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형진 닥터케이헬스케어 대표

개인 피부에 맞춰 조제하는 맞춤형 화장품은 솔깃하긴 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선 단점이 숱하다. 일단 피부 상태를 파악하려면 대면해야 한다. 관련 장비도 비싸다. 화장품 가짓수도 끝도 없이 많아진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생각보다 더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장비를 스마트폰 부착용 보조렌즈로 대체하고 반제품 제조 방식으로 모듈형 화장품을 만든 이가 있다. 강형진(30) 닥터케이헬스케어 대표다. 

강형진 대표는 고객의 피부를 분석해 화장품을 맞춤 구성해준다.[사진=천막사진관]
강형진 대표는 고객의 피부를 분석해 화장품을 맞춤 구성해준다.[사진=천막사진관]

✚ 맞춤형 화장품 제도는 정부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신설했습니다. 정부의 역점사업인데, 시장 환경은 어떤가요?
“많은 기대 속에서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 성장이 더딘 게 사실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맞춤 생산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격대가 높습니다. 비대면 서비스도 더디고요.”


✚ 비대면 서비스가 더딘 건 왜죠?
“맞춤형 화장품 가격은 보통 2만~3만원대입니다. 그런데 개인별 피부 진단기가 비싼 건 수백만원에 이릅니다. 그걸 고객에게 일일이 보낼 수 없으니 대면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죠.” 


✚ 닥터케이헬스케어는 다른가요?
“닥터케이헬스케어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보조렌즈를 이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 보조렌즈요?
“서비스를 신청하면 스마트폰용 보조렌즈가 먼저 발송됩니다. 고객이 그걸로 이마, 코, 볼, 턱 네 부위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피부 상태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는 화장품을 제조해 보내는 방식입니다.”


✚ 사진으로 피부를 분석하는군요.
“기존의 맞춤형 서비스는 반드시 대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조렌즈’ 방식을 활용하면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죠. 고가의 피부 분석 장비도 필요하지 않고요.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 뭐죠?
“고객 맞춤형 화장품이긴 한데,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저희는 모듈형 화장품입니다.”

✚ 모듈형 화장품이요? 생소한 개념입니다.
“앞서 얘기했듯 맞춤형 화장품은 배합 단계부터 맞춤형으로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산 단가도 비쌉니다. 모듈형 화장품은 그런 단점을 보완한 것입니다. 소분 포장된 반제품을 제조한 후에 각 고객에 맞춰 조합하는 방식이죠.”

✚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죠?
“얘길 하려면 사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처음엔 피부를 분석해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 화장품이 아니라 앱이요?
“네, 앱을 만들기 전에 소비자 데이터가 필요해서 무작정 캠퍼스 로비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아 테스트를 했습니다. 거기서 우선 맞춤형 화장품 수요를 확인했습니다.” 


✚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기한테 맞는 화장품을 못 찾고 있더라고요. 지뢰 찾기 하듯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보다가 맞는 화장품이 얻어걸리면 그걸 쓰는 거죠. 그래서 처음엔 피부를 분석해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앱을 만든 거고요.”


✚ 성공적이었다면, 계속 유지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고객들의 재방문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 왜 그랬을까요?
“고객 입장에선 이미 진단을 받은 거잖아요. 내 피부를 파악했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았으니 다시 올 필요가 없는 거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고객이 다시 방문을 해야 우리의 피부 분석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이라도 할 텐데, 그게 없으니까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방향을 튼 거죠.”

✚ 모듈형 화장품으로요?
“여기에도 과정이 있는데요. 가까운 친척 중에 화장품 총판을 갖고 있는 분이 계세요. 그분께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를 했죠. 이번에도 대학생 15명을 모집해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 무슨 테스트요?
“그들의 피부를 분석해서 개개인에 맞는 화장품을 제공해줬죠.”

닥터케이헬스케어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보조렌즈를 활용해 피부를 분석한다.[사진=닥터케이헬스케어 제공]
닥터케이헬스케어는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보조렌즈를 활용해 피부를 분석한다.[사진=닥터케이헬스케어 제공]

✚ 전엔 추천해줬고, 이번엔 직접 제공했군요.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점이 발생했습니다.”

✚ 또 무슨 문제죠?
“6주 프로젝트였는데 피부 상태에 따라 화장품을 쓰는 양이 다르더라고요. 2주 만에 피부가 좋아진 사람은 제공된 화장품이 남겠죠? 거기서 ‘소분’ 방식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기존 시장은 OEM 방식의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이 표준화돼 있어서 소량 생산이 불가능했어요.”


✚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OEM 업체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아서 자체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 자체적으로요?
“지난해 4월 화장품 제조업 등록을 했고, 이후 전문가를 영입해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소분 포장된 반제품을 제조한 후 각 고객에 맞춰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맞춤형 화장품보다는 반제품을 맞춤 구성하는 모듈형 화장품이라고 하는 거죠. 여기에 2주, 4주, 12주 구성으로 맞춤 관리까지 해주는 게 닥터케이헬스케어의 ‘스킨핏’ 프로그램입니다.”


✚ 고객 맞춤형 구성이 가장 큰 경쟁력인 셈이군요.
“사실 닥터케이헬스케어의 가장 큰 무기는 데이터 경쟁력입니다.”


✚ 데이터 경쟁력이요?
“맞춤형 화장품 사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데이터입니다. 사실 맞춤형 화장품에 쏟아지는 우려는 결국 데이터 문제에서 기인합니다. 아무리 업력이 오래된 대기업이라 해도 고객들의 피부 데이터를 대량으로 갖고 있진 않거든요.”

✚ 그럼 닥터케이헬스케어는 데이터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했다는 건가요? 
“고객 한명 한명의 경험이 계속 데이터로 쌓이고 있잖아요. 처음엔 5종의 제품으로 6명의 고객에게 제공했습니다. 그다음엔 9종으로 30명, 11종으로 200명, 17종으로 700명…, 이런 식으로 해서 현재는 24종으로 5000명의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을 쓰기 전과 후의 데이터가 계속 쌓이고 있는 거죠. 그렇게 쌓인 데이터로 ‘이런 고객은 이런 제품을 쓰면 이렇게 피부가 개선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 값진 데이터군요.
“만약 우리가 처방한 화장품으로 피부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 역시 데이터가 되는 겁니다. 그들에겐 다른 처방을 해야 하고, 우리는 그걸 통해 알고리즘을 개선해요. 세계 어느 화장품 회사보다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맞춤형 화장품에 최적화된 솔루션이죠.”


✚ 스킨핏은 K-뷰티를 이끌 수 있을까요?
“삶의 질이 향상되면 서서히 뷰티에 신경을 쓰기 마련입니다.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요. 닥터케이헬스케어가 이머징마켓인 동남아를 겨냥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수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최근엔 첫 투자유치도 성공했고요. 이제 세계시장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란 걸 알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