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中
상조 서비스와 성격 다른 상조보험
보험 이양 안 되는 점 생각해야

장례를 대비하는 보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보험회사에서 상조회사와 협력해 만드는 상조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상조보험이 일반 상조 서비스와 다른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가입하면 돈만 쓰고 보장을 받지 못하는 우를 범할 확률이 높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자영업자가 가입한 상조보험을 살펴봤다.

지인이 추천해준 보험일수록 꼼꼼하게 따져야 뒤탈이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인이 추천해준 보험일수록 꼼꼼하게 따져야 뒤탈이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핑몰 사업이 잘 풀리면서 맞벌이에서 외벌이 부부로 전향한 자영업자 이기철(가명·41)씨와 그의 아내 한민희(가명·39)씨 부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씨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창업 5년 만에 찾아온 흔치 않은 기회라는 걸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어떻게 해서든 사업을 잘 키워내고 싶어 한다. 

이씨는 가정의 미래도 탄탄하게 설계하기를 원한다. 쇼핑몰 매출이 언제 또다시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기에 이씨는 괜찮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이 시점에 가능한 한 많은 저축을 하고 싶다. 그렇지만 사업에 ‘올인’해 온 탓에 이씨는 그 흔한 적금도 들지 않았고, 재테크도 잘 모른다. 그렇기에 이씨는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해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이씨의 소득과 지출 상황은 이렇다. 이씨는 한달에 생활비 명목으로 아내에게 800만원씩 주고 있으므로 부부의 월 소득을 800만원으로 계산했다. 지출은 정기지출 733만원, 비정기지출 60만원, 금융성 상품 50만원 등 843만원이다. 한달에 43만원씩 적자를 내는 셈이다. 지난 상담에선 곧바로 손을 볼 수 있는 식비(230만원)를 30만원 줄였다. 따라서 지출은 843만원에서 813만원으로 줄었다.

2차 상담으로 들어가기 전, 필자는 이씨 쇼핑몰의 매출과 영업비용 등 사업 규모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그래야 재무 솔루션을 더 현실성 있게 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길 꺼렸다. 섣부르게 공개하면 아내 한씨에게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게 부부의 불화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현재 상황에선 매월 800만원씩은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인데, 좀 더 수익이 안정화하면 사업 규모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한씨도 크게 문제 삼는 부분이 아니므로 이 점은 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지출을 줄여보자. 30만원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식비(200만원)는 부부의 지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처음엔 말도 안 되는 과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이씨가 사업을 하면서 거래처와 먹는 식사나 거래처에 보내는 커피, 케이크 선물 사업을 하면서 쓰는 비용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자영업자의 가계부엔 이렇게 개인 지출과 회사 지출이 혼합된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정확한 개인 지출을 계산하기 힘들어져 본인의 소비습관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씨에게 앞으로는 철저하게 지출 용도를 구분해줄 것을 주문했다. 부부가 영수증을 참고해 계산해 보니 회사 지출을 빼면 부부의 식비를 20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줄일 수 있었다.

다음은 143만원씩 내는 보험료다. 이씨는 건강보험은 물론이고 종신보험, 상조보험, 치아보험, 암보험 등 다양한 보험에 가입했다. 모두 보험 설계사인 지인의 추천으로 가입한 것들인데, 최근 들어 소득이 늘자 보장항목을 늘리는 등 재설계도 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도 크게 증가했다. 이씨는 “자영업자는 몸이 자산이니 젊었을 때 최대한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인의 말을 따랐다”며 여러 보험에 가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험을 여러개 가입하는 경우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보장항목이 중복되지 않는지, 불필요한 보장항목이 있는지, 보장이 부실한지 등을 따질 필요가 있다. 친한 지인이 추천했다고 해서 믿고 덮어두는 것도 금물이다. 가입 초반에 확실히 따져둬야 나중에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없을 것이다.

보험을 전부 살펴본 결과, 이씨의 종신보험은 다른 보험과 중복되는 게 많아 해지하기로 했다. 아내 한씨의 종신보험도 아무 의미 없이 가입한 듯해 해지했다. 상조보험도 불필요해 보인다. 이 보험은 보험회사가 상조회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것이다. 질병과 상해 사망보험금을 보장해주고 제휴한 상조회사를 통해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보장의 골자다.

중요한 건 상조 보험의 상조 서비스는 보험회사가 아닌 위탁받은 상조회사가 제공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험회사의 브랜드만 보고 상조보험의 서비스 품질을 따지기가 어렵다. 일반 상조회사의 상조 서비스와 달리 상조보험은 다른 이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이씨는 상조보험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부부는 보험료를 143만원에서 69만원으로 74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통신비(26만원)도 줄였다. 한씨와 자녀는 최근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고가의 5G 요금제(8만원)에 가입했다. 스마트폰 할부금엔 6.9~7.1%의 할부금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다면 빨리 완납하는 게 좋다.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311만원의 일부(211만원)를 활용해 부부는 스마트폰 기기값을 모두 지불했다. 요금제는 위약금 때문에 곧바로 바꾸긴 어렵고 2개월 뒤에 5만원대 요금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따라서 통신비는 26만원에서 11만원으로 15만원 절감됐다.

다음은 156만원씩 내는 대출상환금이다. 3년 전 주택담보대출(현재 잔액 3억원)로 어렵게 자택을 매입한 이씨는 한때 이자만 내는 것도 버거워했지만, 최근 소득이 늘면서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납부하기 시작했다.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부채는 지렛대 역할을 하므로 좋은 부채에 속하지만, 소비를 위해서 진 빚은 나쁜 부채로 분류된다. 나쁜 부채는 가능한 한 빨리 갚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부는 주식 500만원, 예금 1500만원, 남은 보험해지환급금 2000만원, CMA통장 1000만원 등 5000만원으로 대출을 최대한 갚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 원리금도 월 156만원에서 132만원으로 24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의료비를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의류비·미용비를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였다.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이씨 부부는 식비(200만→100만원), 보험료(143만→69만원), 통신비(26만→11만원), 대출상환금(156만→132만원), 의료비(20만→10만원), 의류비·미용비(10만→5만원) 등 228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13만원이었던 적자도 215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 자금으로 재무 솔루션을 짜는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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