분해 현금화하고 싶어 한다. 그 돈으로 주식을 하거나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게 부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부부의 나이를 고려하면 지금은 수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과연 부부는 성공적으로 목표를 대비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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